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3 | [문화저널]
작고 소중한 일을 끊임없이 일궈내길 기대하며
임희종 신흥고 교사
(2004-02-05 14:27:47)
아마 강좌기간 중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였다하여 나에게까지 애기 할 기회가 왔나보다. 시간에 쫓기면서도 꼭 이 강좌만큼은 들어야겠다고 한 것은 현장에서의 필요성도 있지만 지난날 대학시절 명창이 전주에 왔다하면 그 큰 카세트녹음기를들고 가 녹음했던 추억이 되살아나 그런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몇몇 책을 통하여 읽었던 내용이나 간혈적으로 들었던 판소리가 부분적이고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나로서는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 이었다. 판소리총론에서부터 시작하여 전통음악과 판소리, 판소리사, 창작판소리의 가능성까지를 가늠해 보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다.
최동현 교수님의 판소리 다섯바탕 해설을 듣고, 우리 주위의 젊은 소리꾼의 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그 열성에 흐뭇함을 금할 수 없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정희천 교수의 강연을 들으러 왔던 전정민명창이 관객의 갈채에 못이겨 평상복차림으로 즉흥적으로 한 대목 들려주신 것이 었다.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어 지고 있는 요즈음의 무대현실을 감안할 때,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가깝게 느낀, 지금도 살아있는 감동의 장면으로 남아있다. 수년 전 인월장터에서 만난 박동진 선생을 시장사람들이 알아보고 "소리 하자리 하쇼?"하는 말을 바로 받아 그대로 소리판이 되어 버린 그런 모습 말이다.
소리의 희귀성으로 말이암아 자주 들을 수 없는 '적벽가'를 명창의 소리로 직접 들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정권진 명창과 임방울 선생의 소리를 카세트로 통해 비교해 가며 듣는 맛도 또한 괜찮았다.
천이두 선생님의 「명창 임방울」은 두 번씩이나 재미있게 읽고 여러 사람에게 권했던 책이다. 선생님은 형식의 굴레를 벗어나 편하게 명창 임방울의 소리를 직접 불러가며 설명하여 소리의 맛에 흠뻑 젖게 하였을 터인데 좌석배치가 그것을 허락지 않았으리라.
아쉬음이 남는다.
예향, 아니 판소리의 본고장 전주에 이런 멋진 강좌가 개설되어도 몇 좌석만이 채워진다는 것이, 그리고 강연 하신 분들과 함께 뒷풀이의 진짜 강의(?)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저널에서 이런 작고 소중한 일들을 끊임없이 일궈내닐 기대하며, 그동안 강연해주신 교수님과 문화저널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