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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8 | [문화저널]
남성후보 여덟 명과 벌인 15일 동안의 치열한 선거전
문화저널(2004-02-10 09:37:02)
안녕하세요. 송천동 시의원 오정례입니다. 당선 이후에 너무 많은 축하와 기대 전화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수퍼 아줌마가 어느날 갑자기 시의원 하겠다고 나서서 이웃을 놀라게 하더니만 진짜로 당선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하시면서 소 돼지 잡으라고 아우성입니다. 줌마도, 직장에 다니고 있는 아름이 엄마도 다음에는 나의 경쟁상대가 되겠다고 하시면서 정치는 돈도 있고 어느 정도 지위도 있는 남성들이나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신발가계 아일 열심히 하지 않고 게으름 피우면 3년 후에 보자면서 알아서 하라고 하십니다. 5년 된 중고차 빨강색 프라이드한대와 결혼해서 저금해 놓은 돈 기 백만원으로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성이 여성을 안 찍은 다는데’ 라고 말하는 남성 동료들, ‘애 하나 더 낳고 살림이 좀 잡히면 출마해도 늦지 않다’는 가족들의 충고, 보수적인 도시로 알려진 전주에서 여성 당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들. 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출마하게 된 것은 여성의 정치 참여에 대한 사명감과 나라를 위해서 이제 여성도 한 몫 담당하겠다는 애국심 때문이었습니다. 결혼 이후 활동을 중지하여 인간관계와 대외활동의 부족이 가져오는 거림감과 당선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처음에는 돕기를 대부분 꺼려했습니다. 남편인 형철 씨가 사무장을 맡고 어머님께서 딸 한솔이를 맡고 고모에게 수퍼를, 친구인 말례가 수행을 맡기로 분담하고 선거는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남성후보 8명과의 치열한 15일간의 선거전에서 당선 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8명의 후보들은 조직과 자금에서 저마다 앞서 가고 있었지만 인구 4만의 큰 선거구라는 점은 그리고 4개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어 기초의원 선거는 여론의 관심 밖으로 몰려 주민들의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는 점 등이 검토되고 이 선거에서는 이름 석자 알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여성이라는 점은 저를 알리는데 50%는 성공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송천동의 가장 큰 문제인 도로 병목현상으로 아침 출근길에 그곳을 통과하는데 10여 분 이상씩 걸린다는 사실에 착안해 첫날부터 이곳을 통과하는 주민들을 향하여 1시간 30분씩 유세를 했습니다. 15일간의 이 유세가 제 선거전의 가장 큰 전략이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으로 후보들을 접할 수 없는 직장인들과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오시는 곳곳의 상인들에게 여성 후보의 끈질긴 노력은 높은 점수를 받았고, 여론 형성 역할을 하는 택시와 벗, 양로당 등에서 인기 있는 후보가 되었습니다. 아침에는 삼거리에서, 오후에는 아파트 곳곳을 순회하면서 거리 유세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주부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것은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여성이 여성을 찍지 않는다는 점을 정면으로 승부하지 않고서는 당선이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이러한 기우를 깨고 여성이 여성을 지지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 선거였습니다. 선거가 후반전에 접어 들면서 주부 자원봉사자들이 늘어 갔고 막바지에는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명함 돌리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 몇 가구 살지 않는 남들이 가기 꺼리는 곳은 65세가 되신 친정 아버님의 몫이었습니다. 다리에 파스를 뿌려 가면서 그 뜨거운 날 막내딸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아버님, 얼굴을 내밀고 싶으셔도 딸 한솔이가 엄마와 떨어지지 않을까봐 오시지도 못하고 애만 태우면 시골 동네에 혹시 송천동에 아시는 분 없나 조사하러 다니시던 엄마, 졸업 이후 취직을 못시켜 마음 아팠다며 이번에 반드시 당선시켜 의회에 취직(?)을 시키겠다며 뛰시던 교수님, 이번 당선의 공로는 바로 이 분들의 몫이었습니다. 초반 선거전략의 성공으로 선거 중반쯤에는 오정례 후보를 모르는 사람의 거의 없었습니다. 종반전으로 접어 들면서 체력관리와 특히 목 관리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70여 회 이상의 유세를 하기까지 하루에 달걀을 참기름에 띄워 3-4개 정도를 먹었습니다. 훌륭한 선거전략과 선거 봉사자들의 헌신으로 선거결과는 압도적이었습니다. 8명의 남성 후보를 제치고 4.021표로 1등 당선을 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송천동 대표의원으로서의 업무와 여성의원으로서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저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짧은 기간에 많은 변화와 발전을 겪은 송천동은 민원이 산적해 있습니다. 20여 단지 이상의 아파트 증축으로 늘어난 인구에 비해 제반 시설이 미비하고 주민들의 불편이 많은 것입니다. 물론 의원이 역할이 행정을 직접 펴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시와 동사무소에 요구해 왔던 것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기에 직접 제게 찾아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지역을 위해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요즘 어디다가 축하한다는 소리와 함께 여성의원으로서 남다른 활동에 대한 기대의 소리르 자주 접하곤 합니다. 여성이 하는 정치는 어떻게 다를 수 있을까? 물론 정치가 여성정치, 남성정치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세기의 정치·사회를 이끌어온 남성 정치인들에게 결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이 인색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권위와 통치의 시대를 끝내고 지방자치의 시대를 열어가는 길목에서 진정 주민 자치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와 발상의 전혼이 필요하며 이에 적합한 인물로서 여성의원에게 새롭게 기대를 걸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과 성장정책 일변도의 반세기는 오늘날 삼풍백화점 붕괴하고 등의 참사를 낳게 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를 기대하는 시민들에게 여성의 섬세하고 알뜰한 정치가 필요합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정책만을 다룬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여성들의 꼼꼼하고 알뜰한 솜씨로 지방살림 구석구석을 살피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127명의 여성의원이 당선됨으로써 0.9%에서 2.2%로 신자되었습니다. 아직 기대치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여성의원들의 활동 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원으로서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문화적 환경을 개선하고 여성 정치지도력을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여 정치·사회발전에 기여하고 합니다. 얼마전 ‘중노 2동 여성 공무원 전담동’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 계획이 여성 공무원의 승진과 채용에 있어 실질적인 차별을 줄여 나가기 위한 전환이 되길 바라며, 평등한 고용과 채용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직장인을 위한 탁아 보육정책의 문제, 학교 급식 전면 실시 문제 등을 다른 위원들과 연대하여 임기중에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물론 3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 시작만 해놓고 끝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7월 12일 제5대 본회의가 처음 개최되어 4일간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 구성을 마쳤고 저는 사회산업위원회에 배속되어 간신의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시민의 복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본 위원회의 업무 파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8월 초에 있을 추경 예산 심의를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30대 젊은 의원이 10여 명 당선되어 의회의 새로운 변화와 활력의 기대치로 모아지고 있고, 이들의 각오 또한 기대해 볼 만 합니다. 15일의 선거 기간 동안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외쳤던 말이 생각납니다. “여러분이 당선 시키는 것은 오정례가 아니라 우리 주부들이 하는 정치, 알뜰한 정치, 신바람 나는 정치를 당선시키는 것입니다. 여러분~!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일에 여성과 남성이 따로 있을 수 없으며, 더구나 낙후된 지방 살림 살리는 데 여성의 알뜰한 손길이 더욱 더 필요합니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일 잘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내가 출마하여 당선되어 가장 기분 좋은 일은 나라와 국민을 향한 뜨거운 애국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출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과 그들로 당선되어 봉사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당신 남편이 출마한다고 반대하진 않았나요?” 선거 사무장을 맡아 시종일관 지원해 준 남편에게 그리고 보고 싶은 엄마 얼굴 참고 할머니 밑에서 잘 참아준 딸 한솔이에게 당선의 공을 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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