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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6 | [특집]
지방화 원년을 분석한다 '잘사는 고장'과 '살기좋은 고장' 자치선진국을 가다
유기하 전주문화방송.기자 (2004-02-05 16:04:40)
"화면"에 익숙한 방송기자가 "지면"으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언제나 함께하는 "그림"이 없기 때문이죠. "그림"없는 방송기자의 리포트를 시작합니다. 전주MBC취재팀(유기하, 김종섭)이 「지방자치 선진국을 가다」라는 제목으로 취재를 떠난 것은 지난 3월이었습니다. 영국과 일본 2개국이었습니다. 1960ss대 세계의 팝음악을 주도했던 비틀즈- 그들이 처음 연주활동을 시작하고 비틀즈라는 그룹 이름이 탄생했던 리버풀, 그리고 축구의 도시로 더 유명했던 영국 제2의 항구도시 리버풀- 그 리버풀 도시는 지금, 영국에서도 가장 높은 실업률과 심각한 재정난으로 허덕이고 있습니다. 1991년 센서스에 의하면 리버풀 도시의 젊은이 실업률은 무려 30%, 영국평균의 두배를 넘는 수치입니다. 실직자의 46%,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최근 10년동안 직업을 갖지 못한 것으로 기록은 나타납니다. 1981년 리버풀 인구는 51만 8천만, 10년후인 91년에는 47만 9천명, 10년 사이에 인구의 7.4%가 줄어들었습니다. 한 때 석탄과 철강산업으로 화려한 부와 명성을 떨쳤던 리버풀이 왜 이러한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리버풀시의 이같은 문제는 시정부의 무리한 정책추진,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극한대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영국의 중앙정부의 권력은 보수당이, 그리고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노동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 리버풀도 마찬가지로 아니 리버풀의 경우는 영국에서도 중앙정부와 가장 극단적인 대립으로 파국을 맞은 사례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입니다. 1983년, 영국의 대법원은 리버풀 시의회에 대한 해산판결을 내렸으며 이 싸움은 결국 88년에 가서는 보수당의 대처정권이 지방정부의 예산을 통제하는 "지방재정법"을 만들게 되는 하나의 원인을 제공합니다. 지방자치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도 선거공약의 남발과 이로인한 병폐는 많았습니다. 리버풀시 강변 "알버트도크"에는 비틀즈그룹을 기념하는 비틀즈 박물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지난 3월, 우중충한 날씨에 무거운 분위기속에 잠겨있는 리버풀시의 한가닥 위안은 60년대 추억을 되살리는 그들, 사라진 비틀즈그룹의 팝송<YESTERDAY>뿐이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지금 지방자치제에 대한 개혁 논의가 한창입니다. 금년 5월부터 시작된 지방의회 선거를 통해 지난 20년간 골격을 유지해온 지방자치 구조를 뜯어고치는 대수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지방행정조직은 크게 둘로 나누어진 2계층구조입니다. 우리의 도에 해당하는 카운티와, 시. 군. 구에 해당하는 디스트릭트가 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 카운티와 디스트릭트를 통합해서 단일 행정체제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는 읍면동, 시군구, 시도로 짜여진 3계층구도, 영국은 이 구조를 통합된 1계층 구조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지방행정조직개편의 선두에 선 인구 3백만의 웨일즈- 그 웨일즈에서는 현재의 8개 카운티, 56개의 디스트릭트를 내년부터는 22개의 지방행정조직으로 개편합니다. 인구 5백만의 스코틀란드에서도 현재의 9개의 카운티와 53개의 디스트릭트를 내년부터는 32개로 통합시켜 완전한 새로운 형태의 지방정부조직을 갖게됩니다. 영국의 지방자치 구조개편은 여러모로 우리의 지방자치구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잉글랜드 클리블랜드 카운티 빌링햄이라는 인구 2만 5천의 작은도시에는 우리의 삼성 텔레비젼공장이 진출해있습니다. 삼성측이 유럽시장의 본부역할을 하게된 텔레비젼 거점공장을 이곳에 결정하게된 동기는 지역적 여건과 평당 6천원씩 하는 공장부지가격, 시간당 5천원씩 하는 낮은 임금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지만 더 큰 이유는 현지지방정부의 적극적이고 끈질긴 설득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인터뷰에 응해준 삼성의 현지 법인장은 현지 지방공무원의 친절한 근무자세를 몇번이고 강조했습니다. 전화 한통화면 시장이 달려오는 것은 물론이고 매주 한번씩 현지공장에서는 지방정부공무원, 건설관계자, 환경폐수 담당공무원, 전력회사직원 등이 함께 모이는 정례회의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지방정부의 새로운 관계규정이나 공정운영에 따른 불편한 점, 각종 정보등을 전달해주고 처리해 주는 이동 시청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역경제를 희생시키는 일이라면 지역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고, 양질의 기업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는 길이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이들 영국의 각 지방정부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는 듯 했습니다. 웨일즈의 한 도시에서는 지역개발을 위한 자금의 조달도 아예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유럽의회에까지 진출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적극성은 우리도 배워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방자치선진국 취재를 위해 일본에 도착한 날,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현지 일본신문의 1면을 차지한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죽음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올해 나이 68세, 요시노 정장의 사망- 일본의 언론들은 곧 이어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 중 사망관련기사를 실었습니다. 가고사마현내에서만 지난 83년 이래 모두 18명의 자치 단체장들이 숨진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나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들의 사망이 그들의 격무가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격무로 인해 숨질만큼 단체장의 근무는 그만큼 부담스러운 것일까? 이제 선거를 준비하는 우리의 지방자치단체장후보들, 지방의회 후보들은 어떤 자세를 갖고 있을까?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그저 당선을 위해서 당리당락에 빠져서 아까운 시간과 노력만 헛되이 하는 것은 아닐까? 자치선진국의 취재를 위해 떠난 취재팀의 일본에서의 첫날은 그런 고민으로 시작됐습니다. 인구 8천의 작은 마을, 아즈마정. 현내 주민소득 91위에서 일약 6위로 뛰어오른 곳입니다. 아즈마정 주민소득이 크게 뛰어 오르게 된 결정적 요인은 이른바, "스타니크 플랜"- 주민과 행정 지방의회가 함께 노력한 지역살리기 운동의 결과였습니다. 더 이상 중앙정부의 손길만 의존하고 바라만 보아서는 안되겠다는 주민들의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변변한 자원 없는 시골 아즈마에서 착안한 것은 이곳이 일본 온주밀감의 원산지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들은 이것을 이용해 세계밀감축제를 열고, 세계밀감학회, 밀감발표회를 개최하는 동시에 작년에는 밀감박물관도 만들어서 결국 밀감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조그만 마을을 세계적으로 대표하는 커다란 밀감사업의 도시로 완성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93년 11월에 열린 세계밀감축제에 참석한 관광객 숫자만도 7만 8천명. 인구 8천의 아즈마정 인구의 10배에 가까운 숫자가 이 밀감축제를 찾아왔습니다. 시골에서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 조그만 마을의 세계밀감 축제는 한갓 작은 시골마을에 불과했던 주민들에게 소득증대라는 달콤한 열매와 함께 주민 스스로 자신감과 긍지를 심어주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일본의 국립공원인 이소산 기슭에 있는 작은 산골마을 구마모토현 구기노촌. 이곳 구기노촌 역시 치열한 지역경쟁의 시대에 별다른 자원이 없이도 주민들의 독특한 지역 살리기 운동으로 자치경영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일본의 모든 지역이 마찬가지지만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 이미지 메이킹 작업이 일반화되어 있고 그러한 작업이 지역경제회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구기노촌의 마을 이미지는 음악의 고장이라는 것입니다. 한낱 조그만 시골마을 구기노촌은 마을 뒷산에 세계 최대의 야외 음악장을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아스펙타 공연장, 그리고 국제동요관을 지난해 건립했습니다. 기네스 북에도 올라 있다는 이 세계최대의 공연장건설 이후 이제 이곳은 한 해 수백만명의 일본과 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장소가 돼가고 있습니다. 구기노촌의 연 관광객수는 지난해 백 2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로인한 관광수입은 20억엔, 백 80억원에 달합니다. 과거 낮은 주민소득으로 줄어만 가던 인구수도 도시로 떠났던 젊은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지난 87년을 기점으로 농촌인구가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를 안내해준 촌사무소의 한 직원은 촌사무소의 재정이 튼튼해진 만큼 자신의 월급도 다른 자치단체공무원에 비해 매년 오르고 있다며 즐거워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우리를 안내해준 촌사무소의 한 직원은 촌사무소의 재정이 튼튼해진 만큼 자신의 월급도 다른 자치단체공무원에 비해 매년 오르고 있다며 즐거워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일본 미야자키현의 난고촌- 이 지역은 백제마을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삼국시대 백제멸망 이후 백제왕의 유민이 정착했다는 역사적 흔적에 의해 착안해 지역 주민소득과 의식개혁에 연계시켜 성공을 거둔 지역입니다. 전 주민의 한국어 인사하기, 한글 간판표기, 백제마을 상표등록, 사물놀이 교육 등 하나에서 열까지 백제와 연관시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지역경쟁의 시대- 본격적인 지방시대. 우리도 이제 6월 선거 이후 자치단체장을 뽑고 본격적인 지방화시대, 자치경영의 시대에 접어들게 되면 어떤식의 경영전략이 필요할 것인가? 다가올 지방시대에 거는 우리의 기대는 크고, 지역을 이끌고 갈 단체장과 지방의회에는 무거운 책임이 걸려 있습니다. 이번 취재소금을 요약해보면 결국 지방자치도 하기나름이라는 것입니다. 완벽한 자치여건을 가지고 출발할 수는 없습니다. 행복의 조건은 상대적입니다. 소득만 높은 "잘사는 고장"보다는 오염이 덜된, 범죄발생이 적고, 교통이 좋은 "살기좋은 고장"을 우리는 더욱 추구합니다. 지방화시대, 전북의 땅에서는 살판나는 민주주의의 꽁과 향기가 가득하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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