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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4 | [신귀백의 영화엿보기]
메시지 없는 진부한 멜러물 『째즈바 히로시마』
장 세 진 / 방송평론가 (2004-02-03 14:48:11)
어쩌다 그러는 수가 있다. 사실상 개봉인 우리영화 2편을 재개봉관에서 동시상영하는 일 말이다. 그래도 서울에선 개봉관에 간판을 걸었는데, 지방의 경우 동시상영으로 밀려난느 것쯤은 이제 이해할 만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이를테면 울며 겨자먹기인 셈이다. 설날 특선으로 사실상 개봉된 『째즈바 히로시마』와 『위험수위』는 그러나 재개봉관을 찾은 관객들의 기분을 모처럼 ‘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다고 오해는 없기 바란다. 아직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로 들어간 것은 아니니까. 다름아닌 극장의 태도를 말하고자 함이다. 개개본관의 경우 2편의 상영시간이 대략 3시간 이쪽저쪽(알할 나위없이 극장특에서 허기가 져 잘라먹기 때문이다.)인데 『째즈바 히로시마』와 『위험수위』는, 그러나 재개 봉관을 찾은 관객들의 기분을 모처럼 ‘산뜻하게’만들어 주었다. 그렇다고 오해는 없기 바란다. 아직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도 들어간 것은 아니니까. 다름아닌 극장의 태도를 말하고자 함이다. 개개봉관의 경우 2편의 상영시간이 대략 3시간 이쪽저쪽(말할 나위없이 극장측에서 허기가져 잘라먹기 때문이다)인데 『째즈바 히로시마』와 『위험수위』는 그러지 않았다. 당당히 4시간이었던 것이다. 극장측의 그런 양심적 상영에도 불구하고 설날특선인 『째즈바 히로시마』에 관객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봐야 손님도 들지 않는데 ‘차라리 잘라먹지 뭐’하는 양심불량이 상대적으로 발동되지나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째즈바 히로시마』는 정인엽 및 박철수 감독에게서 상반된 사랑학(에로시티즘과 순애보적 사랑)을 배우고 프랑스유학까지 다녀온 강구택의 데뷔작이다. 신인이라 그럴까, 우선 그 소재 선정에 신뢰가 생긴다. 적어도 『째즈바 히로시마』의 이야기 얼개는 피폭자에 대한 시선을 연결리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원폭 피해자들이 대한 정책부재를 꼬지는가 하면 지금까지(어쩜 영원히 그럴지도 모를 일이지만) 일본이 지니고 있는 ‘조센징’사관등이 피상적이나마 그려져 있기에 하는 말이다. 전쟁의 가해자인 일본인 피폭자들에 대한 아전인수적 피해자로서의 시각도 그 지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리라 생각된다. 또 새롭게 볼 만했던 것은 JBS방송사 내부의 ‘음모’였다. 여성앵커의 불륜을 묘사한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와 남자 DJ등이 등장한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테러사의 연인』등이 있었지만 기사 및 보도 진행자 선정 배후에 그같은 육체적 거래가 필수적인지 강한 의문과 동시 새로움을 주었다. 그러한 카메라 앵글은 결국 『째즈바 히로시마』의 제작의도에 일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유리(염정아)의 한국 피폭자데 대한 방문취재 기사 내용이 일본을 비판하고, 반성하자는 것이었으므로 ‘짤린’만큼 주제의식이 환기되기 때문이다. 즉 현대인들의 냉정한 피폭자 시각을 비교적 사납게 그려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째즈바 히로시마』는 가깝고도 먼 이웃으로 흔히 불리우는 일본과의 비극적 역사를 새삼 환기시켜 주는 영화라고 할 만하다. 노상 그렇지만, 『째즈바 히로시마』는 특히 일본을 경계해야할 역사적 모체를 제시한 ‘민족영화’로서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러나 전체적으로 우리의 희망사항이고 말았다. “메세지 운운하는 모든 사족을 떼고 젊은 사랑영화라는 일관된 주제를 추적한 작품입니다”고 밝힌 강감독의 연출변처럼 의사이며 째즈를 즐기는 건우(강석우)와 일본여자지만 한 점 민족적 양심을 지닌 하세가와 사유리의 애정을 지나치게 전면에 드러내 놓고 있어 그렇다. 말할 나위없이 그것은 『째즈바 히로시마』가 진부한 멜러물의 협의를 떠안게 되는 족쇄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의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이 어느정도 상징적 의미를 띤 것은 사실이지만 몇가지 점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아쉬움을 주었다. 첫째, 건우에 대한 형상화가 미흡했던 점을 들수 있다. 의사인 그가 탐미적 유희에 불과한 째즈에 과연 심취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 우선 거슬린다. 또 JBS보도에 대한 건우의 분노는 영화 전체적 이야기틀로 볼 때 돌발적 사건일 뿐이었다. 둘째, 건우와 사유리의 애정성립이 너무 속도감있게 그려진 점을 들 수 있다. 기가 막힌 지순지고 한 사랑의 경험이 감독에게 있었더라면 조금은 나아질 뻔했던 그들의 만남에 민주희(유혜리)의 저돌적인 훼방 역시 세속적이어서 탐미적 영상에 걸맞지 않는 모습을 드러냈다. 셋째, 건우의 째즈연주장소인 술집 ‘히로시마’가 주요배경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한 것을 에로 들수 이TEk. 그집 주인이 사타구니에서 피를 찍어내는 것이나 부인이 노상 술에 취해있는 모습등은 흐름상 원폭피해의 후유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듯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얼른 어필되지는 않았다. 굳이 이해하자면 그런저런 이유로 『째즈바 히로시마』는 관객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게된 셈인데, 그것과는 도로 이 시대 진정한 대중스타는 누구인가 하는 의문도 함께 던져 주었다. 평소에 썩 잘하는 연기라 보이지 않았지만(단, 드라마『사랑을 위하여』의 남자 주인공윤재로서 펼치는 여기는 일품이다) ‘멜러배우’강석우가 처음을 존힌 베드씬을 선보였고, 미스코리아 출신 염정아가 히로인으로 출연했는데 흥행에 실패했으니 말이다. 물론 관객들의 외화중독증으로 비록 우리영화에 대한 무조건적 외면이 흥행실패의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런점은 지난해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최고제작자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 인정 받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외면당했던 현실에서도 증명된 바 있지만 원칙적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제작풍토에 근본적이유가 있음을 정말 깨달아야 할 때가 되었다. ‘탁월한 만남’ ‘끼대결’이라는 타이틀로 각각 『째즈바 히로시마』를 소개한 스포츠 신문등 매스컴의 각별한 비호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거기에는 과대포장된 함정이 항상 또아리를 틀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한 이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강감독은 다음 작품에 임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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