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5.2 | [문화저널]
삭다리 마을의 고민과 투쟁 진안군 쓰레기 매립장 사건현장을 찾아서
김연희 문화저널 기자 (2004-02-05 13:57:13)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쓰레기 처리장, 하수종말 처리장등 집단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가워할 주민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의식하지 못하고 사라왔던 이런 시설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어 현대에 와서는 집단 이기주의, 지역 이기주의등 낯설은 신조어를 만들어 내었고, 이러한 갈등이 지나치게 왜곡되어 섣부른 비판을 가져오기도 했으며, 잘못된 이기주의의 수단으로 인용되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추운 날씨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즈음 날씨보다도 더 첨예하게 이러한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 진안의 광역쓰레기 매립장 건설을 둘러싸고 진안군 구룡리 일대 7개 마을 주민들과 진안군의 대립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초부터. 두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눈이 내린지 며칠 되지 않은 토요일 오후 진안군 구룡리 삭다리 주변은 아직 녹지 않은 희끗희끗한 눈이 주위의 산을 덮고 있다. 장수, 장계, 무주로 가는 초입길에 위치하고 있는 삭다리는 큰 포크레인이 들어가지 못한채 주민들이 걸어놓은 "쓰레기장 건설 절대반대"라는 플랑카드와 비닐 하우스 집, 불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 밥을 해먹은듯한 가마솥등으로 뒤섞여 있다. 주민들의 쓰레기장 설치 반대 분위기를 한마디로 이야기 해주고 있는 광경이었다. 산처럼 쌓아놓은 쓰레기더미를 위로하고 산밑에서는 암반을 뚫는 소리가 요란했다. 쓰레기를 더 매립하기 위해 암반을 더 깊이 파고 있는 작업이라고 주민들은 설명한다. 쓰레기 더미를 밟고 더 올라가보니 문제의 심각함을 더 느낄수 있게 해주는 문제가 있었다. 생분뇨를 비닐로 덮고 부어놓은 것이 추위로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웅덩이를 파고 거기에 생분뇨를 1년여동안 부어왔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진안읍의 하루 쓰레기 18톤과 10개면의 12톤등 30여톤의 쓰레기를 매립해오고 있는 삭다기 쓰레기장은 쓰레기 매립장이라기 보다는 야적장이라는 말이 더 정확했다. 한겨울인데도 상쾌하지 못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고, 산처럼 쌓아놓은 쓰레기 더미 위를 파리가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은 여름날 주민들의 고통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12월초 삭다리제 쓰레기 매립장 설치 반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군에 항의의 표시로 진안군의 쓰레기 반입을 지금까지 막고 있다. 진안군의 쓰레기 전량을 삭다리제에 쌓아두고 있는 상황에서 쓰레기를 수거해가지 않아 읍내 곳곳에 쓰레기가 쌓이는 등 한동안 주민들은 불편을 직접 느껴야 했었다. 현재 문제가 된 진안군 구룡리 쓰레기 매집장은 81년 설치되어 5년씩 세차례에 걸쳐 매립기간이 연장되었다. 진안군에서는 92년부터 쓰레기 매립지를 선정하기 위해 3-4곳의 장소를 물색하였다. 처음 장소를 물색할 당시에는 현재의 구룡리 쓰레기 매립장은 대장지에서 빠져 있었다. 이후 광역쓰레기 매립장이 구룡리로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을 주민들은 밀실행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93년 6월 진안군 상반기 군정주요업무보고서를 통해 부귀면 세동리 구 공치산지를 활용하겠다고 보고한 이후 부귀면 주민들 설득작업에 들어갔으나 주민들 반대로 소강상태를 보였고 마을의 몇몇 사람들이 군수를 면담하는 등 쓰레기장 설치반대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그후 94년 4월 진안군의회 32회 임시회에서 쓰레기장이 지금의 구룡리 지역인 삭다리제로 변경 확정, 추진되고 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 대해 진안군측은 삭다리 쓰레기장 결정배경을, 대구에서 열린 환경보호와 회의에서 기존의 쓰레기 매립장을 위생처리해 쓰레기 매립장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되었고, 군재정 9.8%의 자립도로 다른장소로 기존의 쓰레기를 옮기고 새로운 쓰레기장을 건설하는 등의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한 밀실행정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93년 10월 맟을의 모정 상량식때 주문들에게 일러주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환경문제에 관련된 시설물 설치에 있어서 아직도 행정처리가 근시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민들과의 대화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경우이다. 이러한 시설물 설치의 경우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 주민들과의 대화이다. 주민들과의 공청회, 설문 등으로 공개적이고 보다 많은 대중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결정이 내려져야 하는 점을 아직도 공직자들이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 어떤 주민들이 환영하겠습니까? 땅값이 내려가고 혐오시설이라고 느끼는데 누가 허락하겠습니까?" 진안군 환경보호과장 이진헌씨의 말이다. 반대할 상황이 뻔하기 때문에 주민들과 접촉도 시도해보지 않고 공사를 시작하고 공정율이 이미 40% 이상이 되어 번복할 수 없다는 밀어붙이기식 논리와 행정이 주민들과의 부딪힘을 해쳐 나갈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닐까. 삭다리제 주민들이 쓰레기 매립장 설치 백지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았고, 7개 마을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400세대의 주민들이 먹고 살아야할 지하수의 오염이 심각해질 것이 뻔하며 전주, 군산, 이리의 식수원이 될 용담댐의 만수위에서 3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철저한 위생관리가 되어도 현재 쓰레기장의 위치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 진안군측은 현재 40%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으며 23억의 예산으로 사후 보안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며 환경오염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위생적이고 과학적으로 설계, 공사하고 있기 때문에 염려가 없다고 말한다. 용담댐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2천년이후에나 용담댐 담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위생쓰레기 매립장이 건립된다면 용담댐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먼지 입지선정대상이었던 부귀면 가튼 경우는 섬진강줄기로 전주의 식수원인 방수리라 바로 나가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지역이며, 쓰레기장의 침출수를 3단계 정화하여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정화수를 하천으로 내보낼 것이고 지금의 위치는 자정능력이 있는 거리가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해당 지역에 모정, 도로포장 등 해마다 3천여만원의 예산으로 주민 숙원 사업에 투자할 것이며, 15년으로 되어 있는 매립기간을 10년으로 단축하고, 관리원등을 마을 사람으로 채용해 독성폐기물 반입금지, 침출수 배출 등을 직접 감시하고 관리 감독하도록 한다는 대안을 주민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진안군이 안일한 태도를 보여준 토지 매입 문제에 대해 현재 매입에 응하지 않고 있는 지역은 쓰레기 매립장구역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주민들에게 환경의 피해는 뒤로 하고 군의 입장만을 강요하는 '가진자의 횡포'라는 것이 주민들의 의견이다. 피해 당사자들의 협상에 응해 토지를 팔든지 쓰레기더미 속에서 지내든지 선택하라는 군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진안군의 환경법 위반의 문제가 되는 생분뇨방치에 대해서는 위생처리시설을 전곡리에 증설공사하는 중간단계라고 해명하고 있다. 위법이 아니라면서 분뇨처리장 증설이나 부속적으로 만들때의 조항을 지켜 시설에 착수했으며, 준공후 바로 새로운 처리시설을 이용하지 못한 것은 처리과정 시간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부딪치고 있는 이 문제의 해결에 군청쪽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을 내놓는 것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금 쌓여있는 쓰레기의 재처리 기간을 2년, 새로이 시설을 만드는 기간 1년등 모두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금의 쓰레기장 철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라도 백지화와 요구사항을 실현시킬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군청측은 백지화는 사실상 어렵다는 방침을 고수하며 맞서 있다. 1월 10일 현재 군청은 쓰레기 반입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주민은 설과 혹한을 피해 비닐하우스 농성을 2월 10일까지 중단하고 있다. 서로에게 냉각기간을 두자는 점에 합의했다고 한다. 전북지역의 민간 환경단체인 전북환경운동연합에서는 우리나라에 위생매립장이 없는 실정인데 과연 얼마나 위생처리 원칙을 지켜 쓰레기 매립장을 건설하고 시행해 나갈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지금 작업중인 암반작업도 너무 깊이 파들어가 지하수의 맥을 건드리면 더욱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으며, 암반밑에 침출수의 배출을 막기 위해 밑바닥에 설치하는 고무시트가 찢어져 지하에 침출수가 스며들게 되면 심각한 상황에 놓이는 것을 불을 보듯 뻔하다는 염려를 밝혔다. 또한 현재 공사하고 있는 업자가 환경법위반 사실이 없는지, 환경시설에 얼마나 전문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업자인가 등 충분한 검토가 없었고 환경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인식이 매우 부족한 점에 강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