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3 | [매체엿보기]
언론 열풍, 복권아 불어라
"부자되세요"
글|김수현 전북민언련 활동가(2003-03-02 20:24:47)
TV 광고에서 한 연예인의 입을 통해 전국적인 인기를 끈 이 카피는 작년 한 해 최고의 유행어 중 하나이다. 작년에는 이 카피의 열풍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망에 지나지 않았다면 올 해는 복권 열풍과 맞물리면서 누구나 대박의 꿈을 실제로 꾸게 되었다. 한 사람이 엄청난 금액의 복권을 사는가 하면, 새해 선물로 복권을 주고, 복권을 사려고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왜 많은 사람들은 복권에 그토록 열광했는가? 한층 가벼워진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과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언론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먼저 TV 광고를 통해서 보여지는 멋있고, 능력 있는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이다. “폼나게~”, “누려라”,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등의 카피를 통해 돈만 있으면 가장 멋있는 사람이 되고, 해결 못할 것이 없는 것처럼 비춰진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 SBS의 수목드라마 <올인>의 경우도 서민들의 사행심을 조장하고 있다. 이는 이병헌, 송혜교, 지성, 박솔미로 이어지는 인기연예인의 출연과 더불어 ‘카지노’라는 공간적 배경이 그 인기몰이에 한몫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도박을 통한 성공은 한창 사행성 오락의 전국적인 열풍과 맞물리면서 경제한파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왔다. 또한 지난 2월 12일 SBS의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에서는 복권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데, 극중 박영규가 사람들과 함께 산 복권이 당첨된 사실을 알고 이를 혼자 독차지하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자칫 돈이라면 정당한 방법이 아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차지해도 된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복권 열풍이 불면서 각 언론들은 엄청난 당첨금과 ‘인생 대역전’ 등의 문구만을 크게 부각시키며, 서민들에게 허황된 꿈을 꾸게 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 2월 9일 13명의 1등 당첨자를 내면서 복권 열풍은 다소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서민들은 한탕주의의 꿈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언론은 인생 대역전만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복권열풍으로 나타난 근로의욕 상실 등의 허탈감과 후유증에 따른 서민들의 폐해를 진정시키고,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알리는데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