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1 | [문화칼럼]
얼화랑의 재출발
문화 사랑의 소중한 결실
문화저널(2004-02-10 14:03:14)
얼화랑이 폐관 직전의 위기까지 몰렸으나 도내 미술인들의 적극적인 ‘얼화랑 살리기 운동’과 강력한 자립의지에 힘입어 새로운 출발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 88년에 개관하여 척박하던 전북 지역 미술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화랑 문화를 개척했던 얼화랑의 위기는 개관때부터 무료로 건물을 임대해주었던 화랑의 건물주가 바뀌면서, 지난 12월부터 임대료를 내야하는 형편에 처하면서 폐관의 위기에 몰렸었다. 더욱이 작년 미술의 해를 맞이하여 이를 기념하는 각종 미술행사가 성황을 이루고, 새로운 지역 화랑들이 때 맞추어 개관하는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전북의 지역 문화 풍토가 얼마나 척박한지를 확인시켜주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막 미술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던 어려웠던 지난 8년 전부터 상업 화랑으로 전북 지역의 화랑 문화를 이끌어 온 얼화랑은 시작 할 당시부터 사업가인 조성용 씨가 서양화가 유휴열 씨에게 공간을 자유로이 내주어 유휴열 씨가 직접 운영을 맡았었으나 후에 큐레이터르 fen고 간접적인 지원과 전반적인 운영상황을 점검하는 성격으로 이 공간을 운영해 왔다.
뜻 있는 독지가의 후원으로 시작된 얼화랑은 그동안 지역 미술계에 큰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창의적인 발표의 장으로서 입지를 굳건히 했고, 설치 미술에서부터 비구상 계열의 작품들까지 두루 섭렵하며 상업적 이해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공간 운영을 해 왔다. 올해로 8주년을 맞은 얼화랑은 작년 10월에도 [4+4 문화적 타이틀전]등 비중 있는 전시로 전문적인 전시문화 정착의 기틀을 마련했는가 하면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목적의 ‘전북청년미술상’을 제정하여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구상 계열의 작업이 많이 이루어지는 전북 화단의 현실 속에서 얼화랑은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를 두루 보여줌으로써 대중들에게 다각도에서 예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혀주었고 각종 각가 기획전을 통해 원로작가로부터 신인에 이르기까지 두루 전시 공간을 마련해 주면서 커다란 호응을 받아왔다.
이처럼 중요한 몫을 담당했던 얼화랑의 어려운 상황이 알려지면서 이 지역의 뜻 있는 사람들에 의해 얼화랑을 살려내자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러한 움직임의 결실로 임대료가 다소 낮아지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임대료가 당장 해결된 것은 아니며 얼화랑의 운영에 지속적으로 관여해왔던 서양화가 유휴열씨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현재 화랑을 맡고 있는 한춘희 관장 역시 그동안 모아 놓은 소장품을 내놓아 12월 22일부터 31일까지 소장품전을 열어 판매액으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까지는 폐관위기가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가면서 그동안 받지 않았던 96년도 대관신청을 받기 시작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지역 미술계의 척박한 풍토가 확인되었는가 하면, 이를 살리기 위한 미술인들의 노력,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어 가는 과정 등에서 하나의 화랑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등의 많은 과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