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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3 | [문화비평]
강준만의 문화비평 '서울'이 '한국'인가?
강준만 전북대 교수 신문방송학과 (2004-02-05 14:31:02)
감사원은 지방 토착 비리를 뿌리뽑는다는 올해 감사 방향에 맞춰 내달에 지방연락관 제도를 신설, 비리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건 지난 1월말 어느 중앙 일간지 1단 기사의 내용이다. 아예 이 소식을 보도하지 않은 신문들도 많다. 별 뉴스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게다. 그러나 지방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건 대단히 중요한 뉴스다. 아니반드시 중요하게 다뤄야만 할 뉴스다. 토착 비리 척결 여부는 지방자치제의 성패를 결정할 만큼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방언론은 토착 비리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아니 다룰수가 없게 되어있다. 많은 경우 지방언론은 지연 학연 혈연을 중심으로 한 지방 특유의 유대망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토착 비리를 건드리기 어렵다. '비리'라고 해서 꼭 범법행위만을 말하는게 아니다. 언론이 지역전체의 이익을 위해 마땅히 보도해야 할 것도 기존의 유대망 때문에 보도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바로 언론의 비리에 속하는 것이다. 결국 지방의 토착 비리에 관한 보도는 중앙 언론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물론 중앙 언론이라 한들 지방 취재기자들 역시 자방의 유대망에서 독립돼 있는 것은 아니니까 뾰죽한 수가 있는건 아닐 게다. 그렇지만 원론적 차원의 문제 제기는 할 수 있는 것 아니가 그밖에도 지방과, 관련하여 보도할 게 어디 한두가지인가. 그런데 중앙 언론은 '서울'을 '한국'으로 간주하는 정신병을 앓고 있다. 지방은 무슨 사고가 터져야만 크게 보도된다. 만약 중앙 일간지들이 스스로 '서울의 지방지'임을 인전하고 그에 른 행태를 보인다면 문제될 건 없다. 그러나 모든 중앙 일간지들이 '전국지'임을 자부하고 있으며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을 '한국'으로 간주하니 그게 정신병이 아니면 무엇이랴. 중앙 일간지들이 그 알량한 지방판 한두 면을 끼워넣고 그걸로 '전국지'행세를 하고자 한다면 그건 정말 곤란하다. 모든 지면이 전국회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모든 지면이 철저하게 서울지향적이다. 최근 일부 신문들이 거창하게 '지방시대'를 내걸고 특별 기획 연재물을 싣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바로 그런 식의 보도 행태가 문제인 것이다. 중앙지들의 지방 관련 보도는 그렇게 큰 맘을 먹고 특별하게 기획으로 다뤄야 할 만큼 '일과성 행사'의 성격이 강하다는 말이다. 정말이지 중앙지들의 대학입지 관련 보도를 보고 있자면 울화통이 치민다. 모든게 서울 명문대 중심이다. 생활정보 기사는 툭하면 서울에 있는 백화점홍보로 일관한다. 일일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모든 지면이 다 그런식이니까. 별 시비를 다 건다고?하긴 그렇다. 억울하면 서울에 가서 살 일이다. 이미 김영삼 정부도 '자율화'니 '세계화'니 하는 핑계를 대고 수도권 인구억제정책을 포기한 지 오래다. 권력과 부의 서울 집중은 금세기내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우리 한국에선 '광란'에 가까운 넌센스가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 교통란으로 인한 사회비용 규모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건 지금도 엄청난 돈과 자원이 서울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퍼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담하건데, 그 돈이면 농촌을 살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서울시가 광화문 앞에 광장을 만들 계획을 검토한다고 했더니, 그거 정말 잘하는 일이라고 모든 사라믈이 칭찬을 한다. 심지허 지방사람들까지도 말이다. 아서라, 제발 아서라, 그게 몇 억원 들여서 할 수 있는 일이더냐. 그 돈을 농촌에 써봐라 귀향하는 사람 늘어서 좋고 농업 경쟁력 강화되어서 좋잖은가 말이다. 중앙지들은 서울 인구가 2년째 줄고 있다고 크게 보도하고 있는데, 제발 그런 짓 좀 하지마라. 그게 어디 인구가 준 거냐, '경기도의 서울화'지. 서울에직장을 둔 사람이 위성 신도시로 이사 갔다고 해서 사람이 서울 사람이 아니냐 이 말이다. 서울은 곧 대한민국이다. 정부와 런론이 그걸 그대로 인정하면 속는 사람은 없을텐데, 그들은 무슨 심뽀에선지 그걸 죽어도 인정하지 않는다. 정부와 언론은 지금도 기회만 있으면 '국토의 균형발전'이니 '지방화 시대'니 하는 허깨비 같은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쳐댄다. 이럴 바엔 차라리 신문들의 영업구역을 엄격히 제한시켜 '서울'을 '한국'으로 오해하는 비극이나 없게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갖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 지방 사람들조차 이런 말을 듣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지방을 희생으로 한 서울의 비대화에 분노를 표시하는 나같은 사람을 마땅치 않게 보는 사람들이 지방에도 많이 있다는 말이다. 뭐 그렇게 부정적인 시각을 갖지 말고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래나, 지방 사람들이 열심히 알아서 하면 되는 거지 왜 서울을 가지고 시비를 거느냐는 식이다. 내 자식 서울 유학시켜 놓았으니 걱정할 게 없다는 뜻인가? 아니면 나도 이제 곧 서울로 뜰 준비를 다 해놓았으니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인가?하긴 그렇다. 지방의 인재가 다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몰려가도 그걸 가리켜 '인재 양성'이라고 떠들어대면서, 어느 고등학교가 서울 명문대에 더 많은 합격자 수를 냈는가 하는 경쟁이나 하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더욱 이해할 수 없는건 지방 신문들이다. 가만히 보면 지방들끼리 싸운다. 지방지들이 공동으로 서울의 비대화에 대처하는 목소리를 내면 제법 영향력을 행사할 수 도 있을 터인다. 그저 근시안적으로 '우리 지역'의 몫 챙기기에만 매달린다. 서울을 한국으로 보는 정신병은 지방사람들도 않고 있는 전염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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