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3 | [특집]
지방화시대는 곧 참여의 시대
우리 손으로 자치정부를 만든다
박동수 전주대 교수 행정학과
(2004-02-05 14:18:20)
올해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큰 흐름이 될 것 같다. 세계화는 그야말로 범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지방화는 6월에 실시되는 지방자치단체장까지를 포함한 4대 지방선거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서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 세계화의 추진강도가 강하기 떄문에 그 속에서 지방화가 얼마나 내실있게 추진될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세계화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선진국들은 모두 지방화를 먼저 실현한 뒤에 세계화를 이루어냈다는 점이다. 하기야 우리는 지방화를 실현한 후 세계화를 추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동시에 추진해야만 한다. 여기서 잘못하면 세계화가 바로 지방화라는 논리만 펴면서 지방화를 제대로 추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된다. 두가지 다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져야만 한다. 사실, 올해가 지방화의 실질적인 원년 내지는 상당히 완성되어 가는 해쯤으로 생각들을 하기 쉬운데 그렇지는 않다. 지방선거들이 있다고 해서 바로 지방화가 완성되어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지방화시대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보다는 달라져야 하는가의 당위성을 먼저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지방화라는 말은 우리 귀에 익어왔고 실적은 미미하지만 지방화가 이루어져 온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지방화가 모든 것의 중심이 지방으로 이동하여 지방에서도 얼마든지 사람들이 모든 것을 실현해 나가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아직도 지방화로 갈려면 한참 멀었다. 그래서 4대 지방선거가 있는 올해가 그런 지방화로 갈 수 있는 획기적인 선거가 되어야 함을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손으로 자치정부를 만든다
올해는 4대 지방 선거를 거치게 되면서 이제까지와는 달리 주민들이 직접 지방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선거를 통해서 자치단체장을 선출하고 지방의회 의원들을 뽑기 때문이다. 바로 자치정부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보니까 주민들의 압력과 감시가 지방행정에 반영될 수 밖에 없고 지방정부는 주민지향의 지방행정을 펴나가야만 한다. 이런 유형이 제대로 정착되어야만 지방화시대가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것은 지방선거 자체의 메카니즘이 정말 주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선출해 내는데 최선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정당과 줄을 대는 사람들만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으로 당선될 것 같은 현 상황에서는 지방정부 구성 자체가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맡아야 할만한 사람들이 지방자치 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주민들에게는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주민들은 올해의 4대 지방선거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정말 괜찮은 사람들을 지방단체장으로 지방의회의원으로 선출해야 할 책임을 져야한다. 게다가 지금 같은 우리 자방의회의 구성은 손질이 가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수주의를 채택하여 많은 지방 의회의원들을 뽑아서 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시키기 위해서 명예직으로 지방의회 구성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이 많은 지방의회 의원들이 모두 올해부터는 월급 비슷한 의정활동비를 지급받게 되어 있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지방의회 구성논리에도 어긋나고 지방재정을 낭비하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일정한 급여의 성격을 지닌 의정활동비를 줄려면 지방의 회의원 수를 대폭 축소하든지 아니면 다수중의를 채택할 때는 명예직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 모든 나라들은 이런 원리에 입각해서 지방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다만 일본만이 다수주의를 채택하면서도 급여성격의 의정활동비를 지급하고 있을 뿐이다. 정말 우리의 사정이 일본과 모두 비슷한 것인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정책은 지역과 주민을 지향하게 된다
지방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지방정부의 정책결정이 지역을 생각하고 주민을 생각하는 것들이 주종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그런 정책결정의 과정도 주민들의 여론을 반영하여 지방의회를 통해서 결정되고 주민이 직선의회를 통해서 결정되고 주민이 직선한 자치단체장의 손에 의해 집행되게 된다. 이런 틀 속에서 지역의 발전이나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행정들이 예전보다는 많이 집행되리라고 본다. 그러다 보니까 지역간의 경쟁. 지역진흥주의가 부각되면서 지역이기주의가 팽배될 우려를 배제할 수가 없기도 한다. 건전한 시민의식을 상실하고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배타적인 지역적 집착에 머물게 되면 사회는 늘 소란스러울 것이며 여러모로 많은 낭비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래서 지방화를 제대로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건전한 시민의식을 함양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의 건전한 시민의식과 지방정부의 지역을 생각하고 주민을 지향하는 행정이 함께 어우러질 때 지금까지 소외되었던 주민들에 대한 복지나 생활행정이 이루어지리라고 본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행정은 덩치가 큰 것들에만 치중을 해왔을뿐 실제로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그러면서도 아주 필요한 일들에는 둔감해 온 것이 사실이다. 지방화시대에는 골목길의 청소나 울퉁불퉁한 길을 고르게 닦는 것, 수돗물 문제, 환경보호 같은 것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거기다가 지방정부는 어떻게 하면 적은 예산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선진국들은 지방정부의 개편이라든가 예산 절차의 합리화와 회사같은 경영방식 등을 도입해서 지방정부 수준에서 행정경영을 이루어 내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아직도 중앙집권적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새로운 지방행정을 펴나갈지는 미지수다. 지방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선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있지만 간단히 몇가지만 들면 하나는 어느 지방이든지 고르게 발전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어느 곳에 살든지 그 곳에서 모든 것을 실현해 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역간의 편차가 너무 j서 자칫하면 명목상의 정치적 분권만 이루어질 뿐 실제는 몇 개의 도시로 모든 것이 집중되는 현상을 탈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둘째는 새로운 지방행정을 담아낼 지방정부의 조직과 개편이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지방정부의 조직과 활동들은 모두 중앙집권적이었기 때문이다. 셋째는 재정력의 빈약이다. 따라서 튼실한 지방화시대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앞서 지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중앙과 지방 모든 곳에서 함께 이루어져야만 한다.
많은 단체들이 생겨날 것이다
지방화시대에는 지방에 관한 일들에 주민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기 때문에 또 거기에 관련된 단체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말하자면 지방을 생각하는 모임이라든가 지역을 연구하는 단체라든가 지방문화, 교육에 관한 모임들도 있을 것이며 지방정부나 지방의회를 감시하는 기구들도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지방의 환경을 생각하는 단체들도 생겨날 것이다. 환경문제는 꼭 지방화의 조류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 21세기를 맞이해서 전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많은 단체들이 생성하게 되면 그만큼 주민들에게는 참여의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거기다가 지방정치에의 참여까지를 합친다면 지방화시대는 바로 참여의 시대가 된다. 이런 시대에 주민들은 살기좋고 일하기 좋은 내 지방을 만들고 민주주의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 모범적인 시민상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주민들은 새로운 발사의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 항상 작은 것이 가능성이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지방의 사소한 일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조그마한 지방의 일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도움을 주려고 해야 한다. 모든 것은 주민의 질에 달려 있다. 아무리 지방화라는 말을 외쳐봐도 주민들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방화시대는 바로 주민의 질을 향상시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그것이 교육이고 지방문화의 활성화이다. 이제 교육도 지역을 담아내는 그런 교육으로 변해가야 한다. 지방문화 역시 그 중요성이 철저히 인식되어야 한다. 여기서 한가지만 예를 든다면 선진국에서처럼 시청이나 군청의 지하 강당에라도 조그만 소극장이라도 마련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공공기관들은 너무도 많은 공간을 낭비하고 있다. 전북의 모든 공공기관들이 지난날 동원행정을 위해서 마련해둔 강당의 일부라도 축소해서 소극장이라든지 전시공간 같은 것들을 제공한다면 그만큼 주민들과 직결된 지방문화가 살아날 것이다.
슬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는 지방화시대를 맞이해서 달라져야 할 것들을 먼저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의 지방화가 여러 가지 여건상 크게 달라질 일들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먼저 달라져야 할 것은 주민들의 정신이고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자세이며 지방의회 의원들의 활동이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양식이다. 모처럼 지방화의 전기를 맞아서 모두가 새롭게 각오를 발휘하지 않으면 우리의 지방화는 요원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역의 모든 단체, 언론들도 항상 지역을 생각하고 지방일에 관심을 가지고 개선을 시도해 나가야 한다. 지방화가 제대로 이루어진 선진국들도 지방화를 정착시키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수백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차근히 인내를 가지면서 지방화를 뿌리내리게 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지혜들을 가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