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3 | [문화저널]
환경을 생각한다
"해 비칠 때 피라미 떼는 정말 좋았어"
최악에 이른 하천의 생태계, 전주천을 찾아
김연희 문화저널 기자
(2004-02-05 14:21:46)
"내 살아 생전에는 그 물을 다시 보들 못하고 죽을 것 같혀! 물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어,. 해가 비칠 때 피라미 떼는 정말로 좋았어!"
날이 너무도 가문 요즈음, 도랑 흘러가듯 졸졸 흐르는 물, 잡초, 수초들만 수북한 초췌한 모습만을 드러내고 있는 전주천.
김장철이 되면 아줌마들이 간이벤 배추를 머리에 이고 줄지어 내려와 배추를 씻어 김장을 담그었고, 여름철이 되면 목욕하러 오는 사람, 고기잡으며 물장난 치며 노는 어린아이들, 천해의 자연과 지내 온 수많은 기억들을 떠올리며 이순덕 할머니(88세)는 전주천의 추억을 이야기 한다.
전주천에 사는 메기, 피리, 모래무지 등을 잡아 매운탕 집을 운영하며 한 평생 한벽루와 함께 살아온 이순덕 할머니의 '한벽루 물이 언제 다시 돌아오려나'하는 한탄 속에서 변해 버린 자연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마음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지금! 전주천?썩었어"라고 한마디 던진 말 끝에 "그래도 비가 많이 오고 물이 좀 많아지면 송사리도 있고 여기는 썩는 냄새가 나진 않아" 좋았던 전주천의 물을 붙잡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애잔하다. 지금은 칠보나 운암, 진안 근처에서 잡아온 고기를 사서 장사를 하는데 그때의 고기 맛이나 인기에 비할 것이 못된다고.
"여기에 살아왔으니까 여기서 죽을거야, 이제 다 살았는데, 여기서 살면서 큰물 참 많이 봤어 장매 때는 집채가 떠내려오는 것도 보고 전주천이 말라버린 역사를 난 알아 고기가 노는 것이 그렇게 이쁘고 마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고기를 볼수가 없으니..."
평온하면서 아늑한 이미지의 전주 사람 살기에 부족할 것이 없다는 전주의 한줄기를 흐르는 전주천은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하게 망가져 가고있었다. 현대화와 첨단화를 달리는 오늘날 이런 낙후성이라니!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놀라울 정도로 환경에 대한 인식도는 낮았고 시설투자, 전주천을 살리려는 노력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얼마전 우리가 먹은 한우가 거의 젖소였다는 의아스러운 결과가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젖소를 먹었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자신이 먹은 고기 만큼은 한우였을 거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인가의 양심과 이기주의의 한 면을 들여다본 이일은 어쩌면 전주천을 이렇게 망가띠록 있는 장본인이 자신만은 아니라고 우기고 싶은 마음과 같을 지도 모른다.
지난 1월 전북환경운동연합에서 발표한 전주천 오염과 어류군집동태 조사에 따르면 핱천의 생태적 기능이 최악의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놀랄 만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75년 전주천 조사에서는는 모래무지, 참붕어, 피라미, 붕어, 물게, 참중고기, 큰납자리, 각시 붕어, 떡납줄갱이, 밀어, 참마저, 치리, 가시납지리 등 다양한 어종이 나타났는데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어류가 아예 살지 않거나 오염에 강한 어종인 붕어 혹은 대륙송사리 등종만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맡은 김익수 교수(전북대 생말학과)는 "물고기가 사라졌다는 것은 환경의 오염에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죽어 가는 강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예고하는 것으로 지금이라도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전주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주 8경중에 하나로 빼어난 절경으로 알려진 추천대는 서신동 쓰레기 매립장이 마주하고 있어 하얀 거품을 품어내며 고리 한 마리 살지 않고 썩어 가는 하천물과 쓰레기 매립장에서 날아오는 불쾌한 냄새와 침출수를 안고 초라히 서 있었다. 여러 제지 공장, 화학공장에 비가 오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는 시커먼 석탄을 쌓아 놓은 연탄 공장까지, 위엄을 갖춘 듯 당당히 서 있는 아파트 단지에 둘러 쌓은 전주천은 온갖 페수를 한아름 안고 흘러가고 있었고 깍아 놓은 듯 가로지른 시멘트, 보 널따랗게 펼쳐진 고수 부지가 전주천 모습의 전부 인양 펼쳐져 있었다. 하천 정비 사업에서 제일 머저 했다는 고수부지 정리나 준설 작업, 물의 흐림을 막는 보를 쌓은 하천의 지금 모습은 수중 생물을 사라지게 했으며 하천의 자정 능력을 떨어뜨려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정리 해 놓은 고수 부지는 군사 문화의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구불구불한 여울, 소 자갈, 모래등 자연 자원이 사라져 버리고, 체련공원, 주차장 시설 등이 전주천 개발 계획의 전부라면 생태계복원은 요원한 꿈이 되고 말 것 아닌가.
이렇게 낡은 시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허름해 보이는 분뇨 처리 시설이 '위험'이라는 표지판을 앞세우고 기계는 멈춰서 있었다. 날이 궂을 때나 사람의 인적이 드문 때는 가끔 생분뇨가 나온다는 믿기지 않은 말을 뒤로하고 11단계를 거쳐 정상에 가까운 물을 내보내야 하는 분뇨 처리장이 시설의 노후와 기준치 초과의 상태로 왜 전주천에 버티고 있어야 하는지 궁금중을 떨칠 수 없었다. 각 가정에 묻혀져 있는 정화조의 관리부실은 수질오염을 부추기는 큰 원이된다. 정화조의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규격, 화학약품처리가 잘되는지 수질 오염도가 얼마이며 몇 개가 묻혀 있는지 사후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은 한나라의 환경문제 수준을 한눈에 보여준다.
전주시에서 하루 배출되는 18만톤 이상의 하수를 처리해 줘야 하는 하수 종말 처리장은 하루 10만 3천톤 정도의 처리 능력중 5만톤은 공장 페수, 5만3천톤은정도는 생활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그러니까 생활하수는 5만여 톤을 제외하고는 그냥 전주 천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현재 그 위치에 제2단계, 제3단계 처리장을 건설 중이라고는 하지만 공장 페수 처리는 특혜라는 의혹, 슬러지 방치, 늘어가는 생활 하수의 처리 능력 부족등은 제대로 하수 종말 처리장으로써의 역할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각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 하수가 바로 전주천으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91년년도부터 전주천 정화 사업의 하나로 찻집관거를 시설했다. 시내 중심부의 전주천에만 설치되어 있는 찻집관거는 1차로 생활 하수로 받아 하수 종말 처리장으로 보내도록 되어 있는 시설물이다. 그런데 비가 오거나 물의 양이 많아지면 천으로 흘러 넘치기도 하고 찌꺼기 배출구는 막혀 있어 제구실을 못하는 등 관리에 많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바로 이런 일들이 우리 행정의 허실을 보여주는 점이다. 정화 사업이라고 이름 붙여 시설해 놓고는 그때가 지나면 그만이고, 맑은 물을 살리겠다는 의지와는 정반대로 오염 시설을 인허가 해주는 것은 물론 환경 처리 시설을 형식적으로 갖추어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 현실에서 과연 전주천의 수명이 언제 다할 것인지 아찔해지지 않을 수 없다.
저항력이 강한 붕어만이 살고 있었다는 이번 어류 군집 실태 조사는 여러 면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과학적인 수치를 통해 환경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것은 변화가 많은 반면 생물을 통한 오염 측정은 변화가 적어 비교적 정확하다며 물고기가 사라지는 것은 어느 자연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인간의 문제이며 소리 없이 사라지는 물고기처럼 서서히 인간의 생존에 위혐이 다가온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김익수 교수는 말한다. 물고기가 입은 화를 인간이 당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무심히 지나쳐서는 안될 때가 온 것이다. 강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세계 문명의 교훈을 통해 보더라도 생물이 살지 못하는 강, 인간과 같이할 수 없는 강은 문명이나 문화가 사라지고 종말을 향하는 길밖에 없었다. 협박성 경고가 아니라 현대문명의 이기주의와 인간의 개인주의를 되돌아 보아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쓰고 싶은 대로 쓰로, 버리고 싶은 대로 버리는 이기적 오염현상이 지금의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콘크리트 바닥이 청소년 범죄와 삭막한 인간관계를 가져왔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시민 단체들이 여론화하고 시민들이 직접 나서 생활 하수를 줄이고 쓰레기 종량제에 적극 참여해야 하며 주먹구구식 행정에서 벗어나 행정관청의 적극적 추진과 깨어 있는 지도자가 나서야 한다는 누구라도 할수 있는 답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에서 전주천을 살려야 하는 구체적 대안과 절박성의 인식이 필요하다.
가족과의 대화의 장소로 고향을 찾아온 것 같은 정서를 찾아볼 수 있는 장소로써의 도시 문화의 정착을 위해 제안하고 싶다. 전주천의 복원으로 전주에 사는 지역민의 정신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