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8 | [시]
아범아 별일 없지야
문화저널(2004-02-10 09:33:18)
어머니, 텔레비전 뉴스를 보시다가 세상이 또 시끄러우니 전화를 하신 게지요 제가 다 압니다. 그냥 아이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를 하셨다는 그 말씀을 곧이 곧대로 믿들 만큼 철없지는 않습니다. 선거철에다가 노조파업이니 뭐니 법석들이니 또 걱정이 앞서서 전호를 하신 게지요 어머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려면 제가 새끼들 몰라라 하고 함부로 날뛰겠습니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도 조금은 알았는걸요
어머니 제발 달빛 더듬으며 뒷산에 올라 아버지 무덤 뙤장을 세 삽씩 뒤짚은 일일랑 그만 두세요, 어디 하늘이 있습디까 재 너머 무당에서 헛돈 들이는 일 정말 이젠 그만 두세요 빨갱이 물든 자식 여순 때 반란군했던 아버지 무덤 뙤자아을 파 뒤짚는다고 파랭이 되겠나요 애꿏은 무덤 뙤장일랑 그만 파 뒤짚으시고 달빛에 파스라니 떨리는 그 삽날로..... 어머니 부정한 세상 탓이려니 여기시고 맘 편히 드세요 세상천지 하늘의 법도가 어디 있습디까 믿어도 좋을 청한 하늘 한자락인들 있습디까 오직 하나 하늘은 당신의 그 마음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