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4 | [서평]
'미친' 강준만 교수의 『김대중 죽이기』
『김대중 죽이기』 (강준만, 개마고원, 1995)
송기도 전북대 교수 정치외교학과
(2004-02-05 15:13:45)
17세기 스페인 황금시기의 대문호인 세르반테스의 책에 나오는 돈키호테는 산쵸 판자를 데리고 천하를 주유하면서 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남는 기행을 일삼는다. 세르반테스는 꿈의 사나이고 이상주의자인 돈키호테와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산쵸판자를 등장시켜 당시의 부패했던 사회를 우회적으로 고발하였다.
여신숙 주인을 성주로 착각하고 그에게 기사의 작위를 받고, 공주로 생각한 하녀 둘시네아의 명예를 위해 천하의 악과 싸우기로 결심하고 바람의 기사가 되어 기나긴 여행을 시작한다. 그 어떤 현실과도 타협하지 않고 불의를 제거하기 위해 총이 있는 세상에서 칼과 갑옷으로 무장하고 그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맹렬히 달려나갔다.
이젠 벼로 쓸모도 없이 윙윙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풍차를 거대한 괴물로 생각하고 창하나를 높이 들고 비루먹은 말 로시난테에 박차를 가하면서 맹열하게 돌진한다. 뒤에서 그것은괴물이 아니라 풍차라고 지적하며 싸워봐야 아무 소용없으니 쓸데없는 일하지 말라고 말하는 산쵸 판자의 소리르 한마디로 일축하고 이세상의 악을 없애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미쳐서 돌진한다. 결과는 풍차의 날개에 묵사발이 되어 버렸다.
전북대학교의 강준만교수가 『김대중 죽이기』라는 책을 썻다. 그 책속에서 강준만 교수는 김대중과 지역감정에 대한 왜곡되고 잘못된 현실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으며, 보수언론과 현실적(?)지식인들의 태도에 대하 엄중한 경고를 하고 있다. 그동안 감히 아무도 글로 쓰기를 꺼려하던 이야기를 하나하나 실타래 풀 듯 풀어가면서 과감한 이야기 하고 있다.
강준만교수는 김대중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우리사회에서 언론과 일부 지식인들의 잘못된 역할에 대하여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인 것이다.
역사 이래로 인류는 모든 사람이 자유로우며,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를 꿈꾸어왔다. 플라톤의 이데아나 토머스 모아의 유토피아는 이같은 인간의 '이상향'을 잘 그려주고 있다고 할 수있다. '이상향'은 말 그대로 현실 속에서 존재 할 수 없는 꿈속의 사회이다. 그러나 인류는 이간튼 사회를 만들려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하였다.
물론 결과는 항상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지속적인 그러한 노력들은 점차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사회로 만들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같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언론과 지식이은 어떻게 행동하여야 하며 또 그들이 역할은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없이 언론의 사회의 공기로서 사회 발전과 이익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또 일반 대중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은 보다 평등하고자유로운 사회발전을 위해 그들에게 맡겨진 선도자적인 역할을 명확하게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언론이나 지식인은 사회 발전을 위해 일반 대중에게 나아갈 바를 명확히 제시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밝혀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지식인들은 한낱 '지식 기술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정치발전의 올바른 방향이나 그 내용을 밝혀주지 못하고, 정치적 현상이 윤리적으로 옳거나 또는 그르거나에 관계없이 객관성이라는 미명하에 현실의 잘못을 모른채 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기존의 '가진자'들이 만든 틀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며, 현상 유지를 지지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같은 인식에서 일반적으로 정치현상에 대한 외면만을 피상적으로 관찰하고, 내면의 심층을 이해하지 않은 양비론적 입장을 강준만교수는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이여 당신들의 역할은 너무도 중요하다. 당신들은 정치의 심판관이 아닌가. 더 이상 해설만 하지말고 심판을 내려달라... 무엇이 옳고 그른가 하는 가치판단에 매달리란 말이다. 김대중이 처해온 상황을 통해 한국정치의 추악한 모습과 논리를 바로 보고 그걸 바로 잡도록 노력하라는 말이다...
국민들이여... 정치ㅣ평론가들이 당신들을 재미있게 해줄수는 있다. 그러나 정치는 그렇게 심심풀이 땅코응로 즐기기엔 너무도 중요하다. 또한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을 쏙 빼놓고 하는 정치평론은 쓰레기다. 우리는 이 쓰레기더미에서 탈출해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런가 하는 가치관을 먼저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지역감정이라는 집단정신병을 치료해야 한다."
강준만교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악(?)들을 무찌르기 위해 용감하게 펜을 들었다. 이제까지 그 누구도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언론이라는 엄청난 괴물, 그 중에서도 제일 큰 괴물인 조선일보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였다. 동시에 위선적이고 가증스러운 지식인들을 향해서도 그의 펜을 마구 찔러댔다. 돈키호테는 한번에 하나의 괴물과 싸움을 하였다.
그러나 '미친'강준만 교수는 한꺼번에 여러 괴물과 싸움을 하고 있다. 그의 펜은 괴물의 급소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괴물이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기는커녕 아무일 없다는 듯이 말짱하게 버틸 것이다. 그렇다면, '미친' 강준만교수만 상처를 입고 쓰러질지 모른다 정말 미친 것이다.
산쵸판자와 같은 현실주의자들은 그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행동이라 말한다. 정말 어리석기 한이 없으며 미친짓이라고 이야기한다. 언론의 속성을 전공한 강주난교수도 그 누구보다 그 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 어느 누구도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일을 과감히 결행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산쵸판자들'을 미친 강준만교수가 괴물을 향해 무섭게 돌격하는 모습을 먼 시선으로만 보고 있다.
돈키호테는 미쳐서 생을 살았고 정상으로 깨어나면서 죽었다. 이제 '미친'강준만교수도 그가 책에서 말했듯이 역사가 자기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신념 하나만을 가지고 미친 듯이 펜을 휘둘렀다. 이 사회가 미처서 돌아가고 있다. 갈수록 그 정도 심해지고 있다. 이 미친사회를 바르게 고치기 위해서는 같이 미쳐서 싸워야 한다. 물론 그 미치는 방법이 다르지만... 제2, 제3의 '미친'강준만교수가 자꾸만 생겨나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이사회는 더 이상 미치지 않고 정상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