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7 | [특집]
돋보이는 기획, 답습되는 문제들
제37회 풍남제 주요행사
편집부
(2004-02-05 16:46:31)
한지공예대전
예총전주시지부가 마련한 야심적인 프로그램으로 이번풍남제기간 동안 가장 큰 호평을 얻었다. 이미 한달여 전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작품을 공모했고 그 입상작을 풍남제기간동안 기아자동차 전주지점 전시실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한지공예대전이 올해야 비로소 제1회를 맞이하지만 그 의미가 과소평가 될 수 없는 것은 지역축제가 가져야 하는 지역성과 전통성 그리고 상품성 드으이 필수적인 요건을 두루 갖추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즉 전주 한지가 실질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주 한지의 명성을 부분적으로 유지하면서도 공예라는 새로운 전통상품으로 탈바꿈한 것은 이번 풍남제의 두드러진 성과로 평가될만한 것이었다.
특히 이번에 응모된 작품들은 대학전공자들 보다는 주부,비전공자 등 순수 애호인들의 참여가 많아 대부분이 생활 속에 유용하게 사용될수 있는 실용성까지 겸비하여 실용공예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을 얻었다. 전체 97점의 출품작품 중에서 전주의 기혜미자 씨(54)가 출품한 <3층장>이 제1회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무과급제 재현
한지공예대전과 마찬가지로 올해 처음 시도된 무과급제 재현행사도 성공적이었따는 평가를 받았다. 무과급제 재현은 5월30일 천양정에서 시민, 보도진, 관계인사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을 이루며 치러졌다. 터벌림의 의미를 갖는 풍물굿으로 시작하여 입장식과 무술시범에 이어 이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무과시험이 재현되었고 이어서 급제자들을 위한 전통연회로 도립무용단의 승전무가 선을 보였다.
무술시범에서는 검술과 택견, 기사 시연이 있었으며 무과시험에는 5명씩 6개 조가 활쏘기 경연을 벌여 장원에 전남 고흥의 장용 씨(50) 급제하였고, 차상, 차하 등의 급제자를 뽑았다.물론 고증의 치밀함이나 형식에서 일부의 이의제기가 있긴 했지만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재현되는 무과급제라는 점에서 참신함이 돋보였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향토축제의 성격에 잘 어울리는 것이었으며, 무술시범과 무과시험을 겸함으로써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흥미로움을 주었다.
특히 이 행사는 전문 이벤트사가 행사 전반을 직접 주관하여 의상이나 소품 등에서 나름대로 치밀한 준비를하여 전문이벤트사의 역할을 제대로 살려냈다는 평가를 얻었다.
난장
전통 민속 풍물의 저잣거리를 조성하여 세시풍습을 재현하고 잊혀져가는 전통놀이를 펼쳐나가는 장으로 1984년 처음 시작되었다. 해마다 풍남제 행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들면서 각광받는 관광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와 달리 마치 전국노점상대회를 연상케하는 조잡하고 비위생적인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곤하면서 전주시의 통제를 벗어나는 등 많은 문제도 동시에 노출했다. 올해의 경우 토산물 판매장으로 난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야외 특설무대를 설치하여 지역문화의 종합적인 축제마당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때마치 밀어닥친 선거분위기와 난장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들로 계획자체가 취소되는 곡절을 겪었다.
애초에 계획되었던 난장의 취소는 과정이야 어쨌든 전반적으로 제전위원회의 신뢰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고, 해마다 가장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축제를 실감케했던 행사 분위기를 위축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제전위원회는 내년부터 다시 난장을 복원시켜 잊혀져 가는 전통풍속을 재현하고 그에 갈맞는 놀이마당을 만들어 전주만이 지닌 고유한 음식문화를 새롭게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21회 전주대사습놀이 경연대회
전주대사습놀이 경연대회가 제21회를 맞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6월1일과 2일 전주시내 일원에서 열렸따. 결선 날인 2일에는 전주실내체육관 1만 여석 가까운 객석을 가득 채운 인파가 몰려들었으며 국악의 고장 전주의 건재함을 입증해 주었따. 객석의 호응도 대단했찌만 귀명창들의 질타도 여전히 날카로웠다. 대사습에 참가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해마다 대사습에 출전하는 명창들의 수가 줄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마다 줄어들던 관객들이 다시 자리를 채우기 시작하면서 대사습 각 부분의 재능있는 재목들이 새로이 발굴되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판소리 명창부에서는 7년째 도전해온 전주의 조영자 씨(38)가 장원에 올라 명창반열에 들어섰으며, 그밖에 9개 부분에서 각 각 장원을 배출해냈다.
그러나 판소리 명창대회의 경우 이미 전주를 비롯 남원, 광주, 목포등 5개 대회에서 해마다 명창을 배출해내고 있어 과연 진정한 의미의 명창 등용관문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우려의 소리도 높았따. 전주대사습의 경우 그 전통과 권위의 유지를 위해서 격년재로 시행하는 방법의 도입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또한 전주대사습이 과연 놀이마당인지 경연대회인지 그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따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대사습 자체가 지나치게 TV방상매체에 종속되어 본래의 모습을 잃어 가고 있다는 점도 시급하게 대안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대사습이 진정한 놀이마당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찾기 위해서는 역시 과감하게 장외로 나와 신명나게 놀이판을 만들어내는기획도 검토됨 직도 하다. 판소리 자체가 관객들의 추임새와 박수 속에 깊은 정서를공유하는 놀이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면 현재와 같은 진행방식은 심각하게 재고될 필요가 있다.
KBS 열린음악회
이번 풍남제 기간 동안 단일행사로는 최대규모의 청중들을 동원해 낸 행사였다. 시민들의 참여라는 의미에서 나름대로 충분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고 몰려든 인파는 역시 놀라울 정도였다. KBS열린 음악회는 6월3일 전북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약 2만 여명의 청중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그러나 천년고도 전주의 향토축제를 기념한다는 의미를 안고 풍남제의 한 행사로 치러진 열린음악회는 '전주만이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말해주지 않으면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풍남제와의 직접적인 연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물론 TV매체의 방송프로그램의 하나이긴했지만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만나가듯이 가능하다면 전주의 국악연주자나 판소리 명창들이 새롭게 참여하는 형식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