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6 | [문화저널]
장미와 미인과 복어의 공통점
민물복쟁이 황복
김익수 전북대학교·생물학과
(2004-02-05 16:23:00)
황복(Takifugu obscurus)은 몸 옆구리에 노랑색의 선명한 띠가 길게 나있어 누렁테라고도 불리우고 또 지역에 따라서는 강에 오르는 복어라 하여 강복, 강복어, 민물복쟁이라고도 한다. 또 자극을 받으면 공처럼 몸을 부풀리기 때문에 분어(噴漁), 기포어(氣包漁) 또는 취토어(吹土漁) 등으로도 부른다. 몸의 등쪽에는 회갈색이며 복부에는 은백색의 광채를 띤다. 입은 작고 둥글며 입술이 발하였으며, 위턱과 아래턱에는 각각 두 개씩의 판모양의 납작한 이가 있다. 눈은 비교적 크고, 아가미 구멍은 작고, 옆줄은 두줄로 되어 있어서 위쪽의 것은 몸옆구리 등쪽으로 이어져 꼬리지느러미에 이르고, 아래쪽은 거의 같은 위치에 있으며, 꼬리지느러미 말단은 수직으로 되었다. 복어류는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를 움직여 조용히 헤엄지는 운동을 하며, 가슴지느러미를 끊임없이 움직여 몸의 평형을 우지하고 꼬리지느러미로 방향을 전환한다.
황복은 4월과 5월 사이에 산란을 하기 위하여 바다로부터 강의 중류까지 올라와 조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강의 여울이 있는 자갈바닥에 알을 낳는다. 산란하는 황복의 보통 크기는 30-40mm 정도이다. 알에서 부화한 어린 새끼는 크기가 10mm정도인 것도 배를 부툴리는데 20-30mm가 되면 등이 연두색을 띈 고동색으로 바다에 내려가면서 성장하여 성어와 같은 특징을 보인다.
황복은 주로 육식성으로 바닥에 붙어 있는 작은 동물이나 어린 물고기 또는 물고기의 알을 먹고 산다. 황복도 다른 복우류와 같이 자극을 받으면 몸이 공처럼 부풀리게 되는데 이것은 소화관인 위주머니에 입으로 빨아들인 공기를 잡아들임으로써 고무풍선과 같이 부풀린다. 이렇게 부풀린 이유에 대하여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대체로 적에게 자신의 모습을 크게 보이려고 위장하기 위하여라고도 하고, 또 몸속에 공기를 넣어 물에 표류하기 쉽도록 하거나 물이 없는 곳에서도 공기호흡을 하기 위해 공기를 저장하기 위한 방안이라고도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복어는 테트라톡신(Tetratoxin)이라는 맹독을 가지고 있어 가끔 사람의 생명도 앗아가지민 사람들은 복어를 진미의 물고기로 즐겨 먹는데 특히 황복의 생선회의 맛은 천하일품이라 하여 찾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복어가 살찌는 늦가일 10월부터 이른 봄 3월까지 기간 중에 잡히는 복어가 맛이 좋다고 하는데, 이것도 이 시기에 복어의 독이 살속에 미미하게 작용되어 독특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어떤 시인은 이러한 맛을 사람의 생명과도 바꿀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까지 극찬하였는데, 테트라톡신은 청산가리에 버금가는 무서운 위력을 가지고 있고, 주요한 중독증상은 마비로서 식후 20분 내지 3시간만에 나타난다. 치사시간은 아주 빨리 4-6시간 정도이다 복어독에 중독되면 먼저 입술, 혀끝에서부터 팔, 다리의 지간신경까지 마비되어 수족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전신에 맥이 풀린다. 그리고 말도 잘 못하고 호흡이 급하거나 약해진다. 이정도가 되면 팔, 다리의 끝부분과 얼굴에 보라색 반점이 나타나고 맥박은 점점 약해지고 호흡도 고르지 못하다. 의식은 끝까지 분명하나 결국 호흡마비로 죽게 된다. 중독되면 즉시 토하는 약을 먹여 위장속을 씻어내고 강심제, 아드레날린 등의 흥분제를 주어 중독작용에 대책을 쓴다.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있고 미인에게는 독성이 있는 것과 같이 복어에 독소가 있음은 무슨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유명한 소동파(蘇東坡)시인도 철을 어기지 않고 강에 타나나는 황복을 소재로 하여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대 밭 밖에는 복숭아꽃이 두서나 가지 되었고
조용히 헤엄치는 오리의 발에도 봄의 강물이 따스하게 느껴지네
쑥은 이미 싹이 나서 땅을 덮고 갈대의 눈이 아직 짧은데
이때가 바로 황복이 올라가고 싶어하는 때라네
(竹外桃花三四枝 春江水暖鴨先知 滿地蘆芽短 正是河豚欲上時)
황복은 황해를 끼고 있는 중국과 한반도에서만 분포하는데 중국에서는 양자강과 황하 등에서 주로 출현한다. 국내의 하천에서는 황해로 유입하는 대동강, 임진강, 한강, 안성천, 금강, 동진강, 영산강 등이 산지로 알려져 왔으나 한강과 만경강은 오염의 정도가 심하며 산란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금강 하구에는 이전에 많은 황복이 중류로 거슬러 올라와 산란하는 산지로 알려져 황복을 포획하는 어부들도 많았으나 최근 금강하구에 하구둑을 조성으로 서식이 어렵게 되어 버렸다. 이제 남아있는 곳이 임진강의 비록한 수개의 소하천이라고 생각되는데 황복의 진미를 아는 사람들이 그것마저 남획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황복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