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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3 | [세대횡단 문화읽기]
음악회를 보고 독주자의 음량을 능가한 오케스트라 무지카 까메라타 챔버 오케스트라 창단 연주회
글/이경호 전북실내관현악단 지휘자 (2004-02-10 16:13:17)
96년 새해가 열린 1월의 마지막주에 펼쳐진 무지카 까메라타 챔버오케스트라의 창단 연주회는, 예년에 비해 유난히도 강한 추위로 꽁꽁 얼어 붙었던 이 지역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을 훈훈하게해 주는 음악회였다. 순수한 이 지역 출신의 젊은 음악인들로 구성된 이 연주단체는, 전국적으로 실내악 운동이 활성화되고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펴는 시류와 달리, 침체되어 있는 전북 지역의 실내악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기대되는 단체로 출발하였다. 전북대 예대 출신인 이일규 씨의 지휘로 마련된 이번 연주회는 모차르트의 오페라「피가로의 결혼」의 서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제 4번 라장조, 그리고 교향곡 제 41번「쥬피터」의 다장조 등 한 작곡가의 작품들로 구성된 래퍼토리를 들려주었다. 음악회의 서두에 들려진「피가로의 결혼」서곡은 현악기의 도입부가 깔끔하게 다듬어져 잇어 듣는 이로 하여금 신선함과 명쾌함을 느끼게 했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현재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구 소련 크림공화국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산더 오스트로프스키가 무대에 섰는데 1악장에서는 독주회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이 불안정했으나 2악장으로 이어지면서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유려한 선율을 노래하며 서로간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협주곡 전반에 걸쳐 오케스트라의 음량이 독주자의 음량을 능가하여 소리의밸런스가 불균형을 이루었으며, 이런 관계로 상대적으로 독주자의 역할이 빈약하게 느껴졌고, 호흡의 불일치로 독주자의 기량이 최대한 발휘되지 못한 듯한 인상이었다. 후반부에 마련된 교향곡「쥬피터」는 본 음악회의 프로그램에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했듯이 모차르트의 최후의 교향곡으로 곡의 내용이나 악기 편성으로도 규모가 웅대하며 모차르트 기악 작품 중 최고로 일컬음을 받는 작품이다. 첫 악장의 연주는 대체적으로 무난했으나 2악장은 부드럽고 애수가 곁들인 서정성과는 거리가 먼 산만하고 지루한 느낌을 주었다. 활기 있는 리듬의 미뉴에트 악장을 거쳐 이어진 4악장은 무척 의문이 가는 템포로 연주되어 모차르트 늑유의 생기와 민첩성이 결여되었으며, 대부분의연주 단체가 가족 있는 문제점 중의 하나인 저음악기군의 부정확한 음정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무지카 까메라타 챔버 오케스트라의 창단 연주회는 단원들의 열의와 성의로 준비된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첫째, 래퍼토리의 선정문제이다. 모차르트 음악을 주제로 마련된 이날의 래퍼토리는 그동안 청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기존의 교향악단들이 선정하는 래퍼토리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실내악단의 특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다양하고도 좀더 신선한 작품들이 연주됨으로서, 실내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독특한 색깔을 지닌 실내악단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둘째, 앙코르 곡으로 다시 연주된「피가로의 결혼」서곡도 처음 연주되었던 때와는 달리, 다소 산만하고 현악기군과 관악기군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오히려 처음 느꼈던 신선함이 그리웠다. 반면 공연장의 질서와 관람하는 청중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여 많은 준비를 느끼게 하는 연주회였다. 여러 가지 열악한 여건의 이 지역에서 새롭게 출발된 무지카 까메라타 챔버오케스트라가 꾸준한 연주활동을 통해 전북 음악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하리라 기대된다. 이경호 41세. 원광대학교를 졸업하고 6년간 프랑스에서 유학하면서 오보에아 지휘를 전공했다. 84년 귀국한 이후 한대 전주시향 등에서 오보에 주자로 활동했으며, 실내악 활동에 주력해왔다. 같은 지역에서 실내관현악단 활동을 하면서 실내악단의 공연평을 쓴다는 일에 무척 곤혹스러워했다. 이런 계기를 통해서 서로간에 객관적이 S평론과 토론 등이 보다 활발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편집부가 강력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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