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7 | [문화저널]
말고 수수한, 다소곳한 여인의 맵시
청색띠로 단장한 각시붕어
김익수 전북대교수 생물학과
(2004-02-05 16:34:31)
어느날 방속국에 근무한느 분으로부터 연구실에 전화가 걸려왔다. '민물조개 속에 물고기 새끼가 들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조개가 어린 물거를 잡아먹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그것은 조개가 어린 물고기를 잡아먹은 것이 아니고 물고기가 조개의 몸 속에다 알을 낳아 거기서 부화된 어린 새끼이다. 물고기의 산란하는 습성은 종류마다 약간씩 다르다. 잉어와 붕어는 수초에 알을 부착시키고, 버들 붕어는 거품집을 수면에 띄워 그곳에다 알을 낳고, 큰가시고기는 진흙과 지푸라기로 등우리를 마들어 그 속에다 알을 낳는다. 그러나 납자루류와 중고기류는 반드시 민물조개의 아가미가 있는 곳에다 알을 낳고 그곳에서 부화하는 이색적인 습성을 가지고 있어 많은 생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한다. 납자루류는 주로 중국과 우리 나라와 일본에 분포하며 전세계에 40여 종이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3종이 서식하고 있다.
납자류 종류는 거의 모두가 소형이고 아름다운 채색을 지니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각시붕어는 혼인색이 가장 화사하고 헤엄치는 동작이 우아하여 보는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곤 한다.
각시붕어는 소형으로 전장이 보통 40mm인데. 몸은 아주 납자하고 체고는 약간 높은 편이다. 입은 주둥이의 약간 아래쪽에 있고 입수염은 없으며, 큰누이 머리 앞쪽에 있다. 체측 비늘 수는 32~34개로 옆줄은 3~4번째 비늘에만 나타난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의 가장자리는 둥글게 되어 있고 꼬리지느러미 뒤쪽 가장자리 중앙은 안쪽으로 깊이 파여 있다. 몸의 옆면 가운데에는등지느러미의 기점의 후방 아래에서 시작한 담청색 긴 줄무늬가 꼬리의 기부까지 이어지는데, 줄무늬 앞부분은 가늘지만 뒷부분은굵다. 수컷 아가미 뚜껑 상당후단에는 동공 크기의 암점이 있고, 그뒤에는 비늘 2~3개 정도 폭의 은백색부분이 어깨에서 가슴지느러미 기부까지 퍼져 있다. 산란기에 수컷은 몸 등쪽이 황갈색이고, 아가미 뚜껑 뒷부분과 배쪽은 적황색을띠며, 몸 중앙은 엷은 보랏빛이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의 가장자리와 꼬리 지느러미 중앙에는 분홍색 띠가 선명하다. 주둥이 상단 좌우에는 좁쌀모양의 추성이 30개 정도가 밀집되어 있다. 암컷은 산란기에 회색의 긴 산란관을 내게 된다.
각시붕어가 헤엄치는 동작은 그다지 민첩하지 않으나 놀라면 수초나 돌 사이로 빨리 숨는 습성이 있고, 먹이로는 플랑크톤, 부착조류 혹은 유기물 조각 등을 섭취한다.
산란기는 4~6월이고 성기는 5월이다. 이때가 되면 수컷 각시붕어의 몸에는 마치 신부화장을 진하게 한 듯이 울긋불긋한 화려한 색깔이 현저해지고, 암컷 각시붕어는 긴 산란관을 내리고 주변을 왔다갔다 한다. 이 시기에 수컷은 하나의 민물조개를 지키면서 다른 수컷이나 다른 종류의 물고기들이 그곳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데, 산란관을 낸 암컷 각시붕어가 가까이 오면 암컷에 접근 하여 조개가 있는 곳으로 유도하는 행동을 한다. 암컷 각시붕어는 민물조개 주변을 맴돌다가 조개가 출수관을 내놓은 순간 이곳에 자기의 산란관을 집어넣고 재빠르게 십 수개의 알을 방출한다. 이때 수컷은 바로 조개의 입수관 주변에 정액을 뿌려 조개 몸속에서 수정이 이루어지고 그곳에서 25-30일 정도 발생과정을 거친 후 부화하고 어린 새끼가 되어 조개의 몸밖으로 나오게 된다. 대체로 1개월 정도 지나면 10mm로 자라고, 2개월이 지나면 15mm로 성장하다가 그해 월동 전까지 30mm내외로 자라게 되고, 만 1년이 되면 40mm정도가 되어 성숙하게 된다.
각시붕어는 소형이면서도 색채나 몸매가 아름답고 수조환경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관상용으로도 매우 좋은 재료가 된다. 하천 오염이나 개발로 인하여 이와같이 아름다운 민물고기가 몇종되기 전에 기르는 방법을 잘 개발하여 당분간만이라도 가정에서 종족을 유지시켜 낸다면 이것이 바로 이 시대의 노아의 방주가 아닌가? 이 일을 실천한 분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물고기와 물새와 물풀을 관찰하는 데 취미를 가진 의사인 강석진 박사는 공기가 맑은 강변과 시냇가를 거닐며 떼지어 노는물거기를 보다가 각시붕어를 만났다. 그는 각시붕어를 자기 집 수조에서 6년 동안 길러오면서 부화 번식시키는 기술을 스스로 터득하였다. 알을 수조에서 부화시켜 일정기간 기르다가 몇 마리는 남겨한 해를 기르고, 나머지 수백 마리는 매년 그들의 고향인 강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다. 이 체험의 과정에서 알게된 사실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월간 에세이사 발해으로 <각시붕어 이야기>를 펴냈다. 저자가 관찰한 각시붕어의 생활, 민물고기 만평, 사육기구, 각시붕어의 환경, 각시붕어의 수온과 질병에 대하여 수록한 사육 입문서이기도 하다. 그의 각시붕어에 대한 지나친 몰입이 혹시 비정상이 아닌가 하여 정신과 의사의 진찰을 받기도 했으나 지극히 정상이라는 결과였다고 한다. 근ㄴ 각시붕어의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이 예찬하고 있다.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눈과 몸매와 지느러미가 예쁘다. 생김새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민물조개의몸에 알을 낳아 새끼를 치는 특이한 습성도 재미가 있다. 각시붕어를 기르면서 삶의 안정과 풍요로움을 얻고 있다. 피곤할 때 그 이상의 정신적인 안정제가 없다. 각시붕어의 우아한 몸매, 봄에는 황홀한 혼인색으로 변해 초례청에 선 새각시'가 되고, 아기를 낳은 뒤에는몸통에 청색띠르 두른 평범한 여인으로 돌아온다. 화사한 혼인색을 벗더라도 각시붕어는 옷과 맵시에 섬세하게 마음을 쓰는 '맑고 수수한 다소곳한 여인'으로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