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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4 | [문화가 정보]
배 한척에 사공이 너무 많았던 사연 스페인 하카 U대회 페막식 공연
최상화 전북대 교수 한국음악과 (2004-02-05 15:18:30)
모든 작품은 각기의 동기가 있어 만들어지게 된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동기 말고도 작품을 구상하게 되면 내밀하고 추상적인 동기가 생겨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그런 동기들은 희미해지고 구체적인 동기만이 뚜렷하게 기억된다. 문화저널에서 「작품과나」코너에 청탁을 받고 고심한 후 가장 최근의 작품의 과정을 써보기로 하였다. 지난달 26일 스페인에 다녀왔다. 이번에 열리는 동계 U대회가 스페인의 하카에서 열렸는데, 전북에서 다음 동계U대회가 열린 정이라 전북인이 중심이 되어 무용과 음악을 폐막식때 연주하였던 것이다. 이번에 연주된 작품은 한국 예술단이 작곡하고 공연한 것으로 순수한 음악곡이 아니라 무용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흥미로울 것 같아서 그것을 소개할까 한다. 무용 음악은 참여하는 개개인이 모여 공동 작업을 한다. 그래서 일이 더욱 방대하고 과정이 흥미롭다. 먼저 공연 목적에 따라 줄거리인 대본이 나오고 그 대본을 놓고 무용을 안무하고, 안무와 동시에 그 작품을 살리는 음악이 만들어진다. 또 의상, 소도구를 당당하는 분,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구성하는 연출가 등등이 공동 작업을 하게 된다. 이번 작품은 첫째, '기맞이 굿'두번째 '눈의 춤' 세 번째 '영산의 선녀' 네 번째 '새힘의 소리' 마지막 '세계를 품안에'의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공동작업팀은 각자의 분야별로 구체적인 표현 방법을 제시하며 공감이 이루어지면 분야별로 실제 작업에 들어간다. 나는 작곡을 하기에 무용이 안무되는 것을 매일매일 관찰하면서 작고에 들어갔다. 작품이 의도하는 바를 잘 살리기 위해서 장단을 어떻것을 택할 것인가, 악기는 어떻게 할것인가, 그 곡이 무용을 살리려면서 동시에 음악적 독자적으로 예술성이 있게 하려면 어느 정도 무용에 양보해야 하는 것인가 등등을 고심하면서 작품을 쓰게 된다. 그 내용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맞이 굿은 '스페인 하카 U대회 로부터 다음 개최지인 97무주 전주 U대회에 기가 전달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무용 역사 기를 들고 춤을 추는 대목으로 안무되어 있었다. 나는 이 음악을 타악기를 중심으로 수십 명의 합창과 관현악이 어우러지게 하여 씩씩하고웅장한 느낌이 나도록 하였다. 둘째. 눈의 춤은 U대회가 겨울에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에 겨울의 상징인 눈을 표현하는 작품이었따. 눈이 내리는 광경을 소리로만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심 끝에 눈송이가 하늘 하늘 내리는 모양을 앙금과 가야금으로 표현하고, 쌓인 눈은 씬디사이저의 물방울 소리를 빌어 표현하였다. 셋째거리인 영산의 선녀는 무주 덕유산의 전설을 담은 것으로, 다수의 부채 춤꾼 가운데 선녀 복장을 한 무희가 아름답게 춤을 추는 대목이었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부채춤과 선녀춤에 사용되어왔던 태평가를 변주하였고 서양 악기인 '오보에'를 이용하여 선녀의 아름다움을 연출하였다. 넷째 거리인 새힘의 소리는 `97무주 전주 U대회의 힘을 나타내는 곳으로 바리춤으로 안무된 곳이다. 여러 무희들이 바라를 들고 춤을 추다가 때로는 치기도 하는 안무였다. 이곳은 우리의 쇳소리를 많이 사용하여, 태평소와 바라를 사용하였으며 빠른 박자로 몰아갔다. 다섯째 거리인 '세계를 품안에'는 `97무주 전주 U 대회가 세계 청년들의 동계 스포츠 축제라는 점에서 '세계는 무주 전주로, 무주 전주는 세계로'라는 기치아래, 무용은 북소리 중심으로 한 소고춤으로 안무되었다. 이 마당은 공연의 마지막 부분이기에 흥겨운 마당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물놀이의 웅장하고 재미있는 가락에 수십 명의 합창과 관현악이 어우러지도록 작곡 하였다. 이렇듯 안무와 의도에 따라 작곡된 이번 작품은 몇 번이고 수정을 해야만 하였따. 무용이 변하면 그때마다 음악도 바뀌어 줘야 하기 때문인데, 무용 한 동장이 바뀌면 음악은 50마디는 바뀐다. 물론 무용이 따라 음악이 바뀔 수밖에 없지만 너무 잦다 보니 음악을 담당한 나는 여러날 밤을 새워야 했다. 그러기를 30여일 드디어 서울의 녹음실을 계약하고, 연주자를 섭외하고, 녹음을 하게 되었다 국립 합창단원 20명, 국악, 양악기악연주자 20명,타악연주자 5명, 판소리 2명으로 녹음실은 꽉 차 있어서 작곡자인 나의 지휘에 따라 녹음을 해야했고,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듣게 된다는 책임감이 압박해 오면서 녹음 연주자들ㅇ을 채근할 수 밖에 없었다. 섭외 되어 그날 여기 저기서 모인 연주자들은 작곡가의 긴반감과는 무관하다는 태도였고, 혼자 애타는 동안 드디어 녹음실 예약 시간이 임박해 왔다. 약속된 녹음 시간을 넘길 경우, 녹음실 사용료와 연주자들에게 드는 비용이 수백만원 더 지급되어야 한다는 부감까지 겹쳐와 곤옥스럽게 만들었다. 어찌 어찌 녹음을 시간 내에 끝내고 음악 편집에 들어가니 아침 9시에 시작한 녹음이 다음날 새벽 2시가 되어 서야 막을 내릴 수 있었다. 만 하루동안 초긴장 상태에서 만들어진 테이프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싸늘한 새벽에 거리를 나설때의 뿌듯함, 아쉬움 등등 다음날부터 무용수들은 완성된 테이프 음악에 맞추어 막바지 연습에 임하고 스페인 공연은 10일 밖에 남지 않았을 때다. 갑자기 연락이 왔다.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시연회를 하자는 것이었다. 시연 장소는 올림픽 공원 펜싱경기장이었다. 버스를 대절하여 약 35명 전 단원이 서울에 도착하여 시연에 들어갔다. 시연을 보러 온 사람은 7명 정도였는데, 올림픽 조직 위원에서 위촉한 예술 전문위원으로 누가 들어도 알만한 분야의 전문 예술가들이었다. 시연을 보고 나간 K모씨의 첫말은 "음악 다시 녹음해... 이런 곳은 생음악으로 가지 왜 녹음을 했어..." 였다. 거칠게 내뱉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 것이 결국 수포로 돌아가야한단 말인가... 아니면 K씨를 되받아서 말문을 막고 지금 이음악으로 그냥 갈까?.... '예술에는 객관적인 관점이 있을 수 없다, 냉정하자' 그날 이내 냉전을 찾고 K모씨와 함께 음악을 뜯어고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음악이 있어야 무용 연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와 그와 녹음실을 빌려 밤을 새며 음악을 바꾸었다. 그의 주문대로 어느 부분은 없애고, 어느 부분은 어떤 악기를 없애고, 합창은 넣다 뺏다, 판소리 사물들을 크게 했다 작게 했다 하며, 밤을 보내고 아침이 돼서야 또 다른 녹음테이프 하나를 손에 쥘수 있었다. 결국 여러 전문가들의 각별한 충고에 따라 먼저 녹음한 음악으로 스페인 하카U대회의 페회식을 장식하게 되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은 것이 아니라, 배 한척에 사공이 너무 많은 격이라고나 할까, 시끄러웠던 U대회 페막식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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