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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2 | [문화저널]
저기봐!저 젊고 싱싱한 옹기장이 옹기장이 이현배
박남준 시인 [문화저널]편집위원(2004-02-05 13:51:42)
저기봐!저 젊고 싱싱한 옹기장이 옹기장이 이현배 전라북도 진안 정천, 우리말로 솥내마을에 한 젊은이가 산다. 고집스럽게도 그는 이미 옛날이 되어버린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옹기장이가 되려고 한다. 그는 농사를 지으려 고향에 내려왔다가 고물장수를 했으며 짜장면집에 취직을 하려다 호텔에서 쵸코렛을 만드는 기술자가 되어 젊은날을 떠돌았다. 젊은 날이라기보다 청년기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겠다.그는 아직 젊은 참 싱싱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가 좀 복잡해요."하며 그가 웃는다. 세상사는 모두, 한사람 한사람마다 어디 복잡한 삶의 행로가,그삶의 이루 말할수 없는 질곡이 어느 누구라도 없으랴만. 지금은 볼수 없는 풍경이지만 기억을 더듬어 떠올려 보면 그때 먼 어린날 소꼽장난을 하던 아이들이 잔상처럼 스쳐온다. 아이들은 깨진 옹기조각을 그릇삼아 흙을 주물러 밥을 담고 풀꽃잎 반찬을 만들어 올려놓고 옹기조각을 빻은 가루를 고추가루라고 뿌렸었다. 또한 깨진 옹기조각을 둥그렇게 다듬어 땅따먹기 놀이며 물수제비를 뜨고 옹기조각은 아이들의 놀이에 뺴놓을수 없이 좋은 놀이개감이 되어주고는 했다. 우리민족은 세계 어느민족에서도 유례가 없는 영양이 뛰어나고 다양한 발효식품을 가지고 있다. 김치,간장,된장,고추장, 그리고 갖가지 젓갈류등 이러한 발효 식품을 만들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들을 담아 숙성시킬수 있는 그릇, 옹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옛날은 가고 돌이킬수 없는 세월만큼이나 이땅에 이젠 옹기장이로서 옹기장이들은 옛날이 되어버렸다. 주거환경등 생활문화가, 음식문화가 옹기를 사라지게 만든 큰 이유이며 값싼 플라스틱 제품또한 옹기가 설곳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전통옹기보다는 쉽게 많은 양을 만들수 있으며 값이 싸지만, 인체에 유해하고 숨쉬는 그릇으로서 기능을 잃은, 플라스틱 제품과 경쟁을 하기 위해 광명단을 바른 옹기가 나오게된 이유이다. 어쩌면 이러한 현실이 한 젊은이의 삶을 새롭게 눈뜨게 했으며 이윽고 옹기장이로 만들게 했을 것이다. 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보니 모든것이 옹기장이가 되기위한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잠깐 소개한 살아온 내력, 이를테면 짜장면의 그 빛깔이 옹기의 빛과 비슷하고 쵸코렛의 빛깔 또한 옹기의 그것과 흡사하지 않는가. 고물장수도 마찬가지로 이제 옹기와 깊은 인연을 맺기 시작하고 있는것이다. 고물장수들이 끌고간 옹기들이 골동품점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니다 적성에 안맞아서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싶었어요" 젊은 옹기장이 이현배씨가 적성에 안맞았다는 전공은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였다. 옹기가 식품을 담는 그릇이고 보면 이또한 우연의 일치인지? "흙과 장계와 나" 몸은 시골에 있으나 머리는 도시에 있다는, 고향에 있으나 이미 농촌을 떠나있는 젊은 이들의 현실을 통하여 많은 것을 느낀 그가 흙을 통해서 내가 할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한 그 처음이 농사이다. 그러나 세상사는 일이 다 그렇듯 농사짓는 일이 어디 마음 먹는 데로 되는 일이 아니다. 고향 장계에 내려와 농사를 지으려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고물장사를 시작했다. 다른 일도 아닌 천하게 여기는 고물장사를 그것도 주위에 온통 아는 사람들뿐인 고향에서 였다. 그것은 일의 힘든 여부를 떠나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소년같은 그의 어디에 그런 용기가 있는 것일까? 이처럼 하고자 하는 일이면 주위를 의식치 않고 꿋꿋이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부끄럼 없는 건강함이 오늘의 그를 만든 큰힘이었을것이다. 그가 옹기에 남다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고물장사 시절이었다. 이집저집 고물을 사러 기웃거리다 집집마다 그 위치가 달리 놓여 있는 장독대를 눈여겨 보면서 부터이다. 집 뒤안이나 앞뜰의 한쪽, 바람 잘통하고 햇빛 고루 스며드는 곳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장독대는 점점 잃어버려 가고있는 고향집의 나위없이 보기좋고 넉넉한 풍경중의 하나이다. 이제는 그나마 있는 옹기항아리들도 옛날의 소박하고 정감어린 자태가 아닌 번쩍거리는 광명단을 뒤집어 쓴 옹기가 아닌 옹기들이 대부분 장독대를 차지하고 있지만..... 고물장사의 시절을 정리하고 그는 서울에서 꽤 오랜동안을 살았다. 삶은 고단한 것이다. 호텔에서 쵸코렛을 만드는 기술자가 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일들은 떠돌았다. 흙과 물의 심성을 가지고 있는 그에세 그러한 삶의 쳇바퀴는 견딜수 없는 일상이었으리라. "몸으로 부딪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흙으로 작업을 해서 아아들 놀이동산같은 것도 만들고..." 그는 조소를 배우고 싶었단다. 그릇을 할 생각은 없었단다. 조소를 배우며 철제류의 냉혹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싫어 흙으로 작업을 하고 부론즈처럼 옹기빛 유약을 사용해보고 싶었단다. 그때 화실을 소개받기위해 만난 사람이 옹기와 그의 평생 삶의 반려자가 되어 지금의 작업터인 진안 솥내마을 손애옹기를 지키고 있다. 여행을 떠났다. 남도여행이었다. 그여행의 마지막길에 그가 가보고 싶었던 전남 벌교 징광홍기를 찾았다. 옹기를 배우고 싶어서 왔다는 말을 뒤로 남기고 그는 새벽같이 서울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꼐 짐을 싸서 징광옹기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가 징광에 갔을떄 옹기굴은 경영이 어려워 문을 닫고 있었다. 흙을 만져 볼수도, 옹기를 만드는것도 볼 수 없었지만 스승은 그에세 끊임없이 옹기의 모양을, 밑그림을 그리게 했다. 한 일년 배우고 떠나라고 했단다. 그러나 옹기를 대하며 한가지 두가지 알아갈수록 일년이 아니고 그때 생각으로는 삼년은 되어야 비로소 떠날 마음이 생길수 있을것이라 여겼단다. 정광에 내려가 한 육개월정도는 옹기만드는 일을 배운 것보다 풀을 뽑고 잡일을 하는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이 옹기에 대한 그의 집념을 튼튼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스승외에 다른 옹기장이들을 대할수 없었던 그는 오기에 관한 것이라면 그곳에서 밥을 하는 아주머니에게도 옹기장이들이 어떻게 하더냐고 물으며 견문을 넓혀갔으며 스승의 방에서 나오는 종이조각하나도 아궁이에 바로 넣지 않고 살펴보며 그것이 옹기에 관한 것이면 태우지 않고 모아 두었다. 예를 들어 그의 집념이 어느정도 였냐면 그가 소중하게 코팅을 한 옹기 밑그림을 한장 보여주었는데 그종이는 지금도 희미하게나마 누리끼리한 무엇이 묻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그가 뒷간에 갔을떄 발견한 그의 스승이 그린 옹기의 밑그림이었으며 그의 스승이 일을 마치고 버린 휴지였던것이다. 그의 진지함은 이내 스승의 눈에 띄였다. 많은 이들이 옹기를 배우겠다고 찾아 왔지만 석달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갔던 것이다. 그마만큼 그의 스승은 제자들이 옹기장이로서의 기능인이 아닌 작가로서, 장인으로서의 예술적 시련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그릇이 그렇지만 옹기는 특히 사람의 몸을 닮았어요. 사람을 순간적으로 현혹시키지도 않고 확연히 눈에 띄지도 않지만 두고두고 보아도 눈에 물리지 않아서 마치 곱게 늙은 이웃집 할머니 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해요." 옹기라고 해서 다 옹기가 아니다. 옹기는 오기 찰흙을 써서 옹기모양을 내고 옹기 고유의 자연유악을 집혀 제대로 구언 것이어야 옹기인 것이다. 앞으로 옹기를 배울 기간은 그나마 몇년 되지도 않는다. 옹기를 제대로 다룰줄 아는 세대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으로 생활 용기로서 옹기를 만드는 옹기장이가 아니라 작가의 작품으로서 옹기를 만들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사기장이 사곱남고 옹기장이 오곱남았다는 말이 이제 아득한 옛말이 되어버린 지금 몇 남아 있는 옹기장이들의 생활의 어려움을 나타낸 말이었다. 그는 징광에 있을때 옹기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차와 쪽물염색법도 배웠다.그일 또한 앞으로 그가 해랴할 일이리라. 사년여 동안 잇었던 스승의 징광을 떠나 이곳 손내옹기터에 정착을 한지는 재작년 봄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떠오른다. 옹기장이들이 떠나버린 옹기터를 사서 보수를 하고 옹기를 굽고 있을때였다. 스승이 찾아왔다. 스승은 그가 구워 논 옹기를 보며 "더 배워야 겠다"는 한마디와 함께 징광에 가기를 권했다. 그는 그길로 두말없이 따라 나섰다. 얼마전 서울 인사동 통인가게에서 박나섭, 이현배 두장인의 옹기전이 열렸다. 지금 진안 솥내마을 장인으로서의 머나먼 고된길을 가는 한 옹기장이가 있다. 온몸 가득 그의 가마에 지펴질 뜨거운 불길같은 옹기에 대한 열정을 안고 그의 아이들과 동료인 그의 아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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