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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 | [문화저널]
삶의 언저리에 담긴 고향의 노래
박민평 화가·전주성심여고 교사 (2004-02-05 12:29:42)
내가 태어난 곳은 금만경 평야를 옆에 두고 서쪽으로는 변산 반도와 서해바다가 있는 부안읍이다. 대체로 포근한 입지적 환경조건 속에서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였다. 봄철 가을철에 바닷가나 산과 절이 있는 개암사로 가는 소풍은 즐거움으로 항상 마음을 설레이게 하였다. 읍내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자연을 볼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다. 파릇파릇 새싹이 솟아나는 골짜기와 산에는 진달래가 피었고 사래긴 보리밭 사이로 핀 장다리꽃이며 나비 옹기종기 평화롭게 모여사는 마을의 돌담사이에 활짝 핀 살구꽃이며 개암사 입구에 아람들이 나무로 무리진 벚꽃 아래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는 나를 매혹시켰다. 공부보다 뛰놀며 이산 저산 이들 저들녘을 쏘다니며 잠자리 잡고 산딸기 따먹고 물장구치기로 일삼는 개구쟁이 아들을 아버지께서는 좋아하실리 없었다. 학력이 부진한데다 노트를 보면 필기한 여백에는 잡다한 그림으로 먹칠을 하였고 위인들의 초상화를 그려 벽에 붙여 놓는 일이 공부하는 시간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노트와 열등통신표를 보실때마다 내 종아리에는 회초리 소리가 그칠줄 몰랐다. 그런데도 어쩐일인지 그림에 대한 동경심은 더욱 강해지기만 했다. 결국 내가 그림 그릴 수 있게돈 동기는 그 당시 중등학교 음악 교사로 계시던 큰 매부의 역할로 전주공업고등학교에 입학을 하였고 미술부 활동을 하면서 서울로 미술대학을 진학 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그림을 그릴수 있게 되었다. 요즈음 내 그림의 주제는 주로 고향의 산이다. 어린시절부터 고향산천에서 개구쟁이로 자라오면서 마음으로 담아진 이야기들을 동심의 일기처럼 향수에 어린 고향의 노래로 표현하고 있다. 한그루 나무에 진달래도, 살구꽃도, 백목련도 피게하고 새싹에서 낙엽까지 그려보기도 하고, 하나의 산 그림속에 계절을 의식하지 않고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어릴적 개구쟁이 마음으로 여기저기 그린다기 보다는 심어보고 싶다. 가끔 세상사의 이해타산과 이러쿵저러쿵하는 제도적인 답답함이 밀려오면 고향인 부안으로 훌쩍 떠나곤 하는 병이 있다. 고향산천과 시장바닥의 사람들을 만나면 답답함이 언제인지 모르게 사라지곤 한다. 이러한 감정을 그림에 형상시키곤 한다. 70년대에 들어 가끔 그렸던「산」을 80년대에 들어서는 좀더 밝은 화면으로 산시리즈를 시작했다. 이 시기의 산이나 해바라기 또는 장미꽃등은 비정형의 회화적 의미를 드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소재를 설정한 것이었고 어둡고 강렬한 것은 심적 갈등이나 자신의 야심등을 표현한 것이다. 80년대에 들어서 화면을 가득 채운 산은 밋밋한 색체의 그림이거나 나이프나 붓자욱으로 또는 아름다운 색점들로 산의 나무나 꽃들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싶었다. 조금은 거칠고 미완의 요소가 엿보인다는 이야기도 들렸지만 이때의 화면은 조형적으로 보다 적극성을 가지게 한때였다. 밋밋하고 두텁게 칠하거나 붓이나 나이프 자욱만으로 산내부의 작은 동산이나 나무 또는 마을, 밭고랑들을 형성하고 조형적 관념으로 존재하던 산을 암록색선들에 의해 산의 내부를 구체화 시키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90년「산인전」에서 굵은 선에 의해 작은 동산과 밭, 나무, 구름등을 더욱 구체화했으며 비정형의 화화를 자신배부로부터 벗어버리고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고향의 산천을 자유롭게 그리기 시작했다. 최근 그리기 시작한 고향의 산천은 꽃들이 만개한 봄을 조금은 현란스럽게고 아름다운 광채로 표현했다. 색체의 현란함은 종전에 보여지지 않았던 것이지만 밀도를 강조해 중첩된 산, 낮게 드리운 초가와 마을, 때로는 꽃이 만개한 한그루의 나무, 아래밭과 멀리 들판을 지나 푸른 하늘에 조각난 구름, 나무의 꽃송이들이 보석알처럼 눈부시고 꽃잎들이 흩날리는 장면들은 고향의 세계를 그린 것이다. 나 자신이 자라온 환경과 자연 또는 집단으로부터 체험된 고향의 삶으로 회귀하려는 태도는 자라온 자연과 그 삶의 현실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삶의 긍정적인 태도만이 새로운 기법을 더욱 자유롭게 구사할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산」이라는 소재에 단선적으로 얽매이기 보다는 풍부한 삶의 언저리의 소재들을 다각적으로 언제라도 형상화 시킬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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