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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칼럼
PC중급자 증후군에 대해서
글/ 최재호 자유기고가
(2004-02-10 14:42:07)
중급자는 사실 이제 막 컴퓨터에 대해 재미를 느낀 초보자와 같다. 그래서 그들은 초보자나 고급 사용자라면 절대 핮 않을 실수를 하곤 한다. ‘경험의 법칙’일까? 자신의 컴퓨터를 ‘마르타’삼아 오늘도 많은 중급자들이 아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어떤 컴퓨터든지보기만 하면 그 컴퓨터의 이곳 저곳을 들여다 보고 하드디스크에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구 실행시켜 본다. 물론 뒷책임은 전혀지지 않는다.
컴퓨터 관련 잡지를 사서 보기 시작한다. 간학 자신과는 전혀 맞지 않는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같은 고급사용자용 잡지를 사기도 한다. 각종 프로그램들을 복사하여 모으기 시작한다. 아울러 엄청난 돈이 없어지고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거의 걸레(?)가 된다.
매일 자신의 컴퓨터가 느리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빠르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CONFIG.SYS와 AUTOEVEC.BAT를 만지작거리다가 컴퓨터가 먹통이 디기가 일쑤이고 CMOS를 건드리다 하드를 포맷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을 실행하고선 종료시키는 방법을 몰라 컴퓨터의스위치를 꺼버리기보다는 빠져나오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아직 버릇이 남아서 찾다 못찾으면 과감히 꺼버린다.
조금식 컴퓨터 관련 이야기에 전문용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발음상의 문제가 겹치기도 한다.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다가 창피를 당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돈이 생기면 컴퓨터에 투자하려고 한다. 그런데 곧잘 바가지를 쓴다. 밥 먹기가 무섭게 컴퓨터 앞에 눌러 붙어 있는다. 덕분에 갖고들에겐 열심히 공부하는 걸로 보이기도 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자 한다. ‘한글과 컴퓨터’사의이찬진 사장과 같은 사람은 이상형으로 보인다(사실 이찬진 사장은 프로그래머가 아니다. 이찬진 사장은 한글의 초창기 버전에만 프로그래머로 관여했다).
드디어 나에게도 무언가를 물어보는 사람이 생긴다. 덕분에 지금까지 초보 시절에 당한 설움을 앙갚음한다. 모른다는 대답이 나오기 무섭게 그것도 모르냐며 면박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