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3 | [클릭! 사이버월드]
정전의 기억, 인터넷 불통도 추억 속으로
글|김종윤 전북대 강사(2003-03-02 20:32:47)
여러분들은 정전의 기억을 가지고 계십니까?
필자는 어린시절 고향인 부안의 농촌마을에서 어떤 날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있었던 정전을 경험했었다. 고작 가전제품이라야 라디오와 TV가 전부여서 즐겨보는 만화영화 못 보는 안타까움과 저녁의 어둠을 감수하며 이른 잠을 청하면 되었다. 정전이 너무 흔한 일이어서 불편함보다는 어떤 특별한 이벤트 같았다. 혹 촛불을 켜고 밥이라도 먹을라 치면 오히려 신이나 웃음을 머금곤 했다. 이런 정전도 나무전주가 시멘트전주로 죄다 바뀌는 세월의 흐름과 같이 안정된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고 배전 시스템과 풍부한 발전으로 이젠 기억 속에서 가물거리는 추억거리가 되어버렸다.
2003년 1월 25일 우리는 인터넷 대란을 함께 했었다. 뒤늦게 사고원인이 MS-SQL 서버의 취약점을 이용한 윔바이러스가 확산되어 트레픽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의 일부 도메인네임서버(DNS)가 일시적으로 마비되었고, 인터넷서비스 전반에 걸쳐 접속지연 및 불가 상태가 발생하게 되었음이 밝혀졌다.
넷티즌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상의 장애라고 해봐야 기껏 악성 바이러스로 인한 개인의 컴퓨터상의 데이터 유실정도가 전부였다. 우리가 겪는 불편함이란 특정지역이 유선상의 공사로 인한 예고된 단시간의 접속불가상태나 자기가 선호하는 사이트의 메일확인과 동호회 활동을 위해서 공지된 점검시간을 인내심을 가지고 참아내기만 하면 되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지난 8일 인터넷 최대의 포탈사이트 ‘다음’의 불통과 곧이어 발생한 인터넷 대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음’의 불통에 관해서 ‘다음’측은 ‘다음’의 문제가 아니고 도메인 관리 업체인 미국 베리사인 측의 관리 소홀로 ‘다음’의 도메인이 삭제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를 냈었다. 그리고 이번 인터넷 대란도 바이러스로 인한 트레픽 증가로 DNS 서버의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의 서버들은 전력의 변전소와 발전소 그리고 변압기들과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이가 불순한 의도로 발전소와 변전소들에 침입하여 시스템 파괴 및 조작이 원인이 되어서 정전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모두 ‘아니요’라는 대답을 할 것이다. 이들 발전소와 변전소들은 철저한 감시와 보안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이제 막 구축한 인터넷망의 사용과 운용에 있어서 전기의 전처를 밟아가고 있는 듯하다. 특히 DNS서버는 발전소와 같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안이 요구되는 곳이다. 정부, ISP 사업자들은 서버 앞단에 고성능 방화벽이나 필터링장비를 설치하여 트레픽 과부하 공격이나 해킹 등에 대비하는 보완에 관한 지침과 이행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정 서버나 개인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바이러스나 해킹문제가 이젠 인터넷망 자체의 붕괴에까지 미치고 있는 시점에서 인터넷 사용의 개인윤리문제에 앞서 안정된 인터넷망 구축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었어야 할 것 같다.
어린 시절 정전이 주는 불편함보다 비상수단으로 등장한 촛불의 일렁거림에 대한 야릇한 기분과 추억이 먼저 생각나는 것처럼 인터넷 불통도 이젠 추억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