1996.5 | [문화저널]
소리 고장의 전통을 만난다
문화저널(2004-02-12 11:05:32)
소리의 고장 전북에서 우리는 전통 국악 공연을 감상 할 수 있는 일은 소리의 고장 전북에서 이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판소리 다섯바탕의 진수를 한 자리에서 고루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지난 4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 동안 서노송동 우진문화공간에서는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이 펼쳐졌다. 다섯 명의 명창이 명고수의 북장단과 함께 우리 판소리의 힘차고 때로는 굽이굽이 애잔한 구성진 가락을 풀어보이기에 충분했다. 올해로 여섯 번째가 된다. 판소리 다섯바탕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로서 이미 앳된 티를 벗고 독자적인 얼굴을갖추어 가고 있는 무대로 성장한 모습이 엿보인다.
올해 무대에서는 중요무형문화제 제 5호 보유자로 지정받고 있는 박동진 명창은 1994년(4회)「적벽가」, 1995년(제5회)「춘향가」에 이어 3년째 출연, 둘쨋날 「수궁가」를 들려주며 원로 명창의 농익은 기량을 과시했다. 앞서 첫 날 무대를 연 김일구 명창(현 국립국악원 민속단 악장)은 셋쨋날 출연한 부인 김영자 명창(현 국립창극단 재직)과 함께 각각 「적벽가」와 「춘향가」를 들려주었다. 넷쨋날에는 지난 93년 남원춘향제 전국명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소영 명창이 「홍보가」로 추임새를 넣는 객석의 귀명창들과 소리의 호흡을 같이 했고, 마지막날에는 92년 전주대사습놀이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민소완(성준숙)명창이 1993년(제3회)「적벽가」에 이어 두 번째 같은 무대에 올라 「심청가」를 들려주었다.
북채를 든 명고수들의 소릿장단과 명창과의 호흡은 판소리 무대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인데 이번 무대에는 이성근■주봉신 명고수가 소리를 맺고 푸는 북장단의 조율을 맡았다.
연일 자리를 메운 청중들은 닷새 동안 판소리 다섯바탕을 감상하면서 명창의 소리와 발림에, 고수의 북을 다스리는 기량에 추임새를 빠트리지 않았다.
소극장 우진문화공간이 매년 봄을 여는 무대로 기획, 열리고 있는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은 우리 민족 고유의 예술적 심성에서 빚어진 민속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판소리 다섯바탕의 진수를 한 자리에서 고루 감상하고 명창■고수■청중이 함께 연희할 수 있는 소릿고장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잃었던 우리의 정체성과 우리 민속음악만이 가지는 자부심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