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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2 | [문화저널]
입장료가 '5만원'이라구요
전주시립극단 단무장 이근영 (2004-02-05 10:21:08)
우울한 시대다. 연일 대형공연이 올려지고 입장권을 팔려고 바쁜 사람, 매진된 공연표를 구하려고 바쁜 사람, 미어터지는 공연장, 한숨쉬는 지방공연단체들.... 최근에 전주에서 마련된 「볼쇼이 아이스쇼」, 「MBC마당놀이 뺑파전」,「북경예술단 공연」등등 마냥 좋다고 박수할 수만은 없는 무대를 바라보면서 전주지역 공연단체의 한 책임자로서 여러 가지 근심이 쌓이는 게 사실이다. 특석 5만원, A석 3만원, 일반석 2만원, 학생 1만원 가장 최근에 있었던 공연 입장료다. 그런데 전 회분 매진이었다. 무료공연을 올려야만 하는 시립예술단 담당자로서 답답할 뿐이다. 입장수입 욕심에서가 아니라 극단적인 불균형 때문이다. 다른 지역 공연단체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지난 9월-10월까지 창작소극장에서 마련된 소극장연극제 입장료는 일반 6천원, 학생 3천원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공연수준이 외국 공연단의 1/10정도 밖에 안 된단 말인가! 더욱 기막힌 것은 지역주민들의 관심이다. 연일 매진되는 행사들에 반해 우리의 공연장은 겨우 최악을 면할 뿐이다. 무엇이 이 불균형을 불러왔을까? 대형공연들이 갖고 있는 화려한 팀플레이, 예를 들면 외국 또는 서울공연단 초청공연, 언론사 주최, 지역기업 협찬, 관련업체 입장권 사주기, 비싼 입장료, TV광고 등이 전략적으로 만들어낸 흥행성공인가, 아니면? 우리의 형편은 어떤가? 이미 전국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공연 단체라 하더라도 홀홀 단신 가끔 문예진흥기금을 받거나 포스터에 이름만 걸어주는 언론사, 예총 등이 거의 전부일 것이다. 대형공연 주최 측의 부지런한 '파워'앞에 가난하고 게으른 지방예술인으로 몰락해감을 느낀다. 국제화, 세계화로 가는 시점에 웬 뒷걸음이냐고 야단치는 소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의 것은 분명 남의 것, 구경거리일 뿐이다. 지역적 자존심, 영상미디어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유일하게 정통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공연무대마저 외국이나 서울 대형공연 등에 내어준다면 우리가 '전주'에서 생활하는 의미가 없다 . 세계의 서울의 문화식민지 길을 스스로 앞장서 가는 꼴이 될 것이다. 우리의 언어, 우리의 풍습, 우리의 표정, 우리만의 정서, 우리 ,전주인, 만으로의 삶이 반영된 무대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 뉴욕사람이 서울사람이 전주사람의 고민을 함께 걱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무조건 외국이나 서울 공연단의 무대를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다. 균형을 바랄 뿐이다. 지역공연단이 걸음마 수준이라 하더라도 그걸 지켜봐야 한다. 북경 예술단도 볼쇼이 아이스쇼단도 MBC마당놀이팀도 그런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팀이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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