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6 | [서평]
문제에 대한 비판과 실천적 대안의 모색
문제에 대한 비판과 실천적 대안의 모색
호남사회연구2집
조상진 전북일보 기자. 문화교육부
(2004-02-05 16:24:22)
'집업으로서의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특히 아카데미즘이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인가. 이같은 물음에 선뜻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대학교수들은 사회현안에 대해 무관심 혹은 냉소적이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종종 보여왔다. 나름대로 소신과 이유가 있어서다. 물론 시대상황도 한 몫을 거들었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중반부터 교수들의 사회참여가 크게 늘어났다. 대학의 양적, 질적 팽창, 거센 민주화의 욕구와 함께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깊은 침묵을 깨뜨렸다.
전북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과거 관변교수들이 정권에 정당성의 근거를 제공하거나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을 띠었다. 점차 지역사회에 밀착하면서 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깊이있게 천착하게 된 것이다. 사실 민주지향의 뜻있는 교수들은 군부독재 앞에서 한없이 무력했었다. 그 무력감은 어쩔 수 없는 먹물들의 한계였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민중의 힘이 응집되면서 교수들도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나섰다. 교수들의 서명참여는 분출되는 민주역량에 힘을 보태어 시민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 지역에서는 문제성(?) 많은 서명교수들을 주축으로 87년 8월「소남사회연구회」다 탄생했다. 이 연구회는 지역성과 학제성(學際性), 진보성을 표방, 현안문제를 비판적 아카데미즘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이들은 분과활동과 월례발표회 학술대회 공개토론회 등을 통해 내실을 다녀왔다. 그 활동의 두 번째 결과물이 「호남사회연구」제2집이다.
「호남사회연구」는 교수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한 전형(典刑)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문화제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실천적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셈이다. 실천적 대안제시란 말처럼 위운 일이 아니다. 비판 자체도 그 사안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없이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대안까지 제시한다는 것은 비록 시론에 머문다해도 섣불리 시도키 어려운 일이다. 그것에는 종합적인 이론 검터와 애정어린 눈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2집은 지역문제에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분야별로 심도있는 분석과 대안을 모색해 보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1백주년 기념좌담회와 제2차 전라북도 종합개발계획(1992-2001)에 대한 비판적 검토 그리고 언론과 한국 사회의 정신적 황폐화에 관한 공개토론회 등이 실려있다. 이와 함께 동학관련논문 3편과 군산지역산업과 이리수출자유지역을 다룬 논물을 싣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1백년 전 이 지역 농민들이 반외세 반봉건의 기치를 높이 들고 분연히 일어섰던 역사의 한 분수령이었다. 한국사신론을 읽으면서 동학농민군의 진퇴와 조선을 둘러싼 열강들이 각축에서 주먹을 불끈 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아직 덜되어 있는게 현실이다. 1백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한 부분을 맡았던 관계자들의 좌담은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1백주년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과제까지 던져주고 있다. 이책에서 가장 역점을 둔 제2차 전라북도종합개발계획에 대한 검토는 나름대로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엿볼 수 있다. 사안의 선정에서부터 분야별작업까지 연구회의 역량을 모은 느낌이다. 이 계획은 전라북도가 국토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 작성한 것으로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의 하위계획이지만 앞으로 전북의 행정계획 및 지역개발의 방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자못 의의가 크다. 이부분은 총론과 공간계획 경제 환경 사회복지 교육 문화의 영역으로 나누어 인간중심·주민참여의 철학을 기본이념으로 분석하고 있다. 학제간의 공동연구가 갖는 장점과 특징을 살리고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맞아 정책방향의 한 모델을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산업화(공업화_=지역발전이라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의문제기는 상당히 신선감을 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