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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5 | [시]
흰부추꽃으로
박남준 (2004-02-12 11:05:03)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거린다 하루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깊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어떤 것 더 활활 타오르며 거품을 무는 것이있다 몇 번이나 도끼질이 빗나가던 옹이 박힌 나무다 그건 상처다 상처받은 나무 이승의 여기저기에 등뼈를 꺽인 그리하여 일그러진 것들도 한번은 무섭게 타오를 수 있는가 언제쯤이나 사는 일이 서툴지 않을까 내 삶의 무거운 옹이들이 불길을 타고 먼지처럼 날았으면 좋겠어 타오르는 것들은 허공에 올라서 재를 남긴다 흰재, 저 흰재 부추밭에 뿌려야지 흰부추꽃이 피어나면 목숨이 환해질까 흰부추꽃 그 환한 환생 박남준/전남 법성포에서 57년에 태어났다. 전주대 영문과를 졸업. 84년「시인」제2집에「할메는 꽃신 신고 사랑노래 부르다가」등을 문단에 발표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풀여치의노래」「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풀여치의 노래」「그 숲에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와 산문집「쓸쓸한 낮의 여행」이 있다. 지금은 모악산 남쪽 자락에 집을 얻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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