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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5 | [문화비평]
유치원만 보내세요? 재능교육의 허와 실
윤미혜 기전여자전문대학교수·유아교육과 (2004-02-05 15:41:53)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주 받는다. "피아노는 언제부터 가르쳐야 하지요?" "미술은요?", "요즘은 바이올린도 배운다는데…" 피아노나 미술 그리고 바이올린 또는 무용같은 것을 배우는 것이 필수 요건이 되어버린 요즘의 사회 풍토에서 언제쯤 이런 재능을 키워주기 위한 교육을 해야할지에 대해 부모들은 많은 갈등과 불안을 느낄 것이다. "혹 내 아이만 아무것도 안 배우는 것을 아닐까?" "너무 어려서 배울 수 있을까?" "내 아이만…"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아침시간에 동네에 나가보면 이런 불만은 쉽게 경험하게 된다. "유치원만 보내세요?" "피아노도 안 가르친다구요?" "우리아이는 XX대회에 나가 금상을 받았어요." 낯익은 동네 사람들의 이런 이야기들은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 교육에 대한 불안을 느끼게 한다. 이는 단순한 불안이 아니며 혹시 부모로서의 의무를 태만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죄책감도 동반한다. 이런 경험을 할때마다 나는 우리 아이의 교육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며 나의 일관된 교육을 위해 내 교육관을 추스린다. 첫 아이가 두돌이 넘기기 조금 전쯤해서 나는 아는 아이의 엄마로부터 첫 번째 제안을 받았으며 내 아이를 위해 교육적인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그 제안이란 '같은 동네에 사는 또래 몇 명이 모여서 소위 조기 교육을 시켜보자' 는 것이었다. 교육내용은 숫자나 한글 또는 주변 사물에 대한 개념을 배우는 것으로 상당히 비싼 교재비와 다달이 교육비를 내야 하는 것이었다. 교육내용은 숫자나 한글 또는 주변 사물에 대한 개념을 배우는 것으로 상당히 비싼 교재비와 다달이 교육비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그 당시 우리 아이에게 이같은 조기 교육이란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으며 비싼 교재 및 수업료에 놀라 거절을 했다. 우리 아이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그 교육을 시작했고 약 6개월쯤 지난 후 그들중 몇몇 아이는 숫자나 글자를 읽기 시작했다. 그들의 부모들은 의기양양했고 최고의 교육을 조기에 시킨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느껴했다. 부모가 되고보니 우리 아이의 교육을 위해 결정을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같은 아이의 교육을 위해 결정을 내릴 때 무엇을 우선적으로 고려할까? "내아이는 달라요"하는 광고처럼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모든 결정을 할까? 교육은 백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데 과연 우리의 부모들은 내 아이의 교육을 위해 어느 정도 앞을 내다보고 결정을 하는지 한번 부모가 된 사람이라면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네 부모들은 내 아이들이 최상의 환경속에서 최선의 혜택을 받으며 성장하기를 바랄 것이다. 부모로서 자식을 힘껏 키우려 하지않는 부모가 있을까? 요즘 아이들은 놀고 싶어도 놀 시간이 없다고 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대부분의 아이들도 유치원 수업이 끝나고 하나 이상의 재능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너나없이 하는 "재능교육"이란 무엇인지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기의 재능교육이란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훌륭한 예술가들은 조기부터 재능교육을 받았고 또 조기교육을 통해 그들의 예술성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것도 교육제도상에서 꼭 고려되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런 재능교육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꼭 고려해야 한다. 아이의 재능을 조기 발견하여 교육시키자 하는데 그 주목적이 있다면 이는 아주 긍정적이며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욕심에 의해, 교육기관들의 상업성에 의해 아이의 재능교육이 결정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부모로서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월등한 면이 있다면 이는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부모의 만족이나 허영을 위해 아이가 원치도 않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한다면 그 아이는 어떠할까? 교육의 주체는 부모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내 아이는 행복할까?" 아이를 위한 교육적 선택에서 아이의 행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면 부모로서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첫재 올바른 교육적 접근방법이다. 유아는 성인에 비해 집중시간이 짧고 동(動)적이며, 추상적인 사고가 어렵고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 이런 유아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아이의 재능을 키우기 위한 교수방법은 성인을 위한 방법과는 물론 달라야 할 것이다. 아이의 발달상의 특징은 고려하지 않는 교수방법의 사용은 아이에게는 물론이며 무의미한 연습을 강요하는 교사에게도 고통의 시간이 될 것이다. 둘째, 교육의 내용이다. 유아에게 있어서 '미술'이란 어떤 것일까? 한번 생각해 보자. 유치원 연령의 아이가 사람이나 사물을 근사하게 그릴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또 크레파스를 꼭 쥐고 바탕색을 모두 칠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 근사한 사람의 형태나 꼼꼼한 바탕의 채색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내 아이가 유아기에 사실에 가까운 자동차의 모습이나 사람의 모습을 그렸다고 훌륭한 미술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유아기에 미술이란 재료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해 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경험해 보고 그 과정을 통해 즐거움을 찾으며, 그들만의 독특한 새로운 표현법을 찾아보는데 더 의의가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유아는 독창성, 창의성이 길러질 것이다. 어려서의 획일적인 반복된 연습은 창의성에 역행하는 행위가 되 것이며 단순한 선을 긋고 가위질을 해야 하는 기술의 습득만을 낳을 것이다. 이보다는 다양한 사고를 자극하는 다양한 경험의 제공이 더 중요한 미술교육의 내용이 되지 않을까?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조기 재능교육의 내용이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지는 명백해 질 것이다. 끝으로 정규유아교육기관인 유치원에서의 재능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자. 유치원에서의 재능교육은 일반 학원에서 실시하는 재능교육보다 사실 더욱 심각하게 교려되어야 할 일이다. 유아기는 일생동안 발달이 가장 빨리 일어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런 유아기에 유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우리의 아이들을 절름발이로 키울 것인가? 인간의 발달을 편의상 나눈다면 정서사회성, 신체, 언어, 인지 발달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유치원 교육의 목적은 이 발달의 모든 측면들을 골고루 발달시키는데 있다. 물통에 가득 담긴 물을 생각해보자. 물통에 물을 가득 담기 위해서는 통의 높이가 모두 같아야 한다. 만일 그중 한 면이 다른 면에 비해 낮다면 물은 흘러내려 가장 낮은 면의 통높이 만큼만 물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발달은 이같이 생각할 수 있다. 인지적이거나 신체적인 한 측면이 월등히 높게 발달돼있다 하더라도 그 아이의 발달 수준은 그보다 낮은 어떤 발달 측면까지 밖에 미치지 못할 겅시다. 그라ㅓ므로 전인적인 발달은 유치원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 유치원들에서의 재능교육의 형태는 유치원의 정상적인 수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파쟁적으로 이끈다. 끊임없이 재능교육을 위해 유아들이 수업 중간에 빠져나간다면 어떻게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아마 교사의 역할이란 재능교육을 위해 아이들을 잠시 맡아 보호하는 역할 밖에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있을 수 없고 질 높은 교육적 활동이 이루어질 수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둘째로, 유아들은 놀이를 통해 학습을 한다. 유치원 교육은 놀이를 통한 교육이 주가 되어야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마음껏 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며 무엇인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탐구하며 자신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이는 유아의 권리인 동시에 어른들의 의무이다. 그러나 유치원에서의 재능 교육은 유아들에게 표현해 볼 수 있는 기회, 만져볼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 이런 놀이로 연결 시킬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빼앗는다. 아스팔트 공간속에 갇힌 우리의 아이들에게 최후의 보루인 유치원에서조차 아이들에게서 놀이를 빼앗는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에서 놀이를 찾을 수 있을까? 셋째로, 재능교육이란 개인의 독창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또한 유아를 위한 재능교육은 단순한 기술의 습득이 아닌 더욱 더 고차원의 능력을 요구한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은 그 가능성 만큼 상처를 입기도 쉽다. 유아의 무궁한 창의성에 천편일률적인 기술습득을 종조함으로써 그들의 예술성을 말살시킬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시되는 재능교육은 이런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있지않다. 예술적인 면에서는 유아가 사람을 잘 그리는 것보다는 자신의 느낌을 선이나 색으로 또는 형태로 표현해 보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더 의미있고 중요할 것이다. 한 곡의 노래를 연주하는 것보다는 여러 소리를 듣고 자신의 몸을 움직여 보고 그 느낌을 느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어른들이 모두 생각해야 할 것은 이시기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유아에게 적합한 재능교육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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