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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3 | [문화저널]
아이들의 고지식함과 옳고 그름의 판단 바른 생각을 위한 글 쓰기
이재현 어린이 글 쓰기 지도교사 (2004-02-05 14:31:36)
아이들은 새 학년에 올라가면 그 동안 정들었던 선생님, 친구들과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높은 학년들이 친해졌던 친구와의 헤어짐을 오랫동안 슬퍼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꽤 긴 편인데 비해 낮은 학년들은 대부분 새로 같은 반이 된 친구들에게 더 흥미를 가진다. 친구들의 형편도 다 제각각 이다.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 힘이 센 아이와 약한 아이, 그리고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등등 여러 가지 환경과 그 아이의 배경 정도가 행동에 따라 금새 드러난다. 이럴 때 내 아이는 어떤 기준으로 어떤 판단을 하는지 알아보는 데는 글 쓰기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기① 시골 아이들(2학년 여) 시골 아이들은 공부도 못하고 드럽고 옆에 지나가면 똥 냄새가 난다. 맨 날 선생님한테 많이 혼난다. 저번 날에는 선생님한테 많이 혼났다. 준비물을 안 가져와서이다. 바로 내 짝꿍OOO인데 선생님한테 5대를 맞았는데도 안 아프다고 해서 질렸다. 시골 아이와 짝꿍이 될까봐 겁난다. (1994년 3월 28일) 위의 글에 나오는 "시골 아이들"이란 오래 전부터 그 지역의 농가에 사는 아이들을 말한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대부분이 떠났지만 형편이 여의치 못한 농가들은 자신의 고향인 그 곳에 계속 머무를 수밖에 없고 그들의 아이들은 아파트 아이들을 괴롭히고 못살게 해서 아이들도 다 미워한다고 한다. 나는 이글을 쓴 아이를 탓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솔직히 이 문제를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할지 잠시 고민하게 된다. 자기 집만큼 넉넉하게 살지 못하는 친구는 자기 부류의 아이들과 틀리다고 생각하게 된 데는 분명 어른들의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 때문이다. 어른들은 어떤 환경의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입으로 수없이 주장하면서도 실제 생활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도 뻔히 알고 있는 것이다. 글 쓰기 지도는 쓰고 싶은 것을 정직하게 쓰게 하는 것말고도 아이의 생각을 바르게 잡아주는 몫까지 담당해야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다음은 '남자 친구와 여자친구 라는 글감으로 쓴 글이다.' 보기 글②여자와 남자(3학년 여) 우리 선생님은 남자보다 여자를 더 좋아한다. 힘든 일은 모두 남자들만 시키고 여자는 구석에서 놀아도 괜찮다. 청소할 때도 여자들은 교실에서 하는데 남자들은 바깥에서 한다. 만약 나한테 추운데 바깥에 나가서 청소하라면 못할 것이다. 그런데 남자 애들은 우리를 무시한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할려고 하면 여자들이 나선다고 막 욕하고 놀린다. 3월에 회장 선거를 할 때도 OOO이가 됐는데 남자애들과 선생님이 다시 하자고 해서 OOO이는 막 울었다. 그래도 반장은 여자 남자가 따로 있어서 여자도 할 수 있다. 나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 다행이면서도 불행이다.(1994년 3월 12일) 보기 글③ 생각할수록 이상한 여자 (5학년 남) 나는 여자랑 노는 남자애는 이상하다. 그리고 같이 앉으면 이상하고 우엑거린다. 체력 검사때도 남자는 다 보여주는데 여자는 구석에서 안보여 주면서 한다. 또 우리반 이수영은 남자애를 막 두들겨 팬다. 가을 소풍 때는 남자 애 5명을 쓰러지게 하고 나는 엎어치기로 쓰러뜨렸다. 어쩔 때는 여자와 결혼도 안하고 혼자 살고 싶다고 생각 될 때도 있다. 사람은 왜 남자, 여자롤 구분되었을까? 의문이 생길 때도 있다.(1993년 12월 15일) 보기 글②를 읽다 보면 옛날에 비해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인식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요즘 아이들도 힘든일은 모두 남자가 해야되고 여자는 편하게 보호받아야된다고 생각한다. 또, 남자는 씩씩하고 강해야 하고 여자는 예쁘고 얌전해야한다고 배우고 있다. 그러나 여자아이든 남자아이든 모두다 불만을 가지고 있다. 남자아이는 자기에게 주어진 무거운 책임을 다 할수 있을까 하는 것 때문에, 여자아이는 남들 앞에 나서기 보다 소리 없이 얌전하고 착해야 하는 것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 실제로 집에서나 학교에서 "너는 바보처럼 여자한테도 지냐?"고 남자의 자존심(?)을 상하는 일이 많고, "여자가 얌전하지 못하고 섬머슴아 같아서는 안 된다"고 핀잔을 듣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이것 EH한 아직도 어른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남아 선호 사상의 영향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또, 보기 글③의 내용처럼 아이들은 이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요즘은 옛날보다 어릴 때부터 성교육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성에 대한 신비감과 호기심보다는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이 강한 편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3,4학년만 지나면 예쁘고, 멋있게 모양내고 싶어지는데 이는 잘 보이려고 하는 일이다. 그러나 실제 아이들은 거의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만 친하게 지낸다. 자연스러운 관심을 자연스럽게 풀수 없기 때문이다. 보기 글3)에서처럼 "같이 앉으면 이상하고 우엑 거린다"는 것은 혹시 다른 아이가 놀리지나 않을까 해서 관심이 많고 좋다는 표현을 빗대어 하는 말일수도 있다. 아이들의 이성에 대한 관심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5.6학년 된 아이들에게 자신이 사춘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들어 보라고 하면 다섯 명 가운데 두 세명은 손을 든다. 이런 아이들을 보고 부모들은 "벌써부터?"라고 놀라기 쉽다. 그러나 잠시만 생각해보면 이사회는 여자와 남자가 더불어 사는 곳이고 여자와 남자가 힘을 합쳐야만 세상을 잘 꾸려 나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여자이건 남자이건 마음에 끌리면 자연스럽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따뜻하게 설명해 주어야한다. 아이들에게 사람에 o한 인식을 올바로 심어주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바른 생각이 있어야 바른 글이 나오는 것과 생각이 잘못되어 있으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원래 아이들은 고지식할 정도로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 할줄 알고, 옳고 그름의 판단을 정확히 해낸다. 오히려 어른들의 행동을 보면서 그 기준이 혼란스러워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따뜻한 마음씨와 바른 생각을 일깨워 주는 글 쓰기를 통해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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