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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3 | [문화시평]
문화시평 어물쩡한 태도, 진지한 대안이 필요하다. 전북예술회관 분관 활용방안 모색 서둘러야
글/허옥칠 문화저널 기자 (2004-02-10 15:59:06)
지난해 전북 지역의 전시 가운데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던 전시 하나가「고구려특별대전」이었다. 4월부터 7월까지 연장으로 거듭하면서 ‘3개월 장타’를 쳤던 이 전시는 그 동안의 어떠한 전시보다 일반인들에게 큰 호응과 관심을 받았다.물론 당시 고구려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았다는 시의성도 맞아떨어지긴 했지만 일차적으로 이런 장기적인 대형의 전시가 가능했던 것은 열악하기 만한 이 지역 문화공간상황에서 그나마 예술회관 분관이라는 독특한 공간이 있던 덕택이다. 덕진동 호반촌에 위치한 예술회관 분관은 과거 지사 공관을 전시장으로 꾸며 시민들에게 내놓은 것으로 문화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야외 조각장 까지 갖춘 훌륭한 공간 하나를 얻었던 셈이다. 93년 이른바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명 ‘지방 청와대’를 없애고 공공시설이나 시민 휴식 공간으로 활용토록 한다는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북지사 공간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 결정에 다라 전북도는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내부를 개수, 124평의 귀빈실은 회화 및 조각 관으로, 41평의 사무실은 서예관, 75평의 지사관사는 공예관, 41평의 경호원 숙소는 전통공예관, 70평의 수행원 숙소는 사무실 및 향토사관으로 각각 용도 변경해 93년 6월부터 예술회관 분관이라 이름짓고 각종 전시를 이어왔다. 이와 함께 750평 크기으 정원은 야외 조각 공원으로 조성,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도 아울러 해 왔었다. 이렇듯 시민들에게 큰 기대를 안겨 줬던 전북예술회관 분관이 지금은 별다른 명분 없이 전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채 앞으로의 향방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사태의 발원은 ‘지방행정의 세계화’를 표방한 도에서 국제통상업무의 증대를 예상, 외국 손님 접대 등을 명분으로 예수로히관 분관의 일부 전시장을 영빈관으로 꾸며 이용하면서부터 비롯됐다. 더욱이 민선정부가 예술공간을 축소하여 영빈관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문화예술계에서는 권위를 앞세우는 구태를 벗지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예술회관이 아예 예술회관 분관의 대관 자체를 보류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예술회관 실무자들은 외국손님 접대 장소가 마땅치 않아 이 공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도의 일방적인 계획에 안이한 태도로 일관, 문제의 거론 자체를 꺼려하는 눈치이다. 예술회관 관계자는 분관 대관을 하지 않는 이유를 전시 도중 언제 회의장을 쓸 일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지만 그 실질적인 속사정은 언제 올지 모르는 외국의 귀빈을 접대하기 위해 도에서 공관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 내줄 수 있도록 대기 자세로 본관을 방치해 두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닌 것처럼 보여진다. 사실 전북예술회관 분관의 활용도를 들러 싸고 제기되어 왔던 그 동안의 지적은 근래 들어 더욱 심각한 과제로 부각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른 문화공간과는 달리 시내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관객들의 이용도가 높지 않다는 점, 전북예술회관 본관을 대관 하지 못했을 경우 궁여지책으로 분관을 대관 한다는 점, 그 밖의 대학 졸업전 등의 특수한 목적의 전시회를 중심으로 분관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당초의 기대엔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한해 분관의 실적에서도 이러한 아쉬움은 여실히 드러난다. 1월, 2월, 3월은 아예 비워진 채로, 하반기에도 졸업작품전과 예술회관 대관이 밀려 할 수 없이 분관을 택한 전시들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문화예술계에서는 전북예술회관 분관을 활성화하는 방안 모색이 절실한 과제로 제기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을 수렴하는 어떤 과정도 거치지 않고 전북예술회관 분관을 일방적으로 용도 변경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문화예술계에서 일고 있는 비판과 반감은 예상보다 훨씬 거세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 전북예술회관 분관이 활성화 방안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관심도 커졌다. 분관 활용 방안으로 떠오른 가장 설득력 있는 제안은 전북미술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상설미술관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이 하나 생기는 것이고, 어차피 영빈관으로 일부 사용하고 있는 장소에 외국손님이 온다 한들 오히려 전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시실로의 역할이 더 이상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바에는 이미 과포화 상태인 도립국악원의 부족한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방도로 거론되기도 한다. 이러한 제한은 우선 도립국악원과 지리상으로도 가깝다는 장점만으로도 관심을 모으기에 족하다. 이러한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무리하게 대관을 보류하기보다는 예술인들에게 탐문하여 좋은 방안을 기획한다면 예술회관 분관은 분명 문화공간이 부족한 우리 실정에서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충분한 하나의 방도가될 것이다. 더욱이 전북예술회관 분관의 용도 변경은 오랜 숙원이던 종합예술회관이 완공되는 그 시점에서 다시 거론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현재의 예술회관 분관에서 일어난 일련의 상황을 보면 지방자치 시대의 자치 단체장이 주민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행정, 권위주의적인 행정 탈피 노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아쉬움을 갖게 한다. 문제는 단순히 이 공간의 향후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 하는 것이 아닌 민선 정부가 진정한 문화정책을 수행할 자세가 되어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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