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4 | [문화저널]
창작극회 제 92회 정기공연 <부자유친>
식지 않은 열정으로 모인 선후배의 무대
문화저널(2004-02-12 10:46:08)
3월 14일과 15일 이틀동안 창작극회는 제 82회 정기공연작품, 오태석원작의 <부자유친>을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비극적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의 비 혜경궁 홍씨가 한의 눈물로 기록한 「한중록」을 바탕으로 사도세자와 아버지 영조와의 인간적인 고뇌와 부자의 정리를 현대적 감각으로 담고 있다.
창작극회의 이번 공연은 정기공연이라는 일상적인 의미 이외에 연극계를 떠나 있었던 선배와 연극계를 떠나 있었던 선배와 연극계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 연기자들이 한 무대에 섰다는 보다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작품에 출연한 배우 신상만 씨는 이를 ‘화합’이라고 한 마디로 간추려 말한다.
<부자유친>에 참여한 연극인들의 면면은 바로 이번 공연의 특징을 보여준다. 연출은 박병도 씨가 맡았고, 장제혁(영조)■임형택(세자)■신상만(구선목■최종만(내관, 덕제)■류경호(송명흠)■권오춘(조신)■김현석(이석문)■김경미(빙애)■문경혜(복례)■김진옥(혜경궁홍씨)■최경성(선희궁)■이미라(조신)■이태영(정순왕후)■류환희(조신)■정진관(사관) 씨 등이 출연했다.
연출을 맡은 박병도 씨(전라북도립국악원 상임연출)는 창작 극회와는 깊은 인연이 없었던 인물이다. 그는 극단 ‘황토’의 연출과 대표로 1980년대의 전북연극계의 주역을 담당했었고 1994년 이후에는 연극 무대를 떠나 전라북도립국악원의 국악장 겸 상임연출로 창극작품에 전념해 왔다. “2년 떠나있었습니다. 하지만 삶의 예술이라는 무대 연출 작업은 계속해왔습니다. 좋은 배우들이 생활의 어려움으로 무대를 떠나는 일은 우리는 흔히 보아 왔습니다. 이번 작품은 예전에 돋보이는 역량으로 지역 연극무대에서 한가락했던 배우들이 하나의 작품을 후배들과 의기투합하여 이루어진 뜻 있는 무대입니다.” 박병도 시 자신도 지난 1994년 ‘연희단 백제의 후예’가 올렸던 <태>공연 이후 2년여 만에 순수한 연극판에 선 것이다.
맏 선배로 열연한 신상만 씨(48)는 올해로 연극에 발을 들여 놓은 지 30년을 맞는 중견 연극인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연극 무대를 지켜 온 그는창작극회의 대표를 맡기도 했었는데 현재도 현역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선후배간에 유대감을 높이고 화합하는 무대를 올릴 수 있는 선례가 된 것 같다”고 이번 작품의의의를 설명한다.
이번 작품에서 영조 역을 맡아 열연한 정제혁 씨(37)는 5년 만에 다시 서는 무대이면서도 최종만 씨(43)와 함께 현역 시절의 탄탄한 연기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그는 극단 ‘황토’에서 연극을 시작한 배우다. “연습때에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희열을 느끼고자 했는데 욕심만큼 해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하는 그는 5년 만에 서는 무대이면서도 완숙한 기량으로 이번 공연 무대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최종만 씨 또한 이번 작품은 10년 만에 다시 서는 무대이다.
중앙에 비해 배우의 무대 수명이 짧은 지역 무대의 특성상 한 배우가 한 극단에서 계속활동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이로 인해 배우의 연령층이 두텁지 못한 것은 각 극단의 공통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70년대와 80년대를 거쳐 최근에이르기까지 이 지역 연극무대를 주도해 온 연그인들이 함께 참여해 올린 이번 공연은, 이점에서 또 하나의 각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선후배간의 화합의 자리에서 보여준 식지 않은 열정과 역량 또한 전북연극의 새로운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