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 | [문화가 정보]
'생 초보' 연기자들의 특별한 무대 나들이
전주시립극단 연기 워크샵·'심심' 아마추어 연극 모임(2003-03-10 19:15:12)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그리고 객석에서 무대로….
특별한 사람만이 무대에 오른다는 고정관념을 당당하게 깨뜨리고 나선 이들, 일반인들이 연극 작품 한편을 고스란히 생산해낼 수 있는 열린 기회가 마련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어설프고 어색하기만 한 대사와 몸 동작에 너나없이 한 바탕 웃음을 쏟아내면서도 무대 위 에 당당한 주인공으로 설 그 날을 고대하며 진지하게 대본을 들여다보는 이들. 학예회를 준비하듯 대본 연습 현장은 아기자기하고 풋풋하다.
전주시립극단의 '2003 시민 연극동아리 육성을 위한 연기 워크샵과 공공스튜디오 '심심'(대표 김병수)이 마련하고 있는 아마추어 연극 모임.
연극에 대한 이해와 친근함을 높이기 위한 시립극단의 연기 워크샵은 전문 강사들이 참여, 연극 한 편을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된다. 지난해 열린 제20회 전국연극제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연극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워크샵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담아낸다는 계획.
열악한 환경에서 연극 한 편 올리기 벅찬 지역 연극계의 상황을 감안하면 시립극단이 마련하고 있는 연기 워크샵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민간극단이나 대학의 연극 동아리 회원들이 연기 워크샵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워크샵은 관립예술단이 가져야 할 공적 기능을 담아낼 주목할만한 사업으로 기대된다.
정경선 단무장은 "지역에서 연극 관람 이외에 연극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드문 형편이어서 일반인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거나 극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참가자들이 이번 워크샵을 통해 직접 연기를 하거나 연극 제작 과정에 참여하면서 연극에 대한 친밀감과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주시립극단은 시민들의 연기 워크샵에 이어 앞으로 어린이 연극캠프나 청소년 연극교실 등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연극 교육과 활성화에 주력해 나갈 방침이다.
워크샵은 2월 3일~3월 1일까지 진행되며 고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연극만들기와 연기에 대한 이해, 동아리별 연극장면 구성 및 연극 게임, 일상적 표현과 연기적 표현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강사로 전주시립극단 상임연출자 장성식(백제예술대 교수)씨 등이 참여한다.
워크샵 과정을 마친 뒤에는 참가자들이 각 동아리별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연극 발표 무대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문의 275-1044.
전주시립극단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연기지도에 나선다면, 공공스튜디오 '심심'의 아마추어 연극모임은 보다 '가족적이고 널브러진' 분위기에서 꾸려진다. 연극이라면 공연 관람이 전부였던 '생 초보'들이 용감하게(?) 무대 위 주인공을 선언하고 나서 더욱 눈길을 끈다.
연기자들이 대부분 직장인으로 구성되는데, 저녁 7시면 일을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들어 대본 구성이나 대사들을 함께 상의하며 결정해 간다. 연극 무대에 대한 설레임이 가득하지만, 한편으론 연극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과의 관계를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해 참가자들의 표정은 넉넉하고 밝다.
공공스튜디오 '심심' 대표인 김병수씨가 판을 만들고, 그의 아내 임성연씨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서울에서 아마추어 극단을 이끌었던 두 부부의 경험이 녹아든 야심찬 프로젝트로, 작품은 인간 문명에 대한 속성과 가치를 코믹하게 그린 <나는 왜 아버지를 잡아먹었을까>. 오는 3월께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작품에 대한 완성도보다는 초보 연기자들이 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가면서 겪게 될 개인적인 만족과 활력이 더욱 값지게 다가오는 부분.
초보 연기자로 입문한 김덕현(27·어린이집 교사)씨는 "퇴근 후 남는 시간에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연극 모임이 좋은 기회가 됐다"며 "낯선 작업이지만 연극 연습에 참여하면서 스스로의 만족감도 생기고 평소 성격도 더 밝아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심심'의 이번 아마추어 연극모임은 지역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이면서 새로운 직장문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으로 다가온다. 연극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참여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문의 278-9406.
올 봄, 초보 연기자들이 풀어놓을 풋풋한 결실과 무대 위 순수한 열정이 기대된다.
/ 김회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