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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칼럼 중급자로 갑시다
글/최재호 자유기고가 (2004-02-10 12:30:24)
서른 여섯 이과장은 요즘 통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신출내기 신입사원들의 말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컴퓨터’라고 중얼거려 보기도 했지만 요즈음 그는 거의 체념한 상태이다.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그는 자신의 부서원들과 함께 프린트로 출력한 커다란 글씨들을 깨끗하게 잘라서 슬라이드필름으로 만들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발표장에 들어선 그에게 충격적인 장면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제 막 입사한 신출내기 사원 중에 한명이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는 그야말로 화려한 칼라와 배경, 그리고 음향 효과와 함께 만화영화와 같은 에니메이션을 통하여 건축할 건물의 내부를 보여주고 있었다. 프리젠테이션 자료의첫머리를 장식한 화려한 로고는 ‘Photoshop' 과 ’Illustration'을, 각종 수치와 도표는 ‘파워포인트’를,건물 내부의 모습은 ‘3ds' 와 ’auto CAD'를 , 그리고 이러한 장면들을 모두 조합하여 하나의 영화처럼 상영하면서 음향효과를 가미하기 위하여 ‘툴 북’이라는 멀티미디어 제작도구를 사용하였다. 거기에 더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신입사원은 개인적으로 인터넷에 자신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거기에 소속회사의 소개란도 두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과장은 도대체 너무도 빠른 컴퓨터의 흐름을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몸은 486에 머리는 286이라는 유머를 이해하는 수준에서는 OS/2 와 WINDOWS95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눈앞에 어른거리는 얼굴이 너무도 많았다. 아힘든 이과장의 하루가 그렇게 지고 있었다. 이과장은 바야흐로 PC정복의 길 중 첫 번째 고비인 ‘응용프로그램의 자유로운 사용과 선택’이라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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