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5 | [특집]
주변부적 모습에서 변화 주도하는 중심부로의 탈바꿈
지방자치와 언론
송해룡 원광대학교 교수·신문방송학과
(2004-02-05 15:29:27)
이미 우리사회는 중앙집권화 대신 지방분권화의 원리가 지배하는 정보화 사회로 깊숙이 이행되오 있다. 통신망 시설의 확충, 온라인 은행거래, 케이블 TV의 도입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정보커뮤니케이션기술의 사회적 응용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급격히 변모시키고 있다. 한국통신의 하이텔, 데이콤의 천리안 서비스, 우리고 케이블 TV의 도입은 우리사회가 어느 정도로 정보화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13개 교역국가로 탈바꿈한 우리의 경제구조는 세계경제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우리가 원하든, 원치않든 정보화 사회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이러한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을 뒷받침하는 정치적 틀로서 가장 효율적인 정치적 장치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정치적 측면에서의 자치 즉 권한의 지방화에만 정향되어 있다면 그것을 물론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는 민주화의 관점, 지역사회의 발전, 지방경제의 성장, 그리고 지방문화창달이란 관점에서 파악될 때 정보화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권화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사회문화의 독자화 및 언론의 활성화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정치적 지방자치에가 겨우 첫발을 딛는 현시점에서 그에 대한 총제적인 관점을 논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그렇지만 사회의 신경체계 또는 사회의 피부로서 언론은 지방자치와 관련하여 간과되어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이미 이와 관련한 연구들이 다양하게 제시하듯이 정치적 지방자치, 경제적 지방자치, 사회문화적 지방자치는 언론의 지방독자화 없이는 절대로 활성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보화 사회에서 모든 사회구조는 신속한 의사소통을 통해서만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된 텔레커뮤니케이션의 의미를 갖는 텔레마틱은 그 대표적 개념이며,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커뮤니케이션 형태의 변화는 사회의 모습을 변모시키며", "다른 형태의 방송구조는 곧 바로 다른 형태의 공화국을 만든다"는 커뮤니케이션의 사회정치적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정보화 사회 속의 지방자치제는 과거와는 다른 커뮤니케이션 체제를 필요로 하며 다른 체계를 필요로 하며 다른 체계 위에서 차별적인 모습의 사회 문화적 지방자치화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사회·문화적 차원에서의 독자화는 지역·지방이 중앙의 주변이 아니며 더 이상 중앙의 연장이 아닌 사회 본래의 모습으로 지역·지방사회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이렇게 볼 때 정보화 사회로의 깊숙한 편입과 지방자치제는 결국 언론을 통한 지역·지방문화의 활성화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겠다.. 여기에 바로 지역언론에 부여된 사명과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언론구조는 신문·방송 할 것 없이 서울 중심적이며 주변부족 특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으로 인하여 지역·지방문화의 생산, 분배, 소비시장의 구조가 그 기능의 대부분을 상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은 점점 비대해지고 주변부는 더욱 피폐해지는 악순환의 과정에 함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의 문화구조에 대한 현재적 진단은 지방자치가 정치적인 시스템의 변화만이 아닌 언론시스템의 활성화로 그 방향을 재정립시켜야 한다는 방법적 전환을 주장하게 한다. 즉 지방자체라는 개념이 정치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언론적 측변에까지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전제 조건 위에서만 지방언론과 지방문화가 호혜적 관계로 기능케 되며 지역·지방은 수평적 사회과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를 표현하는 고립된 개념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지방은 단지 명령을 받거나, 소비를 하는 사회적 하위구조로 인식·발전되었고 언론차원에서도 지역·지방은 그저 존재적 가치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이러한 우리의 현재적 상황은 그동안의 철저한 정치적 무슨과정이 누적된 결과라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보화 사회와 지방문화는 기존의 소비적 과계로 일관되어 왔던 문화순환구조를 이제는 지역에서 생산하여 소비도 할 수 있는 자생적 관계로 새로운 룰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산업사회에서의 미디어 문화는 최소한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선에서 표준의 극대화를 추구했지만 정보화 사회에서의 미디어문화는 최대의 다양성 속에서 제 가치의 공동소유화를 지향해야 한다. 이와 같은 선언적 또는 당연논리적 주장에는 동감하지만 현 상황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정보화 사회는 다양한 소집단의 가치를 최대한 보장하며 이를 통하여 문화적 다양성을 보장할 것이라는 예측은 최소한 지역·지방의 신문에는 현재 적중하지 않고 있다. 초기적 또는 과도기적 현상인지 두고 볼 일이지만, 최대의 다양성 보장은 지역·지방신문에 있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동인이 되고 있다. 지방방송의 경우 그 모습은 더움 심각하며 지역·지방문화의 창출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중앙집중식 방송정책에 의해서 '지역성'이라는 개념을 실종시켜 왔다. 이러한 상황은 지역민들로 하여금 지역·지방문화의 가치를 인식할 수 없게 하였으며 심지어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왜곡된 시각을 갖게 하였다. 지역문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살고 있는 그곳의 삶의 현장에 대한 현실경험 혹은 상징경험을 통해 구성되다고 볼 때, 총체적 차원에서 부정적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이것은 변화되기 우려우며 지방방송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관점에도 불구하고 위성방송 및 케이블텔레비젼은 다채널시대를 열어 다양한 문화의 생산, 소비시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왔던 방송영역에 대한 시민의 참여의식을 일깨워주며 방송정책입안 과정에 대표자를 통한 대의적 참여개념을 계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방송에서 지역·지방이라는 공간적 단의를 새로운 공시적(公示的) 단위로 전환시키며 동시에 문화적 행위단위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유럽에서 케이블 텔레비전의 도입으로 지역성이라는 문화공간적 의미가 보다 확대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배움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전국의 1일 생활권화가 가속화되고 미디어 소비의 국제화가 이루어지는 우리의 생활속에서 지금까지 간과되었던 지역성과 언론에 지역민의 참여는 소중한 재발견이다. 지역언론이 바로 이 두가지를 사회정치적으로 활성화시키지 못한다면 우리의 지방자치는 주민자치가 아니라 단순한 행정자치가 될 것이다. 금보다 납이 세상을 급속히 변화시켰는데 납동어리 그 자체가 아니라 신문의 납활자가 그러하였다는 계몽철학적 논의는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이 얼마나 심대하였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지역언론은 지역여론의 호라성화에 충실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보제공자 및 사회환경감시자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때 그 공시적 존재가치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는 지역언론으로 하여금 주변부적 모습을 벗어나서 변화를 주도하는 중심부로 탈바꿈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정말 중요한 사회적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지역언론은 이제 지역의 학술기관과의 공동연구, 협동을 체질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신문은 그 본래적 기능인 지역문화의 전수자, 창조자, 관리자로의 역할과 지역의 산업발전을 위한 개혁자로서의 역할, 지역의 정치적 발전을 위한 의견지도자로서의 역할, 지역의 통합을 위한 관개수로로서의 네가지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과제를 지방·지역언론이 충족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요인과의 접목이 필요하다. 그러나 언론의 물적 토대가 되는 광고시장의 협소와 불투명성은 지역언론의 장래를 밝게 비추어 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온론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조건에서 지역문제 보도에 조화스럽게 접근해야 할 지는 지역언론의 최대의 관건이 될 것이다.
표준화 대신 다양화, 집중화 대신 분산화, 집중집권화 대신 지방분권화라는 사회구조적 변화와 기능을 정상상태로 유도하며 유기적으로 상호보완적 만드는 것이 언론이다. 언론은 모든 사회현상을 기능적으로 이어주는 하나의 이음줄인 것이다. 지역언론은 바로 지역을 단위로 하여 이러한 기능을 창출시키는 공시단위가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지역의 문제를 논하고 결정하는 지역주민 참여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지역언론은 지역의 대변자로서 목적성을 가져야 하며 동시에 수단으로서 가치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지역언론의 모습은(여러가지 정치적 제재조치가 동반되었지만) 지역여론을 형성하는데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지역언론이 진공 가운데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여러 가지 구조적 모순을 그대로 담고 그 연장선상에서 나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잇다. 지역언론은 그 토대가 매우 약한 빈혈언론이 되고 있다. 지역언론의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조치로서 정부의 정책적 차원이 요구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이 구독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양질의 신문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신문은 정치권력의 민주화, 사회의 민주화를 위한 텃밭이며 공개장이라는 사명의식을 도외시하고 기업적인 상업성 또는 특정집단의 전위부대, 개인의 사적 대변인의 모습을 할때 풀뿌리 민주주의를 키우는 맑은 샘물이 아니라 풀뿌리를 썩게하는 오염된 물이 될 것이다. 활성화된 지역언론을 가능케하는 지역주민의 의식개선 역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역언론이라는 과실이 열매 맺도록 신문을 구독하고 케이블TV에 가입하며, 광고를 내주는 것이 참여 민주주의를 근착시키는 언론행위적 밑거름이다. 이제 지역언론은 스스로의 체질개선을 통하여 지역주민이 선택하는 언론이 될 수 있도록 자기확립, 정체성의 확립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