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3 | [문화가 정보]
달맞이로 한해 소원 비세요
정월대보름 행사
나성신 기자(2003-03-02 18:09:03)
새해 첫 보름달이 떠오른다는 음력 15일.
농경사회의 뿌리를 두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달이 갖는 의미는 특별했다. 조상들은 새해 들어 처음 맞는 보름달을‘대보름’이라 정하고 이러한 소중한 날을 기렸으며, 한해 동안의 풍년과 가족의 건강을 소원하는 주술적인 행사도 다양하게 치렀다.
올해는 여느 해 보다 도내 곳곳에서 주목할 만한 달맞이 행사가 풍성하고 다채롭게 진행돼 잊혀져가고 있는 정월대보름의 의미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게 이뤄졌다.
달맞이 행사가 진행된 장소에서는 일년동안 좋은 소식을 듣게 해달라는‘귀밝이술’과 ‘부럼’‘오곡밥’등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자리도 함께 마련됐다.
지난해 8월에 개관한 전주전통문화센터에서는 한해의 액운과 소원, 염원 등을 새끼줄에 꼬아 대나무와 함께 날려보내는 ‘달맞이’‘액맥이’‘비나리’등의 의례를 보여줬다. 앞마당에는 센터 측에서 준비한 달집에 시민들이 한지에 쓴 자신의 소원성취의 글을 금줄에 끼워 넣는‘달집만들기’행사도 마련됐다.
오후에는 고사(여는굿)와 도무형무형문화재 호남 살품이춤 이수자인 진수이씨가 ‘지전춤’과 ‘살풀이’를 선보여 한해동안 시민들의 건강과 평온을 기원해줬다. 늦은 저녁시간에는 센터 앞마당에 자리잡은‘달집’을 태움으로써 주민들의 소원을 빌어 줬다.
곽병창 관장은 “설날이 개인적이고 가족중심인 명절인데 반해 대보름은 집단적이고 마을 공동체 중심의 명절이었다”며“또한 옛날 여성들이 유일하게 놀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놀러왔다는 김효진(교동·26)씨는“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만 먹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여러 놀이와 행사가 치러지는지 몰랐다”며“이번 행사에 참가하면서 정월대보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각 시대별로 정월 대보름에 행해 졌던 행사들을 한데 모은 전주시립국악단(지휘 심인택)은 대보름 맞이 굿 ‘처용-밤드리 노니다가’를 13일 전주덕진예술회관에서 선보였다. 신라시대 대보름날에 행해졌던‘문굿’을 시작으로 궁중 행진곡으로 쓰인 ‘대취타’‘만파정식지곡’와 잡귀를 쫓아 가정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했다는‘보렴, 화초사거리’를 들려줬으며, 전북무용협회 문정근 회장이 안무한‘처용무’, 시민들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발원하는‘비나리’등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한해의 무사안일을 기원하는 강강술래와 사물놀이로 흥겨운 무대를 장식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는 정월 대보름 잔치‘가세, 달맞이 가세’라는 주제로 관객들에게 2시간 30분동안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해 줬다.
첫무대로는 cbs 소년소녀 합창단이 우리의 민요 ‘밀양아리랑’‘기쁜 날’‘오 상제리제’를 불러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35사단의 군악대는 뮤지컬‘지저스 크리스트 슈퍼스타’외 4곡 등 경쾌한 멜로디를 들려줬다. 이날 도립 국악원 예술단은 화려하고 현란한 북춤을 선사해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의 무대를 열어줬으며 우리의 민요도 함께 선보였다.
마지막으로는 놀이마당으로 자리를 옮겨 ‘달집태우기’와 ‘강강수월래’로 관객들도 달맞이 행사에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전라세시보존회(회장 신정일)는 전주 다가 공원에서 터 닦은 굿과 큰 다리 위를 자기 나이 수만큼 건너면 일년동안 다리가 건강하다고 해서 유래된‘다리 밝기’와 ‘당산제’등을 비롯해 ‘달집태우기’, ‘강강수월래’등 마련됐다. 또한 행사장 한켠에는 새끼줄을 엮을 수 있는 장소도 준비해 어른들과 함께 아이들도 새끼 꼬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중문화의 집은 우아동 현대 아파트 분수공원에서‘기린토월-마당극 배뱅이’를 선보여 가족들과 함께 정월대보름의 흥겨움 맛볼 수 있는 마당을 열어줬다.
김수현 기획팀장은 “대보름을 맞아 주민들이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놀거리를 보여주기 주기 위해 마당극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손자와 함께 마당극을 보러왔다는 백승관(우아동·66)할아버지는“요새 아이들은 정월대보름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올해 유난히 각 지역에서 대보름 행사가 활발히 치러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밖에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는 연만들기 팽이만들기 윷만들기 등을 선보였으며, 임실필봉농악보존회(회장 양진성)는 필봉농악단원과 각 지역 풍물동호인 1천명이 참가하여 각 마을을 돌면서 ‘강진면 길놀이’와 ‘강진면 당산제’‘상가 마당 밟기’ 등을 재연해주고 정월대보름 판굿과 달집을 태워 마을의 풍년과 안위를 기원해줬다.
그밖에 고창 순창 무주 정읍 남원 등지에서도 궁중에서 한 해 동안의 복을 빌고 잡귀를 쫓아냈다는‘지신밝기’와 ‘당산제’를 재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