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4 | [저널초점]
먹잘 것 없는 잔칫상 허기는 여전하다
동계U대회 문화축제 10대 이벤트
글 / 조성준 전라매일 문화부 기자
(2004-02-12 10:41:52)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의 도래와 함께「97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라는 굵직한 국제 규모의 행사를 치르게 된 전북도민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이러한 도민들의 기대와 관심에 부응하려는 노력이 전라북도를 미룻한 행사 실무진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 특히 「문화축제 10대 이벤트」사업은 보다 색다른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다.
하지만 동계 U대회를 문화■예술 종합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키고 국내■외에 멋과 맛의 예향 전북을 소개하기 위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한국을 세계 만방에 널리 알리게 된 ‘88 서울 올림픅은 행사의 전과정에 걸쳐 우리 스스로도 놀랄 만큼 성숙된 시민의식과 국민적 저럭을 보여준 대회로 기억되고 있다.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 스포츠의 역량이 이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주도했다면 대회 기간중 선보였던 각종 문화행사는 스포츠 외적인 분야에서 국익을 선양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국제대회에서 문화■예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하며 대회의 성공 여부까지 좌우할 수 있는 가늠자로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도기 기획하고 있는 문화 축제의 도내 예술인은 물론 도민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라북도는 U대회 문화축제 이벤트로 도내 시■군과 예술단체, 이벤트사가 응모해 접수된 54건 가운데 예비심사를 거친 21건에 대해 지난 1월 30일 열린 본심사에서 10건을 「문화축제 10대 이벤트」로 최종 선정했다.
이날 선정된 행사 중 민속 축제는 도립국악원의 창무극 <춘향전>,한국국악협회 전북지회의 「풍요로운 전북 한마당 종합 축제」, 전주 컴 이벤트의 「리틀렌젤스 예술단 공연」,정읍시의 「백제가요 <정읍사>가무악극 공연」등 5건이다.
또한 전북대의 「세계대학예술축전」, MBC예술단의 「세계 대학생 뮤직 페스티발」등 젊음의 축제 2건, 그리고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의 「무돌이 썸머 홍보사절단 대행진」, 이벤트 코리아의 「동계 스포츠■레저 장비쇼」등 연극■홍보■전시 축제가 각각 1점씩이다.
그러나 동계 U대회를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르기 위해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번 사업이 과연 예향 전부의 특성을 제대로 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구심과 함께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도가 한정된 예산을 고려해 예산 지원액이 적고 치르기가 쉬운 행사에 치우쳐 선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행사의 충실성에 회의적인 반응이 일고 있다.
독착성, 축제 효율성, 규모의 적절성, 예술의 가치성, 개최 가능성 등을 심사기준으로 정해놓고 선정했다는 것이 도의 입장이나 결과적으로 이들 행사의 전체 소요 비용은 20억 원대에 그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도의 지원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동계 U대회를 앞둔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무성의한 자세를 탓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도내에서 이미 공연됐거나 연례적으로 해온 기존의 행사를 내놓거나 커다란 특색이 없이 규모가 작고 단순한 행사들을 제시함으로써 ‘예산 절감’이라는과제를 안고 있는 행정당국을 위해 ‘알아서 긴’것이 이니냐는 것
더욱이 응모과정에 있어서도 예술단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기에만 급급, 전북예총을 중심으로 ‘하나의 창구’를 만드는 데 실패한데다 일부 행사 제안자들은 성의 없는 준비자세로 일관해 무성의와 무질서를 드러냈다는 비난이 예술인들 사이에서 분분한 실정.
이은 이유로 인해 「문화축제 10대 이벤트」상버은 세계대회에 걸맞지도 않을뿐더러 형식적인 ‘치러 내기식’행사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면치 못하게 됐다.
심지어 “「급조한 공모」,「모호한 선정」,「한정된 예산」등 세 가지 악조건이 「문화축제 10대 이벤트」라는 사생아를 낳게 됐다”고 개탄하는 목소리마저 들려오고 있다.
결국 세계에 예도 전북의 면모를 알리는 커다란 행사인「문화축제 10대 이벤트」가 행사의 수준과 내용을 도외시하고 예산의 중점을 둔 관계당국과 우리 고장에서 치러지는 국제대회에 큰 성의없이 행사계획을 마련했던 문화예술인들의 무성의로 흉내내기에 그치게 됐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도내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풍요로운 예향 전북의 예술적 자산을활용, 이제라도 적극적인 예산 및 행정지원을 아끼지 말고 「우리의 무대」를 펼쳐 보임으로써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도가 「스스로의 울타리」를 깨고 「용단(용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조성준 / 67년 출생.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했고 전라일보 사회부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며 전라매일로 자리를 옮겨 작년부터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