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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6 | [특집]
자치단체장 후보에게 듣는다 문화적 마인드가 지역문화를 가늠한다 6.13 지방선거와 전북지역의 문화적 현안
글/문윤걸 문화평론가·문화저널 편집위원(2003-03-26 14:41:39)
지방자치제의 실시 이후 지방의 문화예술 현장에서는 민선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요구가 문화예술의 현장에 개입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나고는 있으나 대체로 지역문화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로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인해 지자체에서 문화예술을 지역주민의 삶의 질 차원에서, 그리고 지역발전의 차원에서 적극적인 자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꼽는다. 또한 조직, 인력, 시설체계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재정면에서도 문화예술 관련 예산이 늘어나고 있고, 이 예산이 문화예술 프로그램 지원 위주로 편성되는 등 그 변화가 의미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방자치제의 실시가 지역의 문화현장에 나름의 영향을 미치면서 변화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인해 지역문화에 대한 현재와 같은 변화가 가능했다거나 지방자치제가 지역문화 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은 지나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지역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나 변화의 조건은 지방자치제 실시 이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거대담론의 시대를 지나면서 주변의 일상 세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또 역사발전과 사회변동과 관련하여 문화가 갖는 영향력에 관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문화 또는 민족문화 또는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시대의 중심 테제가 될 것이라고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더욱이 1980년대에 뜨겁게 분출한 민주화 요구와 이를 뒤따르는 시민 자의식의 성장은 민족문화,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폭을 넓혀 놓았으며 문화에 대해 새롭게 조망하는 많은 문화예술활동을 그 결실로 맺어 놓았다. 이러한 사실을 상기한다면 지역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지방자치제의 실시와는 상관없이 이미 진행되어 온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제와 지역문화의 변화에 관한 관심은 이미 시민 스스로의 힘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역문화의 발전과정에 지방자치제가 어떻게 기능하고 역기능하는지가 그 초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단체장의 마인드에 좌우되는 문화적 현안들 우리는 단체장의 마인드가 지역문화 발전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가를 제1회 '세계소리축제'를 치르는 과정에서 뼈저리게 실감하였다. 전라북도가 전통문화의 고장이며 특히 판소리에 대해서 갖는 자부심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그래서 '세계소리축제'는 도민 모두가 그 당위성을 인정하였고 반가워하였다. 그러나 일이 추진되는 과정에 단체장이 깊이 관여하면서 단체장의 개인적인 취향이 행사 전체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었고, 이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대의견은 철저하게 묵살되었다. 결국 행사는 파행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막대한 예산의 낭비로 종결되었다. 또 문화예술에 대해서 남다른 소양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단체장의 문화적 편애나 권위주의적 추진방식은 지역 문화계에 많은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야 겨우 봉합된 도립국악원 사태나 도립오페라단, 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구성문제 등등은 지역 문화계의 여론을 귀담아 들었다면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불필요한 갈등들이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문화정책을 결정하는 단체장의 문화적 마인드와 주요 정책들의 추진방법이 지역문화계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대해 단체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는 지역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의 큰 방향을 결정짓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전북지역에는 시급히 결정해야 할 문화예술 현안들이 많다. 따라서 문화예술이 그 나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단체장이 해박한 식견을 갖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합리적으로 의사를 수렴, 결정하려는 자세만이라도 가져야 한다. 대형문화행사의 재정비와 인식의 전환 각 지역에 널려 있는 대형문화행사의 재정비와 이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각 지역의 문화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아마 지역에서 펼쳐졌던 대형문화행사나 대형축제와 관련된 것일게다. 제1회 광주 비엔날레의 외형적 성공은 각 지역간 문화적 경쟁심리를 부추기기에 충분하였으며, 때맞춰 생겨난 문화상품화 논리는 지역 정치인의 요구와 맞물리며 지역마다 대형문화행사 유치라는 과욕을 부리게 하였다. 이러한 과욕은 각 지역마다 역사적 전통이나 신화, 21세기적 미래 도시상 등 나름의 문화 이미지를 창출하면서 문화산업 전략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도시성장과 발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확대재생산되었다. 문화의 시대를 맞아 각 지역에서는 경쟁적으로 대형 문화사업들을 욕심껏 만들어내었고 그 결과 대형문화행사 개최를 통한 지역 축제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축제들은 대부분 표면상으로나마 지역의 역사와 문화환경 등 지역의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이를 통한 지역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역의 문화자원을 동원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조직, 구성하고 이것이 대형문화행사의 개최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에서 벌어지는 대형문화행사는 이전의 어떤 문화행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예산이 투여된 거창한 규모로 추진되어 그동안 주변화되면서 위축되어 있던 지역문화를 꽃피우기 위한 절호의 기회처럼 보였지만, 지난 10년간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지역은 거의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러한 대형문화행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대형문화행사의 남발로 인해 오히려 지역문화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이 호소력을 얻는 경우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 기획된 현대축제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형문화행사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총동원하여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그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지역의 문화자원이 행사의 들러리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방관, 소외되고 있다. 이는 지역 문화행사 대부분이 서울의 유명 기획사나 유명 연출가에게 맡겨지고, 이들과 지역문화인들과의 공동작업이 여러 이유로 이루어지지 못해 '지역축제의 토착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사업의 민간위탁 재점검 현재 각 지자체에서는 민간위탁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데 신자유주의적 발상에 의한 민간위탁사업들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민간위탁사업은 그 성격상 장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어 사업의 성격에 따라 각각 다른 방식의 민간위탁사업이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예를 들어 아직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 전통예술분야나 순수예술분야는 보호와 지원을 전제로 한 민간위탁이 추진되어야 함에도 철저하게 수익창출 모델에 기초한 민간위탁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그 성격에 걸맞는 다양한 민간위탁 모델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전라북도의 경우 현재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전북도립국악원을 같은 방식으로 민간위탁하려다 저항에 부딪쳤다. 또 전주시의 경우 전통문화특구의 4개 문화시설 및 문화집을 민간위탁하였고, 전주시 소속의 4개 예술단을 민간위탁하려는 계획을 검토한 바 있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과 예술단의 민간위탁을 같은 방식으로 추진하려 한 것은 문제가 있다. 수익창출이 가능한 시설과 수익창출이 불가능한 예술단은 반드시 다른 방식으로 민간위탁이 추진되어야 한다. 민간위탁이 무조건 수익창출에 의한 시설 또는 단체의 유지를 목적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각 시설이나 단체의 성격에 맞도록 민간위탁의 목적이 정해져야 한다.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장기계획 수립 이제 지역주민은 자신의 삶의 질과 관련하여 적극적인 문화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는 그에 걸맞는 예산을 확보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문화예산의 집행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와 같이 문화예산이 장기적인 전망이 부재한 문화산업이나 대형문화행사 중심의 실적주의로 투자되거나 단체장의 정치적 의사나 배려에 의해 집행된다면 이는 지역문화의 장기적인 발전에 저해가 될 뿐이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우선 문화예산을 적극적으로 편성하고 이를 투명하게 관리하여 힘겹게 지역문화를 지켜가는 지역의 문화일꾼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세우는 일이 요구된다. 장기적인 발전계획이 세워져 있어야만 예산의 효율적인 투자나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북의 경우 이미 '중장기 발전계획'이 수립되어 있으나 이 계획을 바라보는 지역의 시각이 그리 탐탁치않다. 이유는 이 계획이 지역에서 마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지역의 문화를 위해 일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다양한 문제의식과 이에 대한 해소방안 등 지역의 의견을 충실히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지역문화계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한 장기계획은 지역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역의 다양한 문화자원들을 단편적으로 열거하지 않고 이들을 체계적인 조합하려는 전략이 기본을 이루어야 한다. 또 무엇이 발전인지에 대해 충실하게 점검하는 자세도 요구된다. 어떤 방향으로의 발전이 옳은 것인지에 관한 점검과 지역 구성원들의 합의를 거쳐 장기적인 계획을 설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제 우리는 세 번째 민선단체장을 뽑는다.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분명히 한국의 정치지형은 물론 지역주민의 삶과 관련하여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그러한 변화는 비교적 긍정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지방자치제의 실시가 이러한 원칙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여전히 정치경제, 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지방은 스스로의 삶을 구성하기에는 역부족일 뿐더러 지방자치제의 원칙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수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와 그 정책에 있어서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민의 정치적 역할이 매우 크다 하지만 그간의 경험에 따르면 실제적 역할에서는 막대한 예산의 집행권을 가진 민선단체장이 어떻게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지가 훨씬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역문화의 미래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단체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경로를 밟아 목표를 이루어 갈 것인지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일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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