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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8 | [문화저널]
멸종위기에 놓인 부안종개
글/김익수 (2004-02-10 09:28:27)
전라북도 서해안에 위치한 변산 반도는 산악지대인 내변산과 해안지대인 외변산으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내변산에는 노령산맥의 한 지맥이 뻗어 내린 기상봉(500m)을 비롯한 쌍성봉, 옥녀봉 및 선인봉 등의 작은 산들은 울창한 수림과 깊은 계곡을 이루고 있고, 이곳에서 발원한 계류가 모인 백천은 부안군 하서면 해창리에서 황해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백천은 우기에는 유량이 많아 하천으로 이어지지만 이 시기를 지나면 자갈바닥이 드러나 군데군데 깊은 소(召)가 되기도 한다. 1983년 백천에서 서식하는 어류에 대한 조사에서 14종의 민물고기와 7종의 기수성 어류가 확인되었다. 담수어는 부안종개, 갈겨니, 꾹저구, 돌고기, 긴몰개, 피라미, 검정망둥, 밀어, 버들치, 붕어, 눈동자개, 미꾸리, 미유기였는데, 그 가운데서 부안종개는 전체 확인된 개체수의 반 이상(53%)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이 서식하고 있었다. 한편, 이곳의 부안종개는 인접지역의 하천에서 서식하는 참종개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몸 옆구리의 반문이나 척추골수 등이 아주 달라 분류학적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필자와 이완옥 박사(당시 대학원 학생)는 부안 백천에 서식하는 집단을 새로운 아종(亞種)인 코비티스 코리엔시스 푸미러스(Cobitis Koreensis Pumils)로 명명하고 국명으로는 ‘부안종개’라는 이름을 이때 처음으로 지어 발표하게 되었다. 자연환경에서 새로운 종(種)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하여 학자들마다 여러 가지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이해되는 것은 지리적 격리에 의한 종분과의 이론이다. 즉, 넓은 범위에 걸쳐 분포하는 한 종의 집단이 지리적으로 격리되는 동안 외부모양으로 구분 될 만큼 달라지게 되지만, 서로 교배가 가능하다가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나중에는 그들 사이에 생식적으로 서로 격리되어 새로운 종이 형성된다고 본다. 이와 같이 외부모양은 다르면서도 생식적으로 격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 있는 집단을 아종(亞種 subspecies)이라고 한다. 따라서 부안종개가 아종으로서 인접지역의 하천에 있는 참종개와 구별된다는 것은 부안 백천의 환경적인 특징이 주변의 다른하천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기 때문에 부안 종개의 출현은 오랜 세월에 걸쳐 그 집단 내에서 진화를 해 온 결과를 분명히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1989년부터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백천 하류에 부안군과 고창읍 및 서해안의 인접지역에 용수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 높이 13m, 길기 178m, 총저수량 4천 1백만m3의 인공댐을 건설중에 있는 바, 이 댐이 완공되면 하천 생태계가 크게 변모되고 부아종개의 서식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되어 왔다. 1983년 부안 백천에서 담수어 출현 개체수 전체의 53%를 점유하여 가장 우세하게 서식하고 있던 부안 종개는 10년 후인 1993년 조사에서는 4번째 순위로 나타나면서 전체의 10.2%를 차지한 반면에, 피라미, 긴몰개, 갈겨니가 더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어 그 동안 담수어류의 서식상황이 크게 변모되었음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최근 5년 사이에 백천에서는 자갈과 모래채취가 수행되고 하천의 하류가 바다로 유입되지 않고 댐으로 막히게 되어 이곳에 서식하는 어류생활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 곳에 뱀장어, 꾹저구, 검정망둑 등이 아주 많이 출현하였으나 현재에는 이러한 종류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댐호가 완성이 되면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부안종개를 비롯하여 계류에 서식하는 어종의 서식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부안종개는 전장이 30~40㎜이하인 작은 개체들은 비교적 얕고 흐름이 거의 없으며 모래가 있는 곳에서 서식하는 반면, 전장 50㎜이상의 큰 개체는 여울과 소의 중간 부분이 되는 수심 20~50㎝정도의 모래와 자갈이 깔린 곳에서 밀집해서 살고 있다. 5월 중순경이 부안 종개의 산란시기로 추정되는데 이때 전장이 55~60㎜정도가 되는데, 개체는 암컷 한 마리에 142~878(평균329)개의 알을 가지는데 알의 직경은 1.2~1.5㎜정도가 된다. 부안종개는 주로 규조류를 먹고사는데 부분적으로 수생곤충이나 모기유충을 섭취하기도 한다. 생물종은 그들이 출현하는 지역의 과거와 현재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서로 다른 범위를 가지고 분포하는데, 담수 어류는 항시 제한된 수역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그 곳 담수환경의 특수조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지역 고유종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이 오랜 세월에 걸쳐 제한된 좁은 지역에서만 살아오던 부안종개가 인위적인 환경변화로 인하여 서식개체수가 점점 감소되고 있어 생물종의 보존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미국의 메인주 세인트 죤강에 10억불 이상되는 댐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대에 자생하는 잡초 퍼비시송이풀(Furbish lousewort)이 멸종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댐건설이 중단되는 사례도 있다. 결국 지금은 잡초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장차 새로운 질병이 생겨나는 경우 이 잡초가 인명을 구제할 “약”으로 사용될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그 잡초를 다른 강둑에 옮겨 심으면 되지 않느냐 하는 논의도 있었으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자생지 변경에 성공한 사례는 5%에 불과하므로 멸종위기에 있는 식물을 자생지에서 옮긴다는 것은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여 결국 댐 공사를 포기하게 되었다. 한 민족의 문화유산이 독특한 것처럼 어느 지역에서 나타나는 생물상은 결코 복제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나타내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문화유산으로 지켜 보존하는 것처럼 우리의 자연환경에서 형성된 고유한 생물자원도 보존해야 할 사명이 있는 것이다. 이른바 생물다양성 협약이랑 생물의 종을 관리-보존하기 위한 협약으로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생물종은 그 나라의 생물자원으로 이러한 자원이 부족하면 앞으로 국제적으로 크게 어려움을 당하게 되리라 예상된다. 부안 종개는 우리 나라 고유한 생물종이면서도 매우 협소한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데다 댐건설로 인한 서식조건마저 크게 변모되고 있는 점으로 보아 멸종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생물자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존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부안 백천이 발원되는 내변산의 산내면 중계리의 꽝꽝나무와 산내면 중계리와 청림리 일대의 미선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 124호와 제370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꽝꽝나무는 상록 관목으로 주로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의 여러 섬에 분포하는데 부안의 중계리 군락은 내륙지방의 최북한지가 되고 있고, 한국 특산 희귀식물인 미선나무는 충북 괴산군이 분포의 남한지로 알려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나 부안지역의 미선나무는 그보다 훨씬 남쪽이므로 최남한지가 된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도 부안 백천일대의 식생이나 담수어류의 분포는 생물지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 미선나무 군락은 댐호의 담수시 수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식된 바 있다. 그러나 부안 종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이 없어 멸종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초조사를 통하여 부안종개 보존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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