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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2 | [문화저널]
이현배의 옹기이야기 현배가 만든 비싼 뚝배기
이현배(2004-02-10 12:24:01)
고향에 계시는 큰아범님께 인사를 갔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손가락 그림이 활발한 옹기 항아리가 눈에 띄어 들어갔습니다. 몇 번 소리를 했는데도 응답이 없어 그냥 살펴보고 있는데 늦게사 ‘누구요’하며 문을 열고 묻습니다 ‘지나가다 옹기 항아리가 좋아보여 구경 좀 하려구요’했더니 어찌 옹기를 보냐 합니다 ‘옹기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서요’하면서 아무래도 인사를 해야할것같아 ‘저 모르시겠어요. 왜순이 동생 현배입니다.’했습니다 그러자 ‘아 진안서 옹기한다는 현배? 어 이리 들어와라’ 합니다 그 아주머니는 저를 잘 압니다. 외순이라는 큰누님은 인공시절 아버님이 입산한 바람에 생활이 곤란한고 처신하기가 난처했던지라. 외가집에서 태어나 외순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을 덜자고 남의집살이를 갔던게 그 아줌마와 친구되는 술도가집이었거든요. 이끄는대로 들어가니 옛날 우리와 이웃에서 살았던 영희엄마가 계십니다. 저를 보시더니 반가워하면서 부모님의 안부를 묻습니다. 절을 하겠다고 앉으시라 하였더니 민망해하며 끝가지거절하는 것이 그집 부엌일을 돕고 있었던 까닭이었나 봅니다. ‘이거 니가 만든거니? 아 글세 내가 이걸 오만원이나 주고 샀다’ 뚝배기 종류였습니다 ‘진짜 좋은거라 사기는 했다만 어쩜 그렇게 비싸냐?’ ‘그렇죠? 옛날 같지 않고 만드는 품이 많이 들어서요’ 어찌된 일입니까. 내 물건들이 그 집에서 어색하지 않습니다. 내 어머니께, 외순이누님에게서는 어색하고 따로 놀던 내 물건들이 그 집에선 제자리인 양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비싸게 느껴지는 것에 저도 화가나요. 제가 만든 물건들을 제 부모형제가 못쓰는 꼴인게 저도 화가나요 하지만 어쩔꺼에요. 옹기를 제대로 한다는 것이 이미 그렇게 되버렸어요.’ 저는 화제를 돌릴려고 그집 딸 안부를 물었습니다. ‘큰 따님이 저와 동창입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 몇 살인데?’ ‘육십이년생 범띠입니다’ '그렇구나,서울서 살아. 신랑이 수질검사원이야. 환경처‘ 제기랄, 빌어먹을,염병할,씨부갈,호랑이가 콱물어갈! 하필이면 수질검사가 뭐야. 수질검사가 말하자면 내 아들이 ‘물’이고 내가 ‘이물 애비’ 인데 우리 부자(父子)질을 검사하겠다고 덤빌거 아냐... 그집은 고향에서 손꼽히는 부잔인데, 공직생활로 무슨 재주를 가졌기에 그만한 부를 축적했는지 납득이 안가는 집입니다. ‘일어설랍니다’ 하며 일어서는데 필요한 게 있다며 ‘내가 서예를 하거든, 사군자도 하고. 붓이 많아서... 붓통 좀 만들어줘라’ 합니다 ‘그러지요’ 하구서 그집에서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우울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집 장독대에 있는 어느 선배 옹기장이 무심함에 서운하기도 하고 나또한 그러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이고 하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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