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2 | [저널초점]
저널이 본다
지도자의 할 일
글/ 김두경 서예가 「문화저널 」편집위원
(2004-02-10 15:29:38)
기호철학 하시는 분들은 어떤 특정 단어를 사용 할 경우에 그 단어에 대한 개념의 한계를 분명히 해놓고 논지를 전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기호철학 근처에도 못가본 사람인지라 “지도자”라는 특정 단어를 제목으로 쓰면서도 대충 얼버무려 볼까 했는데, “지도자”라는 단어의 뜻을 풀이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면 얘기가 좀 잘 플릴 것 같아서 국어사전을 펴 보았습니다.
“지도자 : 남을 가르키어 이끄는 사람”이라고 아주 간단히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지도자의 일이란 것이 참으로 간단한 것이어서 이렇게 간단히 표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생각보다 간단함에 놀랐습니다. 만약 사람들에게 지도자의 일이 이렇게 간단한 것이냐고 물으면 누구든지 쉽게 그렇다고 대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막상 지도자가 할 일에 대해서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설령 대답하시는 분이 계시다 할지라도 어떤 특정 분야의 지도자가 할 일을 말씀하시거나 우리 시대에 특정 정치 지도자에 대해 말씀하실 것입니다. 심지어는 그 특정 정치인에 대한 자기의 바램을 이야기하거나 그 지역의 숙원 사업을 해결해주는 것이 지도자의 할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나 오랫동안 군인이 정치를 이끌어 온 까닭인지 “그분”의 한마디나 그분의 입김으로, 나아가서는 그분의 한마디만 떨어지면 안되는 일이 없는 그런 지도자를 아직도 꿈꾸고 있다는 것입니다.꿈꾸고 있기는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밑에 짓밟힘을 즐기며 만들어 내고 있다느 ㄴ것입니다. 어떤 심리학자가 말하기를 사기를 당하는 사람에게는 그 마음속에 사기를 당할 수 있는 헛집을 이미 짓고 있기 때문에 사기꾼이 거기에 맞추어 그것을 현실에 잠시 투영 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떤 절대 권력이나 그에 대한 카리스마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 속에 이미 절대 권력에의 카리스마가 자리잡고 있었기에 그것이 가능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 옛날 제왕이 곧 하늘이었을 당시에도 우리에게 제왕은 최고로 훌륭한 지도자 상으로 결함이 없으면서도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분이었습니다.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저절로 잘 돌아가게 되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백성들이 그의 존재가 있는지 조차도, 존재의 필요성은 더더욱 인식하지 않게 하는 것을 최고 통치자의 할 일로 여겼던 것입니다. 물론 역대 제왕 중에는 현명한 제왕보다는 그렇지 못한 제왕이 많았던 까닭에 민중 위에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제왕이 대부분이었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랬다는 것입니다. 가르키어 이끔도 없이 존재 그 자체가 횃불이되어 방향을 제시했다는 이 황당한 말씀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가능했다기 보다는 저절로 그렇게 흘러갔겠지만. 만약 여기에 자동차가 있고 운전사가 있다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운전사의 마음이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지가 정해져 있다면 그 차는 결국 목표한 곳으로 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운전의 숙지 정도에 따라 안락함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그런데 만약에운전사가 가야 할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지 않고 다만 펼쳐지는 도로 상황에만 대처해 나간다면 지금 당장 안락하건 불편하건 간에 다만 가고 있을 뿐 어디로 얼마만큼 가는지도 모르고 해매다가 우연히 잘 될 수도 있지만 결국은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 나라의 명운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지도자가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서 그 국민은 가장 멋지게 인생을 여행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설령 국민의 뜻이 눈앞의 이익이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만 매달리는 것이 전부라해도 지도자가 앞을 내다보며 운전한다면 그 국민은 결국 그 지도자가 목표한 지점에 어느덧 다달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지도자의 생각은 중요합니다. 만약 지도자가 어떤 안목이나 목표가 없이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과 함께 희희낙락거리며 료류한다거나 국민의 유아적 습성을 맞추며 표류하는 국가는 희망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국민의 뜻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사욕을 채우기 급급하거나 국민을 강제로 이끌고 목표한 곳에 거려하는 지도자가 있는 국가도 온전치 못합니다. 설령 목표지점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그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이전에 차가 고장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정 훌륭한 지도자는 이 모든 것을 적당히 조절하여 무리없이 가는 것입니다. 큰 구도는 가지고 있되 구속하지 않으며, 보살피되 방종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지도자가 지금 발전적 목표를 지닌 지도자라 할 수 있을런지 의심스럽다는 것입니다. 나아가서 큰 구도를 가지고 제어해 나아가고 있는지는 더욱 의심스럽다는 것입니다. 참새가 대붕의 뜻을 어찌 짐작이나 하리오마는 그 누가 보아도 골격이 없는 풍선이요 방향을 모르는 럭비공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 큰 덕목이라지만 최소한 국민이 어디로 가고 있다고는 말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급브레이크를 잡는 일이나 국민이 원한다해서 되돌아가는 어리석음도 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가 한 개인을 볼때도 그 친구가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을때 그 친구가 좋고 그 개성이 모든 이에게 따뜻한 희망이 될 때 더더욱 그를 존경하게 되듯이 세계 속에서 한 국가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뚜렷이 우리를 세우는가 그것도 중요하고 우리가 하는 그것으로 인하여 세상의 모든 인류와 만물까지도 따뜻하게 되기를 성원하며 우리가 바로 설 때입니다. 우리 모두가 지도자의 마음이 되어 우리의 할 일을 제대로 해갈 때 우리는 바른 지도자를선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큰 지도자는 아직 변하지 않지만 작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때는 이제 80여일 남았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