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4 | [문화저널]
쓰레기 종량제 그 이후
김연희 기자
(2004-02-05 15:24:12)
아파트, 행정의 신속한 서비스가 필요
S아파트 9층에 사는 김태영씨의 아침 출근시간은 쓰레기 봉투를손에 들고 내려오는 일부터 시작된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작하더니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자 아파트 각 가정에 만들어져 있는 쓰레기 투입구는 막혀버린지 오래 돼었고, 아파트에서의 쓰레기 처리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수 없었다.
1층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쓰레기 투입구까지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내려오는 일은 김씨의 몫이 되었다. 아내의 일을 덜어준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던 쓰레기 봉투를 드는 일이 이제는 자신의 일이 되어 김씨는 요즈음 아파트 쓰레기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쓰레기 종량제가 아주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에 앞서 그는 이중의 부담을 떠 안고 있는 것에 약간의 불만이 생긴 것이다.
김씨는 종량제 실시에 따라 쓰레기 규격봉투 구입비에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에서는 종전에 쓰레기를 치워주는 용역업체에게 주는 욕역비를 여전히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를 모아두는 박스에서 쓰레기 수거차까지의 운반비용을 상차료라고하는데 아파트의 가정에서 알마씩 부담해 내고 있다. 종량제 실시로 분리수거 실적이 좋고 쓰레기 양이 줄고 있다는 조사 발표가 있지만 직접 피부로 느끼고 버리는 일과 봉투 사는 일의 이중고를 안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은 생각지 않는 행정에 한마디 항변도 해볼수 없는 그는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김태영씨는 어느날 쓰레기 봉투를 1층 입구 쓰레기 박스에 가져다 놓으며 1층에 사는 사람이 늘어놓는 불만의 소리를 들었다. '악취가 서서히 진하게 나기 시작하고 있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쓰레기 수거함을 설치해 놓은 장소니까 하고 아무 생각없이 무심코 내놓은 쓰레기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다른사람에게 피해되고 있다는 생각을 그는 해본적이 없었다. 원래 종량제 이전에도 쓰레기 수거함이 1충에 있긴 했지만 종량제 실시 이후에는 아예 분리수거로 두세개의 함이 나란히 1층 가정의 베란다 근처에 서있게 되었다. 쓰레기를 모아놓는 중간 역할을 해야 하는 마땅한 장소가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실시되고 있는 쓰레기 종량제의 시작에만 안주하지 말고 시행과정속에 발생하는 주민들의 불편을 처리해 주는 신속한 행정의 서비스 정신이 아쉽게만 다가왔다.
식당,음식을 남기면 벌금
'음식을 남기면 벌금 3천원' 1천5백원짜리 식사를 하는 붙어있는 경고문이다.
'많이 주어야 인심이 후하다'라는 소리를 들을수 있었던 음식문화에도 쓰레기 조량제의 여파는 크게 다가왔다.
버리는 음식쓰레기 양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원칙적인 대안을 놓고 지금까지 지내왔던 대로의 상차림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가 아니라 썩혀서 퇴비로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음식쓰레기의 양은 전체 생활쓰레기의 31%를 차지 하는 3분의 1정도이다. 생활쓰레기 중 제일 처리하기 곤란한 '천떡꾸러기'신세로 전락한 음식쓰레기를 가장 많이 접하는 식당에서는 요즈음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규모로 음식쓰레기가 나오는곳에서는 의무적으로 퇴비화시설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미생물 발효제를 섞어 음식쓰레기를 빨리 썩도록하는 등 쓰레기 양을 줄이기 위한 여러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학교식당이나 뷔페식당에선느 음식을 남기게 되면 음식값의 두배이상의 범칙금을 정해놓기도 하고, 반찬, 밥의 양을 되도록 먹을 만큼만 상에 올리고 부족하면 얼마든지 더 가져다 먹으라는 등 온갖 아이디어로 최대한 음식쓰레기를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손님이 먹고간 음식을 다른 상에 또 올려 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남기고 간 반찬을 버리자니 아까운 생각이 들구요,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남은 음식을 쓰레기로 처리해야 하는이중의부담을 안고 있는 셈입니다' 축산업자들이 음식찌꺼기를 모아가던 때가 참좋았다며 회관을 운영하는 신씨는 이렇게 말한다.
한동안 쓰레기 종량제가 막 시작되었을때만 해도 식당을 찾는 손님들중에는 '남기지 말아야 한다' '음식쓰레기가 온나라를 뒤덮는다더라'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종종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겨우 3개월이 지나면서 손님들은 언제 그런말을 했냐는 듯이 아무 의식없이 음식을 똑같이 남긴다고 한다.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고 의식하지 못하는 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로 연간 6천억원의 이익이 생기는데 음식찌꺼기로 버려지는 것이 8조원에 이른다는 아이러니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음식쓰리기의 최소화, 퇴비롸의 원칙을 얼마만큼 시행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