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8 | [문화저널]
오동나무 장롱의 깊은 뜻
가구의 구입
글/김보금
(2004-02-10 09:32:20)
얼마전 아는 분 집들이를 가게 되었다. 많은 세대가 한꺼번에 입주해서인지 아파트 주위는 버린 폐기물 등으로 어수선했다. 평소 남의 집 갖추어 놓고 사는 모습을 좋게 보아야 하는데 내 눈에는 이것도 과소비 저것도 낭비들로 아니꼽게 집어내는 못된 성질로 아예 남의 집 집들이는 잘 가지 않는다. 그러나 평소 우리 단체를 후원해 주시는 분이라서 큰맘 먹고(?) 그 집을 찾아가면서 깜짝 놀랐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부터 쓰지 않겠다고 버린 가구들 중에 똑같은 모양의 신발장과 싱크대 등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기본 품목의 장식장이나 신발장 등의 가구가 맘에 들지 않자 입주하면서 새 것을 그대로 갖다 버린 것이다.
세상천지 헌것도 아닌 새것을 그냥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가슴이 다 허전하고 가끔 이런 이야기는 들어 보았지만 정말 걱정스러웠다.
얼마전 한 주부는 막상 입주할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 갔더니 거의 대부분은 기본품목이 없이 선택 품목으로 아파트에서 부담해야 할 부분까지도 소비자에게 전가시킨다면서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버릴 가구보다는 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소비자의 의사를 반영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담하지 않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마치 소비자 부담없이 장식장, 싱크대 등을 그냥 설치해주는 것 같지만 그 부담은 소비자 몫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과소비 운운으로 가구를 아예 사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주거 형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요즘 우리 소비자 단체는 새로운 운동 방향을 어디에 둘 것인가 계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소비자 피해구제나 법안 정립, 상품 테스트 등 할 일이 많지만 결국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새로운 소비자 정책”으로 나가고 있다. 이것은 자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소비자의 욕구는 무한정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소비란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고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소비, 즉 환경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나갈 수 있도록 소비자 운동의 방향이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구 하나라도 어떻게 하는 것이 나무 하나 더 살릴 수 있는 방향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다구나 통계에 의하면 열대림의 원목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일본이고 그 다음은 우리나라이다. 우리보다 훨씬 많은 가구 수와 인구가 많은 미국이나 유럽의 나라들과 비교할 때 원인은 주거 형태에서 나타난다. 이사 한번하고 시집갈 예단 한번 준비할 때 가장 큰 부담은 가구이다. 장롱, 화장대, 찬장, 문갑, 장식장, 침대, 책장, 식탁 등등 이제 장롱 하나만이라도 붙박이 형태로 바뀌어 자원을 줄여야 한다. 먼저 아파트 구조의 변화와 또한 그런 아파트를 선호하는 소비자 의식이 같이 따라줄 때 가능하리라 본다. 어떻든 가구 하나라도 덜 사고 오래 사용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소비 측면에서 볼 때 경제적 이득은 차지하고라도 제대로 된 소비라고 본다. 어떻든 일단 가구를 구입해야 될 입장이라면 평소 우리 단체에 접수되는 사례를 짚어가며 오래 사용하고 또 소비자 피해를 줄여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한 소비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사례를 들어가며 가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김 모씨는 이사와 함께 장롱과 소파를 구입하기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가구점 순례를 했다. 비슷한 가격과 모양새들로 고민하다가 그래도 유명 메이커가 낫다고 생각하고 원하는 가구를 구입했다. 구입 며칠 후 거실에 놓여진 소파를 우연히 눈여겨 보던 도중 박음질 부분이 미어지며 사용할수록 점점 더 벌어지자 소파의 앞뒤를 뒤집어 가며 제조처 표시를 확인했다. 또 장롱까지 살펴보아도 회사 마크가 없자 구입한 달 만에 판매처에 가서 항의를 했다. 그러나 주인은 소비자가 선택한 제품을 판매했으니 전혀 잘못이 없다고 버티자 우리 단체에 찾아왔다. 현재 유명 메이커 대리점에서는 환 업체의 제품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흔히 사제품이라는 중소업체의 제품도 같이 판매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소비자들은 전시된 제품이 마치 간판에 표시된 제품으로 알고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업자는 판매시 소비자에게 어떤 업체의 제품인지 미리 알려주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어야 하는데 팔고 보자는 식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 소비자들은 조금 불편해도 가구 구입시 어느 회사 제품인지 확인하는 영수증을 요구해야 한다.
두 번째는 불량 제품 구입시의 문제이다. 박 모씨는 꽤 비싼 장식장을 구입했다. 구입 4개월 만에 문이 헐거운 하자로 네 번이나 수리를 받았어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문이 저절로 열릴 때 안에 넣어둔 물건이 쏟아져 내릴까 걱정이 되고 계속해서 수리를 받을 수 없어 교환을 요구 했지만 업체에서는 수리만 고집하자 고발한 경우다.
가구의 가격은 알다시피 시장의 낮은 가격의 상품에서부터 낙관까지 찍힌 몇천만원씩 하는 고가의 가구들이 있다. 그러나 단가가 높은 가구에 하자가 발생하면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수리로 오고 가는 과정에서 흠집이 생기기 일쑤고 업체에서는 고가이기 때문에 교환도 잘 안 할려고 한다. 그러나 소비자 피해 보상규정에 의하면 1년의 품질보증기간 이내에 같은 하자가 3회째 발생되면 교환이나 환불토록 되어 있다. 하자 종류는 다양하지만 좀 발생, 문짝이 휨, 도장 불량으로 칠이 벗겨지는 경우 등 가구의 뒤틀림이나 침대의 스프링, 매트리스 품질 불량 등에는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명 메이커 가구라 해도 우리 전북지역에 자체의 서비스 센터는 여건상 있지 않기 때문에 광주나 대전 관할에서 일주일에 한번 단위 식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구입처에 일단 접수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계약금의 문제이다.
요즘 가구업계에서는 새로운 판매 전략 중에 하나가 ‘예약 세일’이다. 세일 기간중 소비자가 일전이 계약금을 내면 세일이 끝난 후에도 세일 금액을 적용해 주는 방법으로 가끔은 아파트 입주나 결혼을 앞두고 또는 충동구매 등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도 다른 가구를 시장 조사 중에 해약 할 수 있고 또는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될 경우 소비자 귀책 사유로 가구를 살 수 없을 때가 있다. 또한 사업자 입장에서도 다른 소비자에게 가구를 미리 팔았기 때문에 소비자와 약속된 날짜에 배달을 못해주는 때도 있다. 이 때 이미 소비자가 준 계약금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상품과 달리, 계약금을 미리 주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가구류이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보상규정이 만들어져 있다. 만약 판매처가 약속을 위반하여 소비자가 물건을 제때 받지 못하면 계약금이 물품 대금의 10%의 넘을 때는 계약금의 물품 대금의 10%를 합한 액수를 환불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반대로 소비자 사정으로 혜약할 때는 계약금 중에서 물품 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 잔액을 환불 받을 수 있다.
2백만원 가격의 제품을 구입하면서 계약금 3십만원을 주었다면 10%에 해당하는 2십만원을 제하고 십만원을 환불 받을 수 있다. 그 외 권장 소비자 가격에 의한 피해, 색상 차이에 의한 피해 등 다양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가구는 10년 이상을 사용할 생각으로 구입해야 한다.
같은 업체의 제품이라도 판매처에 따라 10~20%씩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점포별 가격조사를 시시해보고 장롱문이나, 장식장의 선반 높낮이 조정 등 직접 꼼꼼이 살펴보아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원목 가구는 건조 상태가 좋지 않아 구입 후 뒤틀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손으로 두드려보는 방법 등으로 체크해 보아야 한다.
옛날 어른들은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어 장롱과 함께 시집을 보냈다 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애틋한 뜻과 지혜가 있겠지만 시집올 때 가져온 농이 2대, 3대 후손까지 내림하는 옛 조상님들의 깊은 절약의 뜻이 요즘 우리시대에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