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4 | [문화저널]
저널이 본다
MBC의 파업을 지지하면서
문화저널(2004-02-12 10:40:43)
묘하게 눈을 흘겨뜬 가수(?) 신신애는 몇 년 전 “여기도짜가, 저기도 자가”라며 요지경 세상을 통박했다. 이 “짜가, 짜가”의 요지경 노랫말에 사람들은 모두 기가 막혀 하면서도 무릎을 치곤 했다. 오죽이나 세상에 가짜들이 판치고 있으면 이런 노래가 다 사람들의 심금을 우리면서 인기차트에 들어가곤 했을까.
영화 <쥬라기공원>은 현대 과학의 최첨단 기능을 선보이면서 전세계 영화계를 일시에 석권했다. <쥬라기공원>한편으로 미국은 자동차 맻백만 대를 팔아먹은 것과 똑같은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고 이 영화는 한동안 가상현실 영화의 붐을 일으켰다.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현실세계에 적용되어 안방의 TV뉴스를 재창조하면서 가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에 진입해 들어았다. 필ㅇ에 따라 감출 것은 더욱 교묘하게 감추고 드러낼 것은 더욱 사실처럼 과장해서 드러내 보여주는 TV의 마력이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과 함께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바꾸어내는 신의 경지에까지 올라선 것이다.
같은 시기 할리우드의 <쥬라기 공원>에 맞서 프랑스가 자국 문화의 자존심을 걸고 제작한 영화 <제르미날>은 그 진실된 메시지와 기록성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하면서 진실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참담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YS는 감추고 DJ는 들추어내라”는 것이 이번 총선에 임하는 신한국당의 기본적인 선거전략이라고 한다. 방송국 노동자 기자들과 PD 그리고 양심적이고 지각있는 사람들의 감시운동에 힘입어 상당부분 진실이 드러난 TV뉴스의 교묘한 조작은 그럼에도 불구학 여전히 떡주무르듯 정치를 주무르고있다. 지난 대선 당시 DJ는 “TV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자신의 한계”를 더없이 슬픈 표정으로 피력한 바 있으며, 반면에 "YS는 TV시대에 제대로 적응하면서 성공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해온 성공사례로 꼽혔다.
그래서 이번 4■11총선을 앞두고 DJ는 TV카메라 앞에서 더욱 신중해지고자 무던 애를 쓰고 있지만 TV에 비치는 DJ는 아직도 경직되어 있는 70~80년대의 투사를 연상시킨다. 카메라가 어떤 각도에 서느냐, 어느 순간에 비치느냐, 어떤 배경 속에서 인물을 부각시키느냐 하는 것들은 단순한 방송기술을 넘어서 요식간에 사람들의 생각과 의지를 바꾸어내는 요소가 된다.
지난번 지자체 선거에서 조순 서울시장 후보가 쓰고 나온 모자 하나와 TV토론에서의 어눌하지만 자신있는 말투는 선거판세를 바꾸어 버릴만큼 강력한 위력을 가진 것이었고, TV토론에서 궁지에 몰린 박찬종 후보는 일순간에 자신의 상당한 지지표를 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4■11 총선을 앞두고 MBC노동조합이 일시에 파업을 일으키고 거리로 나섰다. 파업지도부는 전원 구속을 각오하면서 방송민주화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몇사람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반대라는 험난한 고지를 넘어 연임에 성공한 강성구 씨를 더 이상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없다는 것이 이번 불법 파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MBC 노동조합은 강성구 사장의 ‘여자문제’를 서서히 폭로하면서 사장의 부도덕이 그동안 얼마나 MBC를 험난한 편파의 길로 몰아갔는가에 통분하고 있다. 그 ‘여자문제’로 인해서 강성구 사장은 정치권과 사내 일부인사들에게 약점을 잡히고 결국 방송의 엄정한 독립성마저 유지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번 총선에 강성구의 혁혁한 공로를 기대하고 그의 무능과 사생활문제에 불구하고 연임의 무리수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역 앞에 운집한 그들 노동자(?)들이 내건 플랑카즈에는 ‘편파보도 총선도구 강성구는 퇴진하라!’고 씌여져 있었다.
TV가 선거와 같은 엄정한 시기에,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 한사람쯤 감쪽같이 위장시켜 버릴 수 있다면 그것은 결정적인 문제가 된다.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지금 그 진실찾기의 게임이 한창이다. 그동안 우리의 구회는 얼마나 많은 ‘짜가’들을 양산해 냈던가. 그 가짜들이 만들어낸 이 위험한 정치는 점점 우리의 삶과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거기에는 당연히 그 ‘짜가’들을 ‘진짜’로 감쪽같이 위장시켜주면서 ‘거물 아닌 거물’로 만들어준 한국 언론에 책임의 일단이 있다. 그래서 그들 MBC의 노동자들응ㄴ 구속을 각오하면서 불법파업에 들어갔다. 이 가짜의 시대에 진실게임에 들어간 그들의 투쟁은 그래서 더욱 비장하다.
정치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이 T다. 정치는 정치권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내리는 결정과 선택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강력하게 지배한다. 정치가 가장 철저한 ‘진실게임’이어야 하는 Rkefr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제 다시 한 번 선택의 기회를 맞는다. 누구를 찍을 것인가. 내가 선택하고자 하는 후보는 정말 진실한가.
이제 독자들과 시청자들에게 TV와 신문이 말해주지 않는 것,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주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진실을 원하지만 ‘현실보다 더 사실같은 사실’에 흥분하고 더 쉽게 감동하는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진실은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인가. 이미지의 세계를 벗어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방법은 없는가.
MBC노동조합의 파업은 더 이상 그들만의 투쟁이 아니다. 파업하고 잡혀가고 구속되는 것은 그들이지만 그들의 투쟁은 그들만의 자존심 싸움이 아닌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투쟁을 이해하고 마음 속으로 지지하고 있다.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TV뉴스에서까지 그들만의 코드로 여관 ‘사실보다 더 사실같은’ 뉴스쇼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4■11총선을 코앞에 두고 계속되고 있는 MBC노동조합의 파업을 가슴깊이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