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9 | [문화저널]
어린이 그림지도
과장과 생략을 통해 상징적 느낌을 표현한다.
어린이 그림의 발달관계 ②
글/이일청 군산전문대 교수 실내디자인과
(2004-02-10 10:17:19)
대부분의 유치원 교사들은 미술 활동에 즐거움을 갖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7-8년간 유아 미술을 강의하면서 느낀 것은 교사 스스로가 먼저 그리기 활동에 흥미를 느끼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근본 원인은 우리 나라 미술교육의 전반적 문제점으로 인식된다. 미술 시간이 즐거운 시간이 아니라 고통스런 시간이 되었으니 창의적 미술 활동은 아예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유치원에 가끔 부모 특강을 갈 때 제일 먼저 유치원의 환경 조건을 보는데 바람직한 환경 조건이야말로 어린이들 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다양한 조형활동이 이루어지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키우는 화분을 보면 물을 안 주어 메말라 죽어 가는 것을 종종 본다. 좀 심한 얘기로 이 정도면 미술교육 뿐 아니라 나머지 교육도 다 끝이라 생각한다.
살아 있는 생명의 소중함, 한 포기 식물이라도 소중히 아는 마음이 바로 창의적 표현 활동의 원천인 것이다. 어린이의 끄적거리기의 매력은 바로 이러한 살아 숨쉬는 생명력이 깃드는 데 있다. 어린이 표현 활동을 도와주는 부모나 교사는 어린이의 그리기 활동의 지도자가 아니라 어린이 스스로가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환경적 조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어린이가 그린 그림을 소중히 알고 집안의 벽면에 보기 좋게 걸어 놓았을 때 느껴지는어린이의 성췩감은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유명한 화가나 서예가의 작품보다도 우리 자녀가 그린 그림을 집에 걸어 두기를 권하고 싶다. 보면 볼수록 친근감이 가는 그림에서 뭔가 말로 할 수 없는 소박한 자연스러움이 내재되어있다. 어린이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들의 그림은 생활 속에서 새롭게 다가서는 일상을 호기심을 가지고 자유롭게 구성해 가는 것이다.
전(前)도식 단계
끄적거리기 단계가 지나면 어린이들은 삼각형, 사각형, 원형을 이요하여 사람이나 꽃, 나무, 태양 등을 그리게 되며 비로서 어린이 그림다운 표현을 하기 시작한다.
로웬헬드(Lowenfeld)에 의하면 전도식기를 난화기의 무의식적인 표현활동에서 처음 의식적인 표현 시대로 들어가는 시기라고 했다. 본능적 욕구에 의하여 그리고 싶은 대상을 자유롭게 그리는이 시기에는 아직도 재료를 쓸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여 완전한 형상은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 그림의 특징은 전체적 통일성이 없고 사람보다 더 크게 꽃을 그리고도 하는데 시각적으로 중요한 주제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여 크게 그리는 시기이다. 4세~6세 사이의 어린이들로는 제일 먼저 인간의 형상에 눈뜨는 때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기가 바라 본 바에 의한 시지각ㄱ의 형태로 창출해 낸다. 완전히 뼈대만 있는 건축물처럼 먼저 얼굴을 나타내고 몸체는 어린이의 성장과 더불어 선으로 표현하는데 눈과 손의 협응능력이 부족하여 어른들이 왼손으로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미술 실기 대회 심사과정에서 보면 어린이 그림에 선생님이나 학부형이 그려준 것을 볼 수 있는데 대개 왼손을 이용해서 어린이 그림같은 효과를 노린다. 그러나 어린이 아무리 왼손으로 그려내도 어린이 그림의 진솔한 표현은 흉내 낼수 없다. 세계 각 곳의 어린이 그림의 발달 관계는 비슷하게 형태 표현이 이루어지며 처음의 뼈대에 성장하면서 차차 몸통의 양감까지 표현해 내는 과정이 대동소이하다. 이때 너무 오랜 시간을 그리기에 치중하지 말고 미술의 한 영역인 만들기, 꾸미기도 같이 병행해서 조형 활동에 매력을 느끼도록 환경적 배려를 꼭 해야 된다.한 어린이가 억지로 부모 손에 끌려 왔는데 그 날 주제를 선생님을 그리도록하고 결과를 보니 선생님 얼굴을 연필로 찍어 수염을 그렸는데 그 어린이의 심적 상태를 볼 수 있어서 큰 공부가 되었다. 그리고 활동은 그냥 내버려 두어도 잘 해 나가며, 키가 크듯이 형상을 보는 눈도 신체 발달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데 선생님이나 학부형의 지나친 간섭으로 흥미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표현 특징은 무의미하게 그리던 낙서같던 그리기에서 반복되는 팔의 운동으로 시각적으로 최초의 형태가 나타나게 된다. 손놀림도 근육 발달에 대 근육이 먼저 발달하고 소근육이 후에 발달하기 때문에 조절된 눈과 손의 협응능력도 더울어 이루어 진다. 아른하임(Amhein)은 어린이들도 그림에서 실제 형태와의 유사성보다는 상징적인 형태가 더 강조되며 자연과 닮은 형태가 아니라 단지 상징적인 느낌을 나타내는데 더욱 관심을 집중한다고 했다. 집이나 나무 모양은 고정된 틀을 이루고 계속적으로 그려내는데 켈로그(Kellogg)는 어린이 그림 연구에서 어느 문화권을 막론하고 세계 어린이들은 집을 즐겨 그린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가장 자신과 밀접한 관계인 사람과 집, 나무 등 주위 사물의 현상을 그려 가는 것을 이 시기에 볼 수 있다.
꼭 우주인 같은 사람의 모습, 올챙이 같은 그려진 형태에서 필요한 것은 과장하고 불필요한 것을 생략하는 것이 이 시기의 어린이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가족을 그리게 했더니 한 어린이는 동생의 손과 몸통을 그리고 다리는 생략하였다. 부모에게 서지 못하고 기어다닌는 동생이있냐고 물어보니 가족관계도 모른는데 어떻게 아느냐고 놀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jfls이 그림은 진솔한 여과되지 않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이다. 전도식의 단계는 어린이 스스로가 표현하도록 도와주고 자연현상을 깨달아 나가는 과정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각 가정마다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림틀에 예쁘게 장식해서 걸어 두기를 다시 한 번 권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