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7 | [시]
길
권오표
(2004-02-05 16:38:19)
길
권오표
오직 그리움으로만 바라 볼 일.
어떤 이들은오랜 방랑에 지친 관절을 끌며
아득한 이역의 모퉁이 그 처마 끝에서
하룻밤의 안식을 꿈꾸고 있으리라
오늘도 그대는 이 한낮의 쨍쨍한 햇살 속을
포로륭거리는 종달새 날개짓만
무심히 보고 있는가
빈 자리만 제 키만큼 눈부시게 흔들리는
풀꽃들의 수런거림
안분의 그늘에 기대앉아 그대
삼복의 황토길 포플라가지에 걸린
탁발승의 그림자, 그 소매 긑에 절은 소금기를 아는가
오늘밤 더욱 웅숭깊어진 강 너머
실타래되어 흩어지는 유년의 불빛.
묻고 싶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만
그대에게 닿을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