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12 | [건강보감]
아침 잠깐의 운동, 보약보다 더 좋은 보약
혈관계 질환에 대하여
정원영 완산구보건소장
(2004-02-05 10:14:02)
하천에 물이 흐르지 않으면 썩어 악취를 내며, 갑작스런 폭우는 지나치게 많은 물로 강둑을 무너트리고 가옥을 파괴하며 열심히 가꾼 농작물을 망치게 한다. 바로 이러한 하천과 같은 것이 우리 몸에서는 혈관이다. 그러기에, 혈관에 혈액의 흐름이 없으면 몸이 썩게 되고 심하게 넘치면 뇌출혈 등으로 사망하거나 반신마비 등을 초래하게 되는데,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는 혈전증이 대표적 질환이며, 지나친 혈액 흐름으로 인한 뇌출혈 원인의 대표적 질환이 바로 고혈압이다.
혈전증이란 혈관에 달라붙은 혈액의 찌꺼기들(하천의 이끼나 부유물 등과 같은)이라 할 수 있는 것들로, 주로 미세 혈관들을 막아, 뇌에서는 뇌경색을 일으켜 사망이나 반신마비와 같은 불구 등을, 심장에서는 심근경색 등을 일으켜 죽음을 가져오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주위에서 자주 보고 있으며, 집안의 가장 큰 우환의 하나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고혈압이란 혈관에 흐르는 혈액이 지나치게 큰 압력을 갖고 흐르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압력을 두 가지로 구분하여 수축기 혈압 즉, 심장이 혈액을 빨아들이는 시기로 혈관에 혈액이 가장 적게 있을 때를 말하는데, 보통 수축기 혈압을 먼저 부르고 이완기 혈압을 나중에 부르게 되며, 이완기 혈압이 95mmhg이상이면 관찰대상 즉, 자주 혈압을 재어 더 올라가는지를 관찰하고, 이완기 100mmhg이상이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러한 혈압은 운동 상태나 감정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좀 더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는 처음 혈압을 잴 경우 약 5분 간격으로 2번, 그리고 일주일 간격으로 2번 정도의 혈압을 측정 평균을 내어 그 사람이 고혈압인가 아닌가를 말하게 된다. 그러나 수축기 혈압이 200mmhg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105mmhg이상이면 1회 측정이라도 고혈압이라고 판단해도 된다. 정상인 경우엔 1년에 1번 정도만 혈압을 측정해도 된다. 이러한 고혈압은 그 자체만으로는 질병이라 할 수 없으나 결국 약해진 혈관 즉, 주로 뇌혈관을 터트려 혈전증과 마찬가지로 사망이나 반신불수를 일으키기도 하고, 오랫동안 고혈압이 지속될 경우 동맥경화증 등 많은 합병증이 발생한다.
이러한 혈관계 질환이 성인병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고 있으며 또한 이들이 얼마나 무서운 것들인지도 잘 알려지다 보니 별스런 특효약이나 민간요법 등이 여기저기서 권고되고 있다. 혈관개선제라거나 혈액 순환을 좋게 해준다고 하는 것들이 하나의 예이다. 이러한 질병의 치료는 의학적인 원인 치료가 매우 중요한데 그것은 의사가 해야 할 일이다. 특히 혈전 용해제는 그 부작용이 우려되어 전문 의사들도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으며, 고혈압의 경우엔 그 병리학적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고혈압을 치료한다기 보다는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을 조절하듯 혈관에 과도한 혈액이 흐르지 않도록 단지 정상 혈압으로 조절하는 약물 요법이 치료행위의 대부분이다. 따라서 고혈압의 경우 혈압조절약을 먹다 말다하면 오히려 합병증을 더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혈압조절 약은 밥 먹듯이 그렇게 복용해야 된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된 바와 같이 혈관의 강과 같은 특성으로 볼 때 과연 어떤 특효약으로 찌꺼기만을 제거한다고 해서 그들의 말처럼 혈전증과 고혈압이 치료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말하자면 단순히 도랑만 치고 깨끗이 한다고 해서 이끼가 끼지 않거나 도랑이 썩지 않는 것이 아니고, 둑을 아무리 튼튼히 크게 한번 쌓았다고 해서 쏟아지는 폭우에 둑이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적당하게 꾸준히 계속해서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바로 원인 해결이며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혈관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혈관 혈액의 흐름을 적당한 혈압을 유지시키면서 순환을 힘 있게 작동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운동뿐이며, 이 운동은 나 스스로 말고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다. 아침 잠깐의 운동은 가계를 축내는 보약보다 훨씬 돈이 들지 않고, 쓰디 쓴 보약의 쓴맛보다 운동하는 즐거운 맛이 있으며, 보약보다 더 좋은 보약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이에게 말하고 싶다. 단 한번에 해결한다는 특효약이나 비법이 결코 혈관을 좋게 하거나 혈액순환을 개선하여 혈전증이나 고혈압을 치료해 주는 것이 아니며, 꾸준한 관심과 운동만이 갑작스레 오는 중풍과 같은 것을 피할 수 있게 하고, 몸이 썩어 가는 고약한 냄새와 희멀건 모습 그리고 흐느적거리는 삶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신선한 아침 새벽 택견의 몸짓은 풍부하고 맑은 물이 도도하게 흐르는 강의 모습처럼, 우리의 혈관 속에 풍부하고 맑은 혈액이 힘껏 흐르게 하여, 힘 찬 젊은이의 상기된 모습과 같이, 수줍음에 맑고 붉은 처녀의 볼과 입술 같은 삶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