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3 | [문화저널]
정말 아는만큼 느낀다
정은숙 오수국교 교사
(2004-02-05 14:28:25)
작년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상당히 큰 고민에 빠져 있었다. 10여명이 일년 넘게 운영한 아동미술소모임이 그 질적인 발전에 걸맞는 내용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그때 한국 미술사가 개설된다는 소식에 눈과 귀가 번쩍 뜨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쩜 그리도 시기와 내용이 우리 소모임을 위해 준비해서 기다린 듯 맞아 떨어졌는지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더니 문화저널은 바로 우리의 그 하늘이었다.
9월 둘째주이던가 개강하던 날, 유흥준 교수님의 기대해 마지 않았던 열강은 역시 5개월이나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게 많다.
고대 인물상이 그 차렷자세에서 발하나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오는데만 100년이 걸렸다는 것, 그리스 신전에 바쳐진 조각들 중에서 분명히 처녀 아닌 총각만이 나체였다는 것, 위대한 화가의 삶을 찾는 일은 나의 삶을 찾는 일이라는 것, 미술사도 인간학으로 가야한다는 것 등등.
그 다음 주부터 우리는 금요일만 되면 퇴근하고 고창 부안 진안 임실 이리 전주 등지에서 우진문화공간으로 몰려갔다.
운동회 연습, 출장 등으로 피곤에 지친날이 많았으나 한 강좌라도 늦을세라 놓칠세라 내가 생각해도 최선을 다했다. 물론 한 두 번 늦기도 하고 놓치기도 했지만.
일곱분의 교수님들은 두 시간 이상 씩 우리 모두를 사로잡았다. 특히, 슬라이드 환등기를 이용한 작품 감상이 진행될 때 초등교사인 나로서는 '저렇게 효과적이고 완벽한 수업매체를 왜 나는 자주 활용하지 못하는가?라는 죄책감 마저 느껴졌다.
실제로 120분 강좌가 끝나고 나면 벽화, 불탑, 불상, 도자기, 회화 등의 부분별 체계가 시대별 지역별로 환하게 잡히는 희열감을 맛볼 수 있었다.
6개월간의 강좌가 마무리 되는 요즘 알게 된 엄청난 사실은 한국미술사를 통해 우리 민족 아니, 우리 인류의 총체적인 역사가 자세히 깨달아진다는 부가소득이다.
하나의 미술품은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그 시대의 자연 환경이나 사회적 산물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반드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교육등의 유기적 관계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신 이태호 교수님의 말씀에 진정 공감이 간다.
많은 교수님들이 특히, 이영욱 교수님이 관심있게 제시한 민족미술이나 북한 미술쪽의 자료는 한국미술사 강좌의 목표가 자연스럽게 통일로 이어지는 긴장감을 적절히 조성해 주었다.
이 시대를 사는 나의 몫이 남아 있고 그것도 굉장히 만나는 것을 그 누가 말하지 않았어도 나같은 문외한이 알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