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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2 | [문화칼럼]
국악 전통의 재해석과 전수
문화저널(2004-02-10 14:44:51)
이 지역의 전통문화에 대한 애틋한 분위기가 도내 국악계의 결정적인 힘이 되고 있지만 이미 몇 해전부터 눈에 띄게 힘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 한 해 역시 전통에 대한 재해석과 새로운 시도가 도내 국악계의 주요한 사업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는 도립국악원은 96년의 주요 사업으로 국악교육과 민속예술의 발굴, 국악공연의 활성화, 세계적인 국악예술의 육성을 정책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국악교육의 프로그램은 지난해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도리 것으로 보이지만 직장인과 학생을 위한 야간반이 확대된다는 소식은 강의 시간대를 맞추지 못했던 많은 애호가들에게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각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국악교실도 장기적으로 국악연구의 저변확대에 보탬이 될 것이다. 그리고 토속민요와 만가 등 민속예술을 조사하고 이를 기록관리하는 사업과 국악 연수교본 밑 향토문화예술 발굴 총서 등도 올해 안으로 발간될 예정으로 있다. 또 지난해 호평을 받았던 객사 야외공연도 올해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고 국악 상설공연도 월 1회씩 치러지게 된다. 여기에 도립국악원의 고정 레퍼토리인 창무극 <춘향전>이 동계 U대회를 맞K 전국 순회공연에 들어가고, 지난해의 해방 50주년 창무극에 이어 올해는 창극 마당놀이가 시도된다. 이 창극 마당놀이는 <배비장전>, <의기 논개>, <녹두장군>등의 작품 가운데서 선정되어 고유의 민속과 전통성을 살리면서도 현실에 대한 풍자와 감동을 일으키는 내용으로 제작될 계획에 있어 전통성과 상품성 모두에서 각별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화시대를 맞아 일본 민속예술단과 합동공연이 2월말로 예정되어 있는가 하면 일본, 중국, 미국 등지로 도립의 창작품을 가지고 진출하여 세계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도 세워져 있다. 도내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악원들도 96년의 사업계획안을 대체로 확정하고 있다. 먼저 국립 남원 민속국악원의 경우 92년 개원 이후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올해 마침내 공연장이 완공되고 현재 10명에 그치고 있는 전속단원들이 30명으로 늘어나면 10월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관광도시로 부상하고 있는 남원 지역의 특성을 살려 매주 남원 국악원에서 상설 공연을 올릴 계획도 세우고 있으며 , 그밖의 소규모 국악감상회나 지리산 국악공연 등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원민속국악원은 그 이름에 걸맞게 민속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훈련을 바탕으로 창작음악이나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방향을 갖고 있다. 정읍의 정읍사 국악원은 가무악극 <정읍사>의 전국 순회공연을 기획하고 있으며 1월에는 일본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동학문화제 등의 축하공연에 참가하고 호남우도농악의 발상지로서 우도농악의 전수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고창 동리국악당 역시 재작년부터 해왔던 판소리 다섯 바탕을 올해도 계속하여 매월 한바탕씩 5개월에 걸쳐 진행하고 전국어린이 판소리대회도 한층 내실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동리 국악당은 고창지역의 문화공간이 부족한 현실에서 지역문화단체들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여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운영방침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었던 국악 전문 대학 등은 아직 구상 단계로 지역 일부 주민들의 희망 사랑에 불과하며, 우선은 국악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통음악 전수관을 세우는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리 국악당만의 특징적인 사업으로 어린이들에 대한 국악교육에 관심을 집중하여 미래한국국악의 장래를 짊어질 인재를 육성하는 한편 일선교사들을 훈련시켜 각학교에서 전통음악을 가르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동리 신재효 선생의 출신지답게 판소리를 어린 학생들에서 중학생까지 많이 가르치겠다고 한다. 이사람 독음에 사활을 걸겠다 국립민속국악원 소리꾼 전인삼 지난해 대 판소리 주자중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했던 남원의 전인삼 씨(35세)는 96년에도 역시 하던 일 열심히 하고 가을쯤에는 서울로 올라가 흥부가 완창을 한 번 해야 하겠다는 것으로 한 해 계획을 잡고 있다 더구나 그의 스승인 명창 강도근 선생이 건강이 최근 급속히 나빠지고 있어 그의 마음은 더욱 급하게 아득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남원 소리에 대한 그의 애착은 점점 더 깊어만 간다. 남원소리의 맥을 찾겠다는 그는 김정문 선생의 추모제 계획과 남원소리의 이론적 정리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2등에 그쳤던 춘향제 명창대회에 다시 한 번 도전해서 올해는 장원하는 것도 그의 당연한 소망이다 어느 때보다도 소리에 대한 관심이 높고 분위기가 한창 좋은 이때 그는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말한다. 이럴 때 더 열심히 뛰어서 판소리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그가 전통적인 소리만으로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판소리가 예술적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 욕구를 충족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판소리가 새롭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실력있는 소리꾼들이 죽어라고 노력해야 되고 또한 과거 판소리 전성기 시절의 신화들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공부하고 그래서 그 전설적인 소리들을 오늘 되살려 낼 때 진정으로 판소리가 되살아 날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득음에 사활을 걸겠다고 한다. 그 동안 동편소리의 적자인 스승 강도근 명창을 대신해서 이곳 저곳을 다녔지만 그럴수록 겁나고 두려워진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제는 그로 인해서 이어지고 있는 남원소리를 더 많이 알리고 제자리에 세우는 것이 그에게는 이미 평생을 과제로 주어진 듯 하다. 힘이 따라줄지 모르지만 촌놈처럼 우직하게 막고 품겠다고 말하는 그의 96년은 그래서 비장하기조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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