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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 | [문화칼럼]
전주는 자랑스러운 문화중심이어야 한다
문화 기반이 개성있는 도시를 만든다 정재옥 크레디아 대표 *정재옥/중앙대 경영학과를 (2003-03-10 19:13:26)
레저니 여가니 하는 말이 일반화된 것은 불과 70여년전, 수세기전에도 여가활동이 없었을리 없지만 산업혁명을 지나면서야 비로소 인간의 생활을 지배했던 생리적 구속시간과 사회적 구속시간을 제외한 개인의 자유시간 - 즉, 스스로 만족을 얻기 위한 자기만의 시간 -에 눈들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은행권에서 어느덧 시행하고 있는 주5일 근무제는 아직 우리에게는 거북스러운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먹고사는 일에도 벗어나지 못했기에 “논다” 이전에 “쉰다”라는 말에도 부담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개성적인 여가보다는 집단적인 생활에 길들여져 있어서 여름철 일부 피서지로 집중된 여행길은 교통혼잡과 피로 누적으로, 주말은 TV시청과 수면보충으로 일관되어 왔으며 이는 오히려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이어져 왔다. 그렇지만 이제는 문화레저산업을 주목해야할 이유가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 풍요'보다 '삶의 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생리적인 구속시간을 제외한 노동과 여가의 통합현상도 보여지고 있다. 즉 노동자체를 생계의 수단만이 아닌 자신이 재미있고 즐거워하는 일의 연장선상에서 선택하겠다는 욕구들이다. 그래서인지, 영화계나 엔터테인먼트, 게임, 캐릭터, 여행 등 문화, 레저업계는 늘 젊은 인력들의 도전이 활발하다. 문화와 여가가 다른 분야의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요인이 클뿐만 아니라, 대외경쟁력의 바탕이 되고 있음은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실증해주고 있다. 질 높은 삶을 추구하는 문화의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산업은 또 한번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창립된 여가문화학회의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접할 수 있었다. 여가시간이 늘게되면, 휴식이나 수면, 혹은 TV시청같은 수동적인 여가활동에서 가족유대감 강화나 자기개발, 혹은 레저나 스포츠활동처럼 자신의 건강과 발전을 위해서 투자하는 긍정적인 변화 가 일어나기 시작하며, 주말여가행위는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집단, 단체에서 가족과 개인단위 중심으로, 수동적 재택(在宅) 여가에서 활동적 댁외(宅外) 여가로 변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주5일제를 실시한 기업의 직원들은 여행, 스포츠, 공연관람 등의 레저활동을 하겠다고 기대했었으나 막상 주 5일제가 실시되고 난 후 계획대로 여가를 보내는 일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 주된 이유로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23.2%),'제대로 된 여가 콘텐츠가 없어서'(10.8%), '비용이 부족해서'(6.8%) 등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여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주말에 시간이 주어지고 난 후에는 시간보다는 여가기회와 정보, 공간, 자원 부족이 문제가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야말로 잘 노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전에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과 지방간의 균형적인 발전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느껴진다. 아직까지도 여론조사를 지켜보면 암담한 결과들의 연속이다. 지난해 한 전국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민을 포함해 열명 중 아홉명(91.7%) 정도가 인구는 물론 산업·교육인프라의 서울집중 현상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으며, 그 결과 '지방에 있으면 뒤떨어진다' 는 지방 거주자의 소외감을 드러내는 말에도 열명 중 일곱명(70.6%) 이 공감했다. 서울로 이주하고 싶다는 응답도 20대(34.4%), 30대(25.3%), 40대(22.2%) 의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응답자들은 지역별 특화와 교육, 문화시설과 혜택의 증대를 꼽았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얼마전 지방 공연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경제적 차별은 견딜 수 있어도, 문화적인 차별은 견디기 힘들다”라고 말하며, 문화의 서울 집중현상을 안타까워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지방자치의 성공은 개성 있는 도시의 문화적 기반 여부에 달려 있으며, 가시적 성과보다는 주민들 사이의 친화력을 높이고, 자기 고장에 대한 애향심과 소속감을 높여주는 일이 급선무다. 또한 21세기에는 인간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하며, 문화도시 만들기가 지역 도시 발전의 핵심이 된다고 국내외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매력 있는 지역에 사람이 모이며, 그 매력은 도시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각종 문화 예술 활동, 공연, 회의 등의 50% 이상이 서울에서 개최되는 현실에서 지역 시민들이 자긍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전주가 우리 국민들의 여가 선용 도시이자 자랑스러운 문화도시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을 정리한다는 것이 이렇게 이야기가 길어졌나 보다. 전주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라는 자랑스러운 랜드마크가 있으며, 매년 개최되는 소리축제를 비롯 다양한 문화행사가 연중 펼쳐지고 있다. 서울, 평양과 함께 조선의 3대 도시였기에, 전통의 멋과 맛 그리고 소리가 어우러지는 명실상부한 전통과 문화의 도시이다. 전주 자체로도 많은 매력이 숨어 있지만, 무주, 남원 등 주변의 관광명소와도 연계되어 있어 기존의 문화유산과 현대적인 문화 인프라가 만난다면,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많은 가족들이 여행, 문화, 체험 등의 여가를 위해 찾고 싶은 매력덩어리의 도시이다. 직업이 공연기획이다 보니, 장영주, 백건우, 신영옥, 안트리오, 강동석, 금난새 등 많은 연주자들의 전주공연을 주선한 경험이 있다. 매번 전주를 찾을 때마다, 전주시민들은 그 어느 도시보다 따뜻했으며 정말로 예술을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는 전북소리문화의전당이 전주시민들에게는 자랑스러운 문화중심이, 전국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찾아가고 싶은 명소로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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