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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2 | [특집]
무용 우리 춤, 앞날이 밝다
김은정 『전북일보』기자 문화부 (2004-02-05 10:40:32)
94년 한해를 지켜낸 전북무용계는 그 여느 해보다도 활발했던 공연 활동과 그에 힘입어 얻어진 새로운 성과로 가득 차있다. 공연 예술분야의 폭을 넓혀낸 올 한 해 동안의 무용계는 양적인 팽창 뿐 아니라 형식과 내용의 변화에서 비롯된 질적인 향상의 면모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미 도내 각 대학에서 배출되는 무용인구가 공연 무대를 풍성하게 채울 수 있게 된 이즈음 전북무용계의 질적 변화는 사실 예고된 변화랄 수도 있겠지만 근래에 이어진 작품의 질적 향상의 면모는 기대이상의 것이라는 점에서 전북 무용발전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전북 무용무대에는 한국 춤과 현대 춤, 발레부문까지의 각 장르가 고루 올려졌다. 우선 형식면에서 균형을 찾게 된 셈이다. 그 내용과 수준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전통춤의 보존과 계승, 현대 춤의 창출이라는 과제를 놓고 늘상 고민해오던 한국 춤은 올해 무대에서 그 방향을 새롭게 모색해 놓은 듯하다. 전통춤의 원형을 고스란히 계승해 오늘의 무대에 올려놓다는 것의 의미를 확인한 것도, 또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언어를 창출해놓은 작업의 가치를 새롭게 평가받은 것도 올해 한국 춤이 얻어낸 성과로 꼽힐만하다. 원로 무용가 최선 씨가 60세 화갑을 맞아 가진 춤 발표무대가 전통춤의 미학을 깊이 있게 보여준 무대였다면 근래 들어 창작 무대에 대한 역량을 열정적으로 실어내고 있는 장인숙씨의 『지화장』은 현대적 언어의 새로운 창출에 대한 가능성과 인식을 높여준 무대였다. 여기에 늦가을 무대를 전통과 현대의 만남으로 채워낸 채향순씨의 춤은 전통춤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문제를 새롭게 인식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늘상 전통춤과 현대적 감각의 창작춤 사이에 놓인 언어의 장벽, 그것의 조화 문제가 대두됐던 한국춤계는 올해 비로소 그 방향을 가늠해갈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의 무대가 올려진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무대가 올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한국춤은 여전히 해결해 나가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형식적으로는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전통 계승의 문제가 깊이 있게 모색되고 있지만 실상 그것의 바탕이 되어야할 내용면에서는 이 지역의 정서가 전혀 고려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창작춤의 경우 지역의 독창적인 정서와 문화, 역사를 실어내지 못하고 관념적인 언어로만 혹은 형식의 변화에만 치우쳐 있어 오늘의 한국창작춤이 안고 있는 과제를 그대로 노출시켰던 점은 앞으로 점검되어야 할 부분으로 보여진다. 이에 비해 현대 춤이나 발레는 오늘의 춤 언어를 창출해내는데 일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무대로 눈길을 모았다. 동학농민혁명 백주년을 맞은 올해 춤패『해오름』이 올렸던 기념무용제나 이 지역 대표적인 현대 무용단 사포의 동학농민혁명 주제의 춤들은 일단 지나친 관념의 색채를 벗어나 주제 있는 춤의 면모를 세워내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작품이 형식이나 주제를 살려낸 작품이었느냐 하는 점에서는 별도의 점검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일단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을 춤으로 형상화 해낸 시도는 앞으로의 공연무대가 지향해야할 내용상의 과제를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모범이 될만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에서 이들 작품들은 아쉬움도 더욱 컸다. 형식적인 면에서 완성도를 기대할 수 없었던 점이나 혹은 주제에 대한 보다 설득력 있는 접근이 미흡했던 때문이다. 올해 무용계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분야는 발레이다. 한국춤과 현대춤을 제외하고는 유독 침체와 불모의 국면을 면치 못했던 발레는 근래 들어서 서서히 부상하기 시작, 올해 무대에서는 본격적인 활동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처럼 보여진다. 어차피 우리 춤의 여건으로는 전통 발레의 예술성을 제대로 갖추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신체적 조건이 우선 그러하다. 창작발레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그 방향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모색이 절실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올해 무대에 올려졌던 손정자 발레단의 『바다건너의 땅』은 그런 점에서 가능성을 안겨준 작품으로 가늠 될 만하다. 한일 간의 갈등과 민족의식을 주제로 담은 이 작품은 아직은 기량 면에서 열악하기만 한 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오히려 그러한 조건을 구성이나 내용으로 보완함으로써 관객들의 창작발레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던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전통발레의 기량을 갖추어내는 일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창작 발레의 생명력은 형식과 내용이 제대로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지역의 발레는 이제 시작인 셈이다. 근래 전북무용계에서 얻어지는 이런 수확들은 대부분 대학무용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11월 초에 열렸던 호남대학무용제도 그 움직임을 새롭게 실어내는 바탕으로 꼽힐 만하다. 11월 마지막을 장식하는 전북도립국악단의 전통춤 발표회도 단순한 춤발표 무대와는 다른 우리 춤의 원형을 제대로 계승해나가고자 하는 시도로서 의미를 갖기에 족하며 지난해에 이어 연말무대에 호적구음살풀이를 올릴 금파씨의 춤무대도 전북 춤의 오랜 전통과 면모를 확인시켜주는 귀한 무대이다. 전북무용계는 이제 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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