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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9 | [건강보감]
한 번 검사와 한 번 약으로 건강은 지켜지지 않는다 암검진, 종합검진의 허상
글/정영원 완산구 보건소장 (2004-02-10 09:56:10)
전혀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되어 온 암이라는 질병은 이제 모두에게 올 수 있는, 언제 올지 모르는 아주 두려운 질병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보통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예지적 판단을 해야 할 언론인이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학자와 주민 건강을 관리하는 관리들도 모두 암의 무서움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뜨거운 땡볕 아래 땀흘려 거둔 수확을 한 겨울 암검사 혹은 종합검사라는 데 몽땅 쓰고서도 아까운 줄 모르는 사람들, 직장에 취직하여 힘들게 저축한 돈을 부모의 암검진에 모두 써버리고 흐뭇해 하는 효자 효녀들,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1년에 몇 억원을 쓰고 있는 관청의 일들이 매우 큰 미담이나 좋은 사업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농부들이 곡식 한알을 매우 귀하게 다루고, 주부들이 콩나물 값 조금을 아끼고자 하는 모습을 생각한다면, 암검진이라는 곳에, 혹은 종합검진이라는 곳에 쓰고 있는 그 많은 돈이 과연 그만한 값어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알려고 한다거나 따지고자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같다. 오히려 그것을 알려고 하는 따지는 것은 마치 큰 불효가 되고 주민 복지 정책에 큰 장애가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우리의 몸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다. 태어난 후 한 번도 안 바뀌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뼈도 5년이면 완전히 탈바꿈을 할 정도로 우리의 몸은 항상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암이라는 것도 우리 몸의 변화에서 생기는 하나의 예외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완전한 종합검진이란 있을 수도 없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 순간의 검사일 뿐이기에, 오늘 암이 아니라고 판정되었지만 한 달 후엔 다시 암으로 판정 받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의사와의 대화를 소홀이 한 검사는 쓸모가 별로 없는 검사가 된다. 따라서 한 번의 단순히 검사만을 실시하는 종합검진, 암검진이 땀흘려 일하는 사람의 소원이 되도록 하여서는 안되며 효도의 선물이 되어서도 안된다. 더더욱 관청의 환심성 사업으로 선택되어서도 안된다. 적어도 건장문제만큼은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따라, 혹은 들리는 말만 따라 결과에 상관없이 행동하기보다 좀더 생각하고 따지는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땀흘려 얻은 돈을 한번에 검사에 낭비하도록 자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한번의 검사와 한번의 약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며, 아무리 건강을 위해 쓴느 돈이지만, 그 돈이 제대로 잘 쓰였는가를 비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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