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8 | [시사의 창]
유종근 지사에게 기대한다
글/천이두
(2004-02-10 09:49:14)
먼저, 우리 역사상 최초의 민선 지사로 취임한 유종근 지사에게 축하를 드리면서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소견을 말하고자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종근 지사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은, 야당을 선호하는 이 고장의 민의가 크게 작용한 탓이라 하겠지만, 이와 아울러 젊고 때묻지 않은 일꾼에게 도정을 맡겨보자는 도민들의 기대심리도 적지아니 작용했으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기대 속에 압도적인 다수의 지지로서 당선된 유 지사로서는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마련되었다 하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도민들의 이러한 지나친 기대가 유 지사에게는 오히려 무거운 짐으로 느껴지는 국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어떻든 소신을 가지고 일함으로써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주기 바란다.
지방화시대의 전북 도정의 첫장을 열어나가야 할 유 지사의 역할은 막중하다. 더구나 중앙정부와 광역단체장 사이에, 광역단체장과 그 산하의 기초단체장 사이에 재정, 인사문제 등의 권한 배분이 아직도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국면이적지 않다고 들었다. 그리고 광역단체 상호간에도 때에 따라서는 이해가 상층하는 경우가 왕왕 있을 것이다. 이런 여러 어려움들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지방화시대의 바람직한 틀을 짜 나가야 하는 유 지사의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남음이 있다고 하겠다. 첫 출발이 올바를 때 그 유구한 미래도 올바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적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 지사가 감당해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는 야당의 지사로서의 특수한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는 일이라 하겠다. 이 문제는 지난 번 선거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야당측 후보와의 사이에 뜨겁게 대두된 이슈이기도 했었다. 야당 소속의 지사로서의 역할은 매우 어렵고도 소중한 바 있다고 하겠다. 야당 소속의 지사로서의 중요성을 인식하였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도민들은 유 지사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전북은 문화적으로는 매우 풍요로운 토양을 간직하고 잇지만 경제 산업적인 면에서는 다른 고장에 비하여 매우 낙후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정치적 행정적인 면에 있어서도 오랫동안 소외당해온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여러 조건들이 결국 야당소속의 유종근 후보를 지사로 선택한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유 지사로서는 이러한 우리 고장의 민의를 바르게 파악하여 우리 고장의 풍요로운 잠세력을 최대한으로 활성화시킴으과 아울러 낙후된 조건들은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의 대응관계를 최선의 조건에서 유지해야 할 것며 동시에 우리 고장의 여러 잠세력들을 개발하는 데에도 최서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과 관련하여 국제화시대의 전부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있어서의 유 지사의 역량에 거는 도민들의 기대가 매우 크리라 생각한다. 유 지사는 경제학을 전공한 쟁쟁한 학자이며, 미국에 있는 동안 주지사의 경제 자문역도 맡은 경력의 소유자이므로, 이 분야에서 발휘하게 될 유 지사의 역할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가 크리라고 본다. 국제적이 안목에서 도정의 어려움을 풀어나감으로써 오랫동안 침체 일로에 있었던 우리 고장의 경제 산업의 분야가 활성화될 수 있기 바란다.
전라도의 자랑은 뭐니뭐니 해도 그 높은 수준의 문화적 잠세력이라 할 것이다. 판소리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표상되어 있는 바 짙고도 격조 높은 전라도 문화의 개성은 민족문화의 높은 수준을 이룩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전라도를 일러 예향이라 이르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런 자랑스런 문화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대와 이후 일제의 식민주의적 문화정책 및 그릇된 중앙집권적 문화정책으로 말미암아 전라도 문화는 어느새 변방문화의 자라에 물러앉게 되었던 거이다. 그러나 전라도 문화의 바탕은 아직도 풍요롭다. 이 풍요로운 문화적 잠세력을 다시금 활성화하여 찬란한 민족문화의 꽃으로 피워내는 일이야 말로 지방화시대의 우리 고장이 감당해 나가야 할 매우 중요한 역할의 하나이다. 이 분야에서의 유 지사의 생산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바이다.
유 지사는 이번 선거 기간 중에 여러 가지 공약을 하였다. 이런 공약들을 한꺼번에 다 실현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일에는 선후가 있고, 대소가 있으며, 장기·단기의 구분이 있다. 쉽게 실현시킬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임기 안에 끝낼수 힘든 것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분별하여 차근차근 실현시켜 나간다면 도민들 또한 이를 믿고 보람을 느끼면서 자기 소임을 다할 것이다.
이제 지방화시대이 새 기원을 열어가야 할 소중한 시점에 있어서 도민들의 앞장에 선 유 지사의 책임은 무겁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도민들 개개인에게도 무거운 책임이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도민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도민에 앞장선 유 지사의 창의적 지도도 소중하지만 이에 호응하는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시대가 그야말로 ‘자치’의 시대로 되기 위해서는 도민 하나하나가 그 자치시대의 주인이 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앞장선 유 지사는 올바르게 민의를 파악하여 적절한 정책을 개발하여 소신껏 밀고 나가고, 도민들은 이를 믿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간다며 우리 고장 전북도 잘 사는 고장으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